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서울에 거주하는 저소득가구 5가구 중 에어컨을 보유한 곳은 1가구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5일 서울연구원 '서울시 저소득가구 에너지소비 실태와 에너지빈곤 현황'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가구,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가구의 에어컨보급률은 가구당 0.18대로 조사됐다. 이는 전체 가구 평균인 가구당 0.89대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다.
서울연구원은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최근 3개월간 소득이 중위소득 50% 이하인 가구 602곳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연구에 따르면 서울시 저소득가구 18.1% 가구가 에어컨을 보유하고 있었고 2대 이상 보유한 곳은 없었다. 이들은 평균적으로 2015년 에 제조된 에어컨을 갖고 있었으며 연평균 69.5일 가동했다.
다만 선풍기는 모든 가구에서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가구소득이 낮고 가구원수가 적을수록 선풍기 보유대수와 가동일수, 가동시간이 현저히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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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구원은 저소득가구의 낮은 에어컨보급률 등으로 여름철 에너지빈곤율이 다른 계절에 비해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고 봤다.
정부나 에너지사업자 등으로부터 받는 감면 등을 제외하고 서울시 저소득가구가 실제 지출하는 에너지비용은 원평균 3만6200원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는 차상위계층의 월평균 지출액(3만4900원)이 가장 낮았다. 여름철 냉방비용뿐만 아니라 도시가스와 전력 등 지출도 기초생활수급가구보다 낮았다.
서울연구원은 현재 에너지복지 정책의 수혜대상과 지원규모가 대부분 기초생활수급가구에 집중돼 있어 차상위계층은 일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분석했다. 정부 등은 주로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에너지요금 감면, 에너지바우처 등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연구원 측은 "상대적으로 에너지복지 혜택을 적게 받는 차상위계층은 요금 부담으로 인해 에너지 소비를 줄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 경제적인 이유로 냉방 에너지 부족을 경험한 가구는 전체의 37%를 차지했다. 에너지부족을 경험한 기간은 평균 1개월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폭염이나 한파 시 주로 은행이나 마트(23.1%), 공원(18.3%)을 방문해 에너지비용을 절감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무더위쉼터(9%), 지인 집(8.3%), 경로당(7.6%), 사회복지관(7.1%) 순이었다.
특히 기초생할수급가구는 다른 유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더위쉼터나 경로당 등을 방문하는 비율이 높았다.
서울 여의도의 뜨거워진 도로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지난 2년간 폭염으로 인한 건강이상을 경험한 가구는 2%로 나타났다. 대부분 고열로 인한 탈진이었다. 같은 기간 폭염이나 한파로 인한 질병으로 병원을 방문한 가군느 33.9%에 달했다.
연구원은 서울의 주거비가 높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저소득가구의 에너지빈곤율이 30%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정부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빈곤 기준(TPR:소득 10% 이상을 냉난방 에너지에 지출하는 가구)에 따르면 저소득가구 중 에너지빈곤 가구의 비율은 1.3%에 불과하다. 그러나 국내 상황을 잘 반영하고 유럽연합에서도 사용하는 지표(2M:소득 중 에너지비용 지출 비율이 전국 중윗값의 2배 이상)를 적용하면 비율은 12.5%에 달한다. 여기에 서울시 주거비 등을 고려해 월세 등을 차감하면 서울 저소득가구 에너지빈곤 가구 비율은 29.2%까지 치솟는다.
연구원은 에너지빈곤에 영향을 미치는 향후 기후변화, 부동산 거시경제 등 외부요인에 대한 장기 전망은 부정적이지만, 적극적인 에너지복지 정책을 펼칠 경우 일부 개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현행 에너지복지 정책으로도 서울 저소득가구 중 에너지빈곤 가구의 비율을 20%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더해 서울시와 정부의 적극적인 추가 정책이 필요하다고 연구원 측은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서울시 가구당 월평균 3~4천원 정도의 에너지복지 지원이 추가로 이뤄질 경우 저소득가구가 에너지빈곤에 처할 위험을 2배 가량 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