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신천지대책연합(신대연) 등이 서울시청 앞에서 신천지 위장단체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의 법인 취소를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2014년부터 서울시에 HWPL이 목적 외 활동을 한다며 법인 취소를 요구해 왔다. (사진=바로알자 사이비 신천지 제공)
서울시가 이미 7년 동안 이단 신천지 위장단체의 포교 정황을 파악하고, 법인을 취소해야한다는 각계 요구를 접수했지만 이를 철저히 뭉개 온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신천지의 실체가 밝혀진 최근에도 서울시는 위장단체의 법인 취소 절차는 진행하지 않고 있었다.
◇ "HWPL 신천지 위장단체 법인 취소" 7년간 요구…서울시, 활동 알고도 "검토중" 답변만
1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신천지 위장단체로 알려진 사단법인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은 지난 2013년 6월 서울시로부터 비영리법인 설립을 허가받았다.
당시 HWPL은 이만희(88) 교주를 대표로, '중국 동포 대상 한국어 지도·문화 교류·의류 및 곡물지원 봉사', '필리핀·스리랑카·사우디아라비아와 문화교류', '국제연대 사업' 등을 목적 사업으로 내세웠다. 종교 활동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HWPL은 승인받은 목적 사업과는 별개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2014년부터 매년 '종교대통합 만국회의'를 개최하는가 하면, HWPL의 이름으로 장소를 대관한 뒤 그곳에서 신천지 행사를 열었다.
이에 신천지 피해자모임인 신천지대책전국연합(신대연) 등은 2014년부터 서울시에 "HWPL의 사업목적 그 어디에서 '종교대통합'은 없다"며 법인 허가를 취소해 달라고 민원을 넣고 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갔다. 민법 제38조에 따르면,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의 조건에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주무관청이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신천지 위장단체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이 2013년 서울시로부터 법인 설립 허가를 받을 때, 목적 사업에 '종교'와 관련한 활동은 없다.(사진=바로알자 사이비 신천지 제공)
지속적인 문제제기에 서울시는 2014년 8월 신대연 측에 공식 답변을 보냈다. 시는 "HWPL이 포교 활동 등 법인 설립 목적 외 활동을 하는 것으로 추정 가능하다"며 "정확한 판단을 위해 해당 법인에 서류 제출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서울시도 법인 목적 외 포교 활동을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어떤 행정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HWPL은 버젓이 종교대통합 만국회의를 개최하는 등 활동을 이어갔다. 그 사이에 신천지는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서 급속도로 세를 불려갔다.
신천지 피해자들은 지난 수년간 서울시에 민원을 넣고 1인 시위를 이어가는 등 항의했다.
그러자 서울시는 3년이 지난 2017년 12월에도 민원에 답했는데 내용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었다. 서울시는 "'종교대통합 만국회의'를 주최하는 것이 목적 사업에 위배되는지 여부는 관련 자료를 토대로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법인에 관련 자료를 재차 요청할 계획이며, 검토 결과를 토대로 필요한 행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그간의 과정을 종합하면, 서울시는 무려 7년간 꾸준히 제기된 민원을 묵살하면서 HWPL의 법인을 유지했다. 코로나 19 사태가 터진 최근까지도 시는 법인 취소를 검토하지 않고 있었다.
신천지 교주 이만희가 2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고성리 평화연수원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해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신천지대책聯 "사실상 서울시가 신천지 키운 것"…서울시 "증거 확보해 재검토"신대연은 서울시가 사실상 신천지의 위장단체 활동을 방치했고 불법을 묵인해, 지금의 신천지를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신대연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신천지가 위장단체를 만들기 시작한 이후부터 교세가 2~3배 증가하기 시작했다"면서 "서울시가 신천지를 키운 것과 마찬가지다. 위장단체를 막을 법률적 규제가 충분했음에도 하나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7년간 해당 법인의 문제점을 지적했음에도 이를 뭉갠 서울시 공무원을 직무유기로 처벌해야 한다. 서울시의 조사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서울시의회 및 감사원의 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순히 법인 취소가 아니라 법인의 불법성을 밝혀내 '무효'를 해야 한다"며 "무효화를 통해 위장단체들이 지금까지 정부를 속여 지원금을 받아 온 것을 모두 돌려받아야 한다"고 의견을 내놨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민간이 만든 법인을 행정기관이 강제로 조치하기는 쉽지 않다. 그 기준이 엄격하다"며 "2017년에 해당 법인의 활동이 목적 사업에 위반하는지 법률 자문을 맡겼는데, 법인을 취소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고 의견이 모였던 걸로 안다"고 해명했다.
시 관계자는 관련 CBS 취재가 이어지자 "해당 법인이 목적 외 사업을 하는지는 앞으로 증거를 좀 더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법률적으로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선교를 목적 사업으로 내건 신천지 법인 '새하늘새땅증거장막성전예수교선교회'(대표 이만희)의 허가 취소만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신천지가 코로나19가 확산하는데도 신도명단을 불성실하게 제출했고, 전수조사 거부와 위장시설에서의 포교·모임 행위 등으로 '공익을 해쳤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