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 (사진=송호재 기자)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한 시민단체가 10일부터 진행되는 사전투표를 '부정선거'로 규정하며 사전투표 불참을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런 주장에 대해 고발 등 강경하게 조치한 반면 부산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부산 남구선거관리위원회와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4일 부산의 한 도시철도역 인근에 중년 남성 2~3명이 피켓을 들고 홍보에 나섰다.
'공정선거지원단'이라는 단체 이름으로 만들어진 이 피켓에는 '구멍숭숭, 사전투표', '부재자가 아니면 사전투표 No' 등 자극적인 문구가 적혀 있다.
10일부터 이틀 동안 진행하는 사전투표가 부정선거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사전투표에 참여하면 안 된다는 취지였다.
이들의 황당한 주장은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로 접수됐다.
현장에 나간 남구 선관위 관계자들은 이들 표현 가운데 사전투표와 관련해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사전투표에 참여하지 말라는 주장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남구선관위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이들에게 해산을 지시한 뒤 사건을 마무리했다.
남구선관위 관계자는 "당시 신고를 접수해 경찰과 함께 현장을 확인했다. 사실이 아닌 홍보 문구가 있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철수하라고 했다"며 "하지만 사전투표에 참여하지 말라는 주장은 이미 중앙 선관위가 문제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 시민단체가 사전투표는 부정투표로 이어진다며 사전투표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사진=공정선거국민연대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이와 비슷한 주장에 대한 중앙 선관위 대처는 달랐다.
중앙선관위는 지난달 "사전투표는 조작 가능한 부정선거"라는 의혹을 유포하고 인쇄물을 배부한 6명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 조치했다.
사전투표와 관련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유포하는 행위는 명백한 투표 방해 행위라는 게 중앙선관위 입장이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최근 사전투표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 6명을 고발 조치한 바 있다"며 "이들은 사실과 다른 근거를 바탕으로 선거인들이 사전투표에 참여할 자유를 방해하고 선동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역 선관위가 공정하게 선거를 관리하고 투표를 독려해야 하는 본분을 다하지 않고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일반적으로 지역 선관위는 중앙의 해석이나 결정을 인용해 판단을 내리는 게 기본"이라며 "비슷한 투표 방해 행위에 대해 중앙과 다르게 대처한 지역 선관위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해당 시민단체의 행위는 명백한 투표 방해임에도 불구하고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은 선관위가 본분을 다하지 않은 것"이라며 "특히 일부 지역 시민단체 집회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대처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이중잣대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남구 선관위 관계자는 "당시 피켓을 들고 홍보하던 분들은 선관위 계도에 따라 곧바로 해산했기 때문에, 다른 조치는 하지 않았다"며 "같은 문제가 반복되면 상황에 따라 계도 이상의 조치를 하도록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른바 '공정선거국민연대'라는 시민단체는 사전투표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전국에서 이어가고 있다.
이들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에는 '금번 4·15 총선에서 역대급 투표 조작이 예상된다', '투표를 조작하는 현장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제보하면 현상금 1억원을 주겠다' 등의 자극적인 공지사항까지 버젓이 올라가 있다.
해당 단체 관계자는 "투표용지를 현장에서 인쇄하고, 이를 식별하는 바코드에도 문제가 있다"며 "선관위에 이런 문제를 제기하며 공개적인 대화를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