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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40주년, 전두환의 사라진 흔적과 잔재들

사건/사고

    5·18 40주년, 전두환의 사라진 흔적과 잔재들

    현충원 현판, 남극기지 표지석, 청남대 동상 철거
    전두환 생가 보존…안내판엔 "국가 위기 수습해 대통령 추대"
    5월 단체 "내란목적 살인 확정된 사람…흔적 없애야"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씨가 지난달 27일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마친 뒤 광주 동구 광주지법을 나서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현충원, 남극, 청남대.

    아무런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세 장소에 공통점이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흔적'이 30년 넘게 유지돼 왔고, 최근 모두 철거가 결정됐다는 점이다.

    ◇5·18 40주년 맞아 잇단 '전두환 흔적 지우기'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전직 대통령인 전두환씨 흔적 지우기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선 국립대전현충원 현판이다. 국가보훈처는 지난 8일 대전현충원 현판과 헌시비를 안중근 글씨체로 바꾼다고 밝혔다. 대전현충원 현판과 헌시비는 지난 1985년 준공 당시 전씨가 직접 쓴 글씨로 만들어졌고, 이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런 사실은 지난해 CBS노컷뉴스 보도로 뒤늦게 알려졌다. 보훈처와 현충원 관계자들은 현충문 현판이 전씨 친필이라는 것을 인지하고도 오랫동안 묵인해 왔다. 이후 5월 단체, 시민사회 등 각계에서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결국 정부의 철거 결정까지 이어진 것이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현판은 지난해 안중근 의사 의거 11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안중근체' 폰트로 선정됐다.

    현재 대전현충원에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친필 현판(위)과 교체 예정인 안중근체 현판 시안. (사진=연합뉴스)

     

    ◇남극기지 표지석-청남대 동상 모두 철거 수순

    남극 세종과학기지에도 '세종'이라는 전씨의 친필 글씨가 있었다.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가 1988년 2월 세운 남극 기지의 표지석에 전씨의 한글 휘호 '세종' 동판이 붙어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즉시 철거 결정을 내렸다. 해수부 관계자는 "5·18 40주년을 맞아 해당 동판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자체도 흔적 지우기에 동참했다.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에 있는 2.5m 높이의 전씨 동상 얘기다. 이 동상은 2015년 1월 역대 대통령 10명의 동상을 세우며 함께 만들었다.

    충북도는 청남대의 전씨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동상을 동시에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위민위향(爲民爲鄕·국민을 위하고 고향을 위한다)'. 전씨 동상 옆 표지석에 새겨진 글귀다. 결단력 있는 리더로 전씨를 미화한 기록화도 있다. 충북도는 이런 업적 관련 게시물도 없애기로 했다. 이들의 이름을 딴 '대통령 길'도 다른 이름으로 바뀐다.

    전북 장수군에서는 주민들이 '1999년 전두환' 이름이 함께 쓰인 논개 생가터 정자의 현판을 뗐다. 백담사는 전씨 부부가 1988년 11월부터 1990년 12월까지 생활하며 사용한 물품을 모두 치웠다. 지난 30년간 전시하다 5.18재단 요청을 뒤늦게 수용한 것이다.

    철거 결정된 전두환(좌)·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 (사진=연합뉴스)

     

    ◇전두환 생가·일해공원 등 곳곳 남은 흔적들…5월 단체 "전부 없애야"

    아직 못 다 지운 '흔적'들도 많다. 경남 합천에 있는 전씨 생가가 대표적이다. 합천군이 1983년 본채와 곳간, 헛간 등 건물 4동을 복원해 현재까지 관리하고 있다. 처음 복원에 6천만원이 넘는 돈이 들었고, 초가지붕을 교체하는 등 시설 유지 관리비로 지금까지 수억원의 세금이 쓰였다.

    이곳은 유적지나 관광지처럼 보존이 돼 있다. 수십년째 그대로인 안내판에는 '국가의 총체적 위기를 수습하는 데 역할을 해 대통령에 추대됐다'는 허위사실이 적혀있다. 퇴임 후에 대해서는 '정치적 공격을 받아 4년 넘게 유폐생활과 옥고를 치렀으나, 평화적 정권 이양의 전통을 세워나가기 위한 진통으로 여겨 모든 어려움을 감내했다'고 나온다.

    전씨의 아호(일해)를 딴 '일해공원'도 있다. 도비 20억원 등 총 60억원이 넘는 돈으로 만든 공원이다. 합천군 세금 3천만원이 들어간 표지석도 세워져 있다.

    이밖에 인천 흥륜사 '정토원' 현판, 전남 장성 상무대 법당의 '전두환 범종' 등도 있다. 서울 국립중앙도서관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기념석에도 전씨 흔적이 남아있다. 국사편찬위원회에도 1997년 3월 전씨가 기념식수한 소나무가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문화재제자리찾기가 국사편찬위원회를 상대로 직접 확인을 해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대통령 전두환 씨가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한 지난해 3월 11일 오후 광주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규탄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퇴임 후 전씨가 직접 남긴 회고록은 숱한 논란을 낳고 있다. 전씨는 회고록에서 5·18 당시 군의 헬기 사격을 직접 봤다는 고 조비오 신부의 말이 파렴치한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전씨가 조 신부의 명예훼손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는 배경이다.

    5월 단체 등 관련 단체들은 대통령 예우가 박탈된 전씨의 흔적 보존에 매년 세금이 들어가는 현실을 지적한다. 5·18 기념재단 조진태 상임이사는 "전두환은 내란목적 살인죄가 확정된 사람이다.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는 기념물과 흔적들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하루라도 빨리 조사를 통해 철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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