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자신의 보석 심문기일에서 '증거인멸' 가능성을 두고 검찰과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2시 임 전 차장에 대한 보석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앞서 임 전 차장은 2018년 10월 27일 구속된 후 약 1년 4개월 넘게 구속상태로 재판을 받아오다 지난 3일 법원에 보석 청구서를 제출했다.
이날 재판은 임 전 차장의 '증거인멸 우려'가 최대 쟁점이 됐다.
우선 임 전 차장 측은 구속상태로 오랜 기간 재판을 받아왔으며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보석 허가 예외를 인정하는 6가지 조건을 언급하며 "임 전 차장이 증거인멸 염려 외 나머지 다섯가지 조건에는 해당사항이 없다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며 "결국 증거인멸 염려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 95조는 보석 허가 예외 조건으로 △사형, 무기 또는 장기 10년 이상의 징역·금고죄를 범한 경우 △누범 혹은 상습범인 경우 △증거인멸 염려가 있는 경우 △도망 염려가 있는 경우 △주거가 불분명한 경우 △피고인이 피해자 혹은 참고인에 해를 가할 염려가 있는 경우 등 6가지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이어 "변호인 측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의 신빙성을 의심하는 게 아닌 반대로 증거를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며 "진술의 경우 그 내용이 무죄의 근거이며 서류의 경우 검찰과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사건의 증인들 대부분은 판사나 국회의원들로 이들의 신분을 볼 때 피고인이 회유를 해 사실과 다른 증언하도록 할 일은 만무하다. (서류 증거인) 보고서 등을 인멸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증거인멸 우려를 부인했다.
아울러 변호인 측은 임 전 차장이 공범이나 관련자 접촉금지 등 제한조건도 법원의 의견에 따를 것이며 방어권 행사 차원의 보석 요구임을 강조하면서 임 전 차장이 고혈압 등 질환을 가진 점도 덧붙였다.
임 전 차장 또한, 직접 재판부에게 "증거인멸 우려라는 것은 피고인이 부정한 영향을 미쳐 재판부의 사실인정을 침해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며 "피고인이 방어권 행사를 위해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 등만으로는 증거인멸 우려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 측은 임 전 차장에 대한 두번째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현재까지 어떠한 사정 변경도 없었다는 것을 근거로 구속 재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검찰은 "공소 관련 범죄사실 우려에 대한 충분히 소명돼 추가 영장이 발부된 후 구속사유 관련 아무런 사정 변경도 없었다"며 "피고인 측의 재판부 기피신청에 따라 지난 1월 30일 대법원에서 기각이 최종확정될 때까지 아무 심리도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임 전 차장의 주장과 달리 관련자와 입을 맞추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상당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검찰은 "혐의 상당 부분을 전현직 법관 등의 진술로 입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임 전 차장의 보석은) 참고인과 공범의 진술에 부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피고인이 법원행정처 고위직으로 긴 기간 재직한 점을 고려하면 (참고인인) 심의관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불구속일 경우 이 위험성은 더 커진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을 모두 청취한 뒤 "구속 후 경과된 시간과 증거인멸 간 연관성에 대해 추가 의견서를 제출해주면 신속히 검토하겠다"며 이날 심리를 마쳤다.
임 전 차장에 대한 보석 허가 여부는 이르면 다음 공판기일인 오는 16일 이전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