일봉산지키기시민대책위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주민투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충남 천안 일봉산 민간공원조성사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천안시를 상대로 한 행정심판에서 일봉산지키기시민대책위원회의 의견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구인 서명 운동이 총선과 맞물리면서 실제 주민투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18일 일봉산대책위와 천안시 등에 따르면 최근 충남도행정심판위원회가 일봉산대책위의 심판청구를 받아들이는 인용재결 결정을 내렸다. 사실상 일봉산대책위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일봉산대책위는 일봉산 민간개발특례사업을 막기 위해 지난해 11월 25일 일봉산 민간공원사업 관련 주민투표 직권상정 요구서를 시에 제출했지만 거부됐다.
이후 직접 청구로 주민투표를 할 수 있도록 12월 5일 '주민투표 청구인대표자 증명서 교부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시는 대표자 증명서 불교부 결정을 통보했다.
시의 이 같은 결정에 일봉산대책위는 행정심판을 청구하게 된 것.
충남행정심판위가 일봉산대책위의 손을 들어주면서 주민투표 청구 운동을 위한 준비를 할 수 있게 됐다. 시 역시 일봉산대책위가 청구한 주민투표 청구인대표자 증명서를 교부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일봉산지키기시민대책위원회와 환경단체, 시민들이 모여 천안시의 '주민투표 대표자증명서 불교부결정'에 항의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하지만 실제 주민투표가 이뤄지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주민투표법 제11조에는 공직선거법에 의한 선거가 있을 때엔 선거일전 60일부터 선거일까지 해당 선거구에서 주민투표 청구인 서명을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오는 4월 15일 실시되는 21대 총선과 천안시장 보궐선거로 인해 청구인 서명 운동을 선거일까지 진행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물론 선거가 끝난 4월 16일부터 주민투표 청구인 서명 운동을 벌일 수 있지만 도시공원일몰제가 7월 1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주민투표를 위해선 전체 주민투표권자의 20분의 1 이상이 청구인으로 서명해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주민투표권자는 52만 7758명으로 최소 2만 6388명의 유효 서명을 받아 내야 한다.
청구인 서명이 확보된 이후에는 서명자들의 서명이 유효한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와 주민 열람, 이의신청 등을 받게 된다. 법적인 주민열람 기간은 7일이고, 이 기간 이의신청이 들어오면 그에 따른 절차를 처리해야 하는 만큼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후 주민투표심의위원회에서는 해당 사안을 검토하고 받아들여지면 주민투표 실시를 공표한 뒤 선거관리위원회의 협의를 통해 투표일을 결정하게 된다.
결국 주민투표 청구인 서명이 완료된 이후에도 최소 10일에서 20일 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청구인들의 서명이 유효한지 판단하고 이의신청이 들어오면 그에 따른 모든 사안을 확인해야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이후 주민투표심의위에서 해당 사안이 주민투표 대상인지를 검토하게 된다"고 말했다.
주민투표까지 시간상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어 실제 실행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서상옥 일봉산주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주민투표 청구를 진작 수용했더라면 이런 상황이 연출되지 않았을 것이다. 시와 권한대행이 이에 대한 사과를 해야 한다"며 "총선 기간 중 청구인 서명 운동을 할 수 없어 시간이 촉박한 것이 사실이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주민투표 청구와 별개로 일봉산 민간개발사업의 행정절차는 계획대로 추진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봉산 민간공원조성사업은 일봉공원주식회사가 6000억여 원을 투입해 천안시 용곡동 462-16번지 일대 40만㎡에 비공원시설(12만㎡)로 2300여 가구 아파트를 2024년까지 신축하고 나머지 28만㎡에 공원시설인 수영장과 산책로와 전망대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