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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방역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검사량을 줄여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를 낮추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대응지침을 개정해 의료진이 진단검사를 실시하는 데 부담을 주고 있다는 취지인데, 지난 달 초였던 지침 개정 시점이나 개정 이후 상황을 고려할 때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주장으로 여겨진다.
해당 논란의 시작은 한 의사가 지난달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삭제한 글이다.
그는 "검사를 안하고, 아니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총선 전까지는 검사도 확진도 늘지 않을 것 같습니다"라며 "이전에는 의사 소견에 의심되면 검사가 가능했는데 지금은 CT나 X ray에서 폐렴이 보여야 검사가 되고, 그냥하려면 16만원이 부담되기 때문에 노인분들은 대부분 검사를 거부합니다. 요양병원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병원을 처벌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고요"라고 적었다.
현재 이 글은 지워졌지만, 중앙일보가 13일 해당 글을 인용하며 "총선 다가오자 마술처럼 급감…'코로나 검사 축소'의혹 진실은"이라는 기사를 작성해 다시금 논란에 불을 붙였다.
기사는 코로나19 대응지침이 6판에서 7판으로 개정되며 의료진들이 진단검사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기존에는 의사 소견에 따라 코로나19가 의심되면 누구나 검사를 할 수 있었지만, 7판부터 '원인 미상 폐렴 등 코로나19가 의심되는 자'라는 표현이 붙으면서 폐렴이 나타나야 검사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총선을 앞둔 정부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거론하며 실제로 지침 개정 이후 검사 건수와 확진자 수도 감소했다며 검사 축소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11일에도 해당 SNS 글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다시 이를 인용해 보도가 나온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 상태다.
코로나19 대응지침 6판에서는 '의사의 소견에 따라 코로나19가 의심되는 자'를 조사대상 유증상자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달 2일부터 적용된 7판에는 '의사의 소견에 따라 원인미상폐렴 등 코로나19가 의심되는 자'를 조사대상 유증상자로 규정한다.
두 문장의 차이점에 대해 지난 11일 중앙방역대책본부 권준욱 부본부장은 "예시를 든다는 차원에서 원인미상 폐렴 등이라고 개정했다"며 "의사가 판단해 코로나19가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바로 의사환자라는 취지로 개정하며 의료계 및 지방자치단체와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원인불명 폐렴'이라는 표현은 대표적인 예시를 든 것일뿐 의사 판단에 따라 의심되면 누구든 진단검사를 할 수 있다는 내용에 변함은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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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중앙일보 기사는 '1일 누적 검사 건수는 3월 3일 3만 5555건으로 정점을 찍는다. 신천지 조사가 마무리된 3월 10일에 1만 8452건으로 줄어든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3만 5555건 이라는 수치는 1일 누적 검사 건수가 아닌 당일 '검사 중' 상태에 있는 수치를 뜻하며 해당 통계는 3월 초 오류가 존재했었다. 당시 질본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대구 지역 환자 폭증으로 결과를 제때 등록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해, 데이터가 입력되지 못하고 '밀리는' 현상이 벌어졌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대구의 의심환자 증가가 절정에 달하고, 이미 조치는 끝났는데 일손 부족으로 결과를 입력 못한 케이스까지 겹쳐 수치가 유달리 더 높았다는 뜻이다. [관련기사:입력 밀렸던 탓에 갑자기 늘어난 코로나19 '결과 음성' 통계]
실제 지침 개정으로 인한 의료진의 부담감이 입증되려면, 개정 이후 일선 의료기관 및 보건소가 매일 신고해 검사 대상이 되는 의심환자의 감소가 나타나야 한다.
하지만 중앙일보의 주장과 달리 신규 검사 대상은 3일(1만 6천여명), 4일(1만여명), 5일(9천여 명)에 줄어들다가 6일이 되자 1만 8천 여 명으로 급증하는 등 들쭉날쭉한 경향을 보인다.
등락을 거듭하던 신규 의심환자가 확실하게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7판 개정 이후 한 달이 지난 4월 둘째주다. 3월 넷째주 일평균 8908명이던 의심환자 신고건수가 4월 첫째주 일평균 9584건으로 늘고 4월 둘째주 7627건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의료진들이 지침개정 1달이 훨씬 지나서야 7판 지침에 부담을 느껴 보건당국에 신고하고 진단검사를 소홀히 하기 시작했다면 모순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여기에 중앙일보는 '여전히 일선 의사들이 개정 가이드라인에 검사 부담을 느끼고, 적잖은 국민들이 보건소와 선별진료소에 가면 코로나19 검사를 잘 안 해준다'고 불만을 토로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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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에 대해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감염내과 교수는 "지침이 원인미상 폐렴을 진단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아니고 실제 현장에서 그렇게 하지도 않는다"며 "병원 내 선별진료소는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은 모두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하고 있으며 7판 개정 직후 환자 수가 줄어들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정부는 현재까지 의료기관의 검사 요청을 삭감한 사례가 전혀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물론 최근 신규확진자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신규 의심환자도 큰 폭으로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정부는 국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해준 결과이자 대규모 집단감염이 사그라들었기 때문이라 분석하고 있다.
다만, 의심환자 수 감소와는 별개로 검사의 절대적인 양까지 줄어들었다고는 볼 수 없다. 질본 정은경 본부장은 "저희에게 의심환자 신고로 올라오지 않는 사례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하루에 적어도 한 1만 5천 건 정도의 검사가 현재도 진행은 되고 있다"고 밝혔다.
통계로 발표되는 검사건수 외에도 확진자의 접촉자·요양병원 등 취약시설 전수검사·해외입국자 전수검사·격리해제 전 진단검사 등을 포함할 경우 매일 1만 5천건 가량의 검사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도 "매일 1만 5천건 사이에서 일정 검사 검수가 이뤄지기 때문에 정부가 특정 의도를 갖고 검사 건수를 줄였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해당 의혹에 동의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