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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부족이 부른 대구의 죽음…해법은?



보건/의료

    병상 부족이 부른 대구의 죽음…해법은?

    13번째 사망자, 자가격리 도중 호흡곤란 호소한 뒤 사망
    대구 지역 환자 1132명, 어제 하루만 422명 증가된 수치
    단순 계산으로도 500명 남짓 되는 환자들 입원 못 해
    정부, 고위험 요인이나 중증도 확인해 조치할 계획 밝혀
    전문가 "인적 자원 효율적 운용 필요…정부가 컨트롤타워 해야"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 (사진=배진우 vj)

     

    지난 27일 대구에서 코로나19로 인한 13번째 사망자가 나오면서 이 지역의 병상 부족이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환자가 병상 부족으로 입원하지 못하고, 자가격리를 하며 입원을 준비하던 도중 사망한 환자라는 점이 핵심이다.

    정부는 중증이나 고위험군 환자를 신속하게 분류해 입원시키는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기준을 만든다고 해도 이를 실행에 옮길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27일 숨진 13번째 환자는 대구에 거주하는 74세 남성이다. 그가 지난 22일 저녁부터 발열과 기침 등의 증상을 보였기 때문에 대구시는 이날부터 하루 두 차례씩 전화로 증상을 모니터하면서 입원을 준비하고 있었다.

    대구시 감염병관리단 김종연 부단장은 27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환자는 약간의 발열 외의 다른 증상은 특별히 호소하지 않았지만, 오전 6시 53분 갑자기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신고가 들어왔고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던 중 심정지가 발생했다"며 "도착 이후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결국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이 환자가 고령인 이상 증상이 나타나자마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면 생존 가능성은 보다 높았겠지만, 대구 지역에 그럴 여유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 이 지역은 급증하고 있는 환자 수에 비해 병상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27일 오후 4시 기준 대구 지역 환자를 모두 1132명으로 집계했다. 이는 전날 같은 시각 기준보다 422명이 늘어난 수치이고, 전체 확진자 1766명의 64%를 차지한다.

    대구시는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집계한 대구 지역 환자 1017명 가운데 447명이 입원했다고 밝혔는데, 그렇다면 절반이 넘는 570명은 입원하지 못한 셈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어제(26일) 하루 549개의 병상을 추가로 확보해 가동 가능한 병상 수가 모두 1013개로 늘었다"며 "(아직 입원하지 못한) 나머지 확진환자들은 100여명이 오늘(27일) 입원 조치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권 시장의 말대로 된다고 해도, 대구 지역에서 입원하는 환자는 약 600명 정도이기 때문에 단순 계산으로도 500명 남짓 되는 다른 환자들은 입원을 하지 못하게 된다.

    더군다나 이단 신천지 관련 집단 감염 사례가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특성상, 당분간은 환자 수가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문제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대구에 병상이 부족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집에서 기다리는 확진자들이 많이 계신다"며 "가능한 모든 자원을 신속히 투입하고, 관련 부처 장관은 가용 병상 확보를 최우선적으로 추진하며, 전국 자치단체장들도 확진자를 즉각 수용할 수 있는 상태인지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지만 쉽지는 않은 모양새다.

    정부는 일단 13번째 사망자의 사례처럼 고위험 요인이나 중증도가 있는지를 확인해 입원이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빠르게 조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입원에 대한 우선순위나 병상에 대한 배정을 통해서 빠른 시일 내에 입원조치가 될 수 있게끔 대구시와 협의하도록 하겠다"며 "사례별로 중증도나 고위험요인들을 확인해서 우선 입원조치하거나, 중증환자가 치료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하는 그런 중증도 분류와 환자에 대한 병상 배정 부분들을 함께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날 코로나19 중앙임상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는 "코로나19의 독특한 특성 중 하나는 폐렴이 있는데도 환자가 별로 심하게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며 "의료진이 폐 사진을 보면 하얗게 변해서 깜짝 놀라는데 환자는 별 증상이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는 곧,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자가격리 중 하루 2차례의 전화 모니터링만으로는 환자의 상태를 적재적소에 관찰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확진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경증과 중증 환자를 시급하게 분류해 내려면, 그만한 역량을 갖춘 인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분류를 할 수 있는 역학조사관이나,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임상의사들을 훈련시켜 빨리 현지에 보내야 한다"면서 "분류를 하려면 결국 환자의 상태를 진단해야 하고, 나이나 기저질환 같은 위험 요인과 현재 상태를 연결해서 보려면 책임질 수 있는 것은 의사들 뿐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공병원에 있는 의사들을 끌어다가만은 할 수 없고, 예산을 집행해서 사람을 고용한 뒤 단 몇 시간만이라도 교육을 시켜 내려보내야 한다"면서 "많은 의료진들이 선의와 희생 정신으로 대구·경북 지역에 가려고 하는데, 정부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면서 이들을 여기에 동참시킬 수 있는 조직적 방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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