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근무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 송파구 장지동 마켓컬리 상온1센터 물류센터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긴급 방역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육아휴직하며 8개월 아들을 키우고 있는 정모(34)씨는 오늘 배송받은 마켓컬리 박스를 뜯지 않고 현관문 앞에 그냥 뒀다.
아기 이유식 재료를 주문 후 배송을 기다리고 있던 중 마켓컬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는 알림 문자를 받았던 것.
불안한 마음에 홈페이지에 접속한 정씨는 지난 24일 장지동 상온1센터 물류센터에 출근한 일용직 근무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마켓컬리는 전날인 26일 23시 이후 주문한 상온제품은 미출고되며 27일 오후 3시부터 세스코 전면 방역을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포장되어 있지 않은 식품 등 방역이 불가능한 상품은 전부 폐기하는 한편, 안전하게 배송할 수 있는 환경이 될 때까지 상온1센터를 폐쇄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씨는 "아기 데리고 마트 가기가 조심스러워서 마켓컬리에서 장을 자주 보는데 확진자가 나오니까 너무 찜찜하다"며 "지금 물품을 반품할 지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신모(39)씨도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마트를 가지 않고 대부분 인터넷으로 장보기를 해 왔는데 물류센터 확진 소식에 배송시키기도 겁이 난다"며 "오히려 마트를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고 한숨을 쉬었다.
경기도 부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한 27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 담장에 운영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쿠팡과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 업계가 새로운 집단 발원지로 지목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이 가중되는 가운데 업계에는 방역 비상이 걸렸다.
수도권 외곽에 위치한 물류센터의 특성상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근로자의 비중이 높고, 식당이 멀어 다수의 직원이 구내식당을 이용하면서 바이러스가 급속히 전파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27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직원 32명이 확진된 쿠팡의 경우, 구내식당과 흡연실, 셔틀버스, 작업장 등 사내 공용공간에서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바이러스가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콜센터처럼 물류센터도 특화된 방역지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커머스 업계도 추가 확진자를 막기 위해 방역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SSG닷컴은 물류센터인 네오 001~003의 외부 출입을 통제하고 협력업체와 외부 방문자가 출입할 때는 방문객 기록 및 체온을 확인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하루 한 차례 실시하던 배송차량 방역을 지난 25일부터 하루 두 차례로 늘렸다.
SSG 관계자는 "네오 입구 및 탈의실 앞과 각 층별 내부 동선 곳곳에 열화상 카메라를 배치해 체온 변화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