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석에 세워진 마네킹. (사진=연합뉴스)
K리그 대표 구단인 FC서울의 리얼돌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있다. 코로나19 속 재개된 한국 스포츠 경기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각종 외신 보도가 이어진 데다가 거짓말 의혹까지 불거졌다.
FC서울은 지난 17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광주FC와 K리그1(1부리그) 2라운드 경기를 가졌다. 해당 경기는 코로나19로 인해 당연히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리그 홈 개막전을 맞이한 FC서울은 비어있는 홈 서포터스석에 '리얼 마네킹'이라고 이름 붙인 마네킹들을 앉혔다. 그러나 경기 후 네티즌들로부터 해당 마네킹들이 '리얼돌'(실제 사람과 유사하게 제작된 성인용품)이라는 비난에 휩싸였다. 이 마네킹들은 성인용품 모델명이나 성인방송 BJ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어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이날 영국 일간지 '더 선'(THE SUN)은 '한국 축구팀 FC서울이 성인용품 업체 광고로 리얼돌을 빈 경기장에 채우는 것에 대해 사과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더 선'은 "SNS에서 해당 인형을 두고 실물 크기의 '리얼돌'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팬들은 '그것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만약 그렇다면 큰 수치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야후 스포츠 역시 '망신: 수치스러운 리얼돌 실수에 책잡힌 축구'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관련 논란을 자세히 다뤘다.
야후 스포츠는 "관중들을 마네킹으로 대체하려는 K리그의 기괴한 발상은 FC서울이 '리얼돌'을 관중석에 올리는 당황스러운 역효과를 냈다"라고 꼬집었다.
영국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츠 바이블'은 FC서울이 선택한 리얼돌에 대해 '소름끼치는 인형'이라고 평했다.
'스포츠 바이블'은 17일 기사에서 "FC서울은 경기 도중 팬을 대체하기 위해 관중석에 실물 크기 여성 인형을 배치해 모두를 소름끼치게 했다"면서 "FC서울은 코로나19로 빈 관중석을 채우는 게 항상 긍정적인 것은 아님을 증명했다"라고 일침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FC서울은 SNS 공식 계정에 사과문을 올렸다.
FC서울은 "응원 마네킹으로 팬 여러분들께 깊은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서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우려하시는 성인용품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제품들이라고 처음부터 확인했다 '달콤'이라는 회사에서 제작했고, 의류나 패션업체를 대상으로 한 제품이라고 소개를 받았다. 몇 번이고 성인용품이 아니라는 확인과정을 거쳤다"고 해명했다.
해당 마네킹들이 성인용품 모델명이나 성인방송 BJ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달콤'이라는 회사에서 BJ를 관리하는 '소로스'라는 업체에 기납품했던 마네킹을 되돌려받은 제품들을 경기에 설치했다. 그 과정에서 성인제품과 관련있는 '소로스'의 이름과 이들이 관리하는 BJ의 이름이 들어간 응원문구가 노출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달콤'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이 같은 해명은 또 한번 거짓말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 마네킹을 제작했다는 ㈜달콤(DALKOM·The Dalkom)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리얼돌을 비롯한 성인용품을 개발·제조하는 브랜드'라고 명시돼 있다.
무관중 경기로 인해 관중석을 채우는 구단들은 많지만, 대개 구단의 마스코트 인형이나 상징물을 앉힌다. 외부업체의 후원이라면 더욱 꼼꼼한 검토가 이뤄졌을텐데 ㈜달콤의 홈페이지 소개글만 봐도 해당 업체의 성격을 모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설사 '리얼돌'임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더라도 왜 관중을 대신한 이들이 대다수 '여자' 마네킹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축구팬들도 많다. FC서울 측의 '성인지 감수성'을 두고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다.
한 네티즌(아이디: ye****)은 "FC서울의 리얼돌 해명은 해당 업체 홈페이지 및 SNS를 봤을 때 거짓말로 보인다. '달콤'과 '소로스'는 사실상 같은 회사이고 리얼돌 전문 업체"라며 "설령 저 인형들이 그냥 마네킹이라고 해도 '왜 하나 빼고 전부 여성인지'에 대한 해명이 없다. FC서울이 여성팬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보이는 지점"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