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휴교령 때문에 두 달 넘게 찌아찌아어 한글 수업은 못 하고 있지만, 현지인 교사 양성과 구전설화 수집에 집중하고 있어요."
인도네시아 동남 술라웨시주 부톤섬에서 11년째 찌아찌아어를 한글교재로 가르치고 있는 정덕영(59) 선생님은 30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근황을 전했다.
찌아찌아족은 우리나라의 '한글 수출' 1호 사례로 꼽힌다.
문자가 없는 찌아찌아족은 2010년부터 초등학교 3∼5학년을 대상으로 반별로 일주일에 1시간씩 한글교재로 찌아찌아어 수업을 하고 있다.
사라지는 찌아찌아어를 보존하고자 훈민정음학회가 한글로 교재를 만들어줬고, 정 선생님 지인들이 만든 '한국찌아찌아문화교류협회'가 기부금으로 모든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찌아찌아족 학생들은 로마자를 표기 문자로 쓰는 인도네시아어로 수업을 받는다. 다만, 찌아찌아어만 한글 교재로 배우는 것이다.
예컨대 '안녕하세요?'를 인도네시아어로 쓰면 'Apa kabar?'이지만, 찌아찌아어로 쓰면 '마엠 빠에 을렐레'가 된다.
정 선생님은 "지난 3월 23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부톤섬의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며 "찌아찌아족 요청에 따라 수업 대상을 기존 3개 초등학교에서 4개 초등학교로 늘리려던 시점에 수업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찌아찌아족이 모여 사는 소라올리오 마을의 까르야바루초등학교와 부기2 초등학교, 바따우가군의 라웰라 초등학교에서 1천여명이 찌아찌아어를 한글교재로 배웠다.
또, 인근 2개 고등학교는 제2외국어로 '한국어' 수업을 채택하고 있다.
정 선생님은 "휴교령 기간에 현지인 찌아찌아어 교사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며 "보조 교사 3명의 한글 심화학습과 함께 새로운 교사 양성을 위한 한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10월 한글날을 맞아 연합뉴스 특파원이 찌아찌아족 한글 교육 현황을 방문 취재해 연속 보도한 뒤 "찌아찌아족 한글 교사로 봉사하고 싶다"는 문의가 많았다.
하지만, 협회 측에서는 당분간은 현지인 교사 양성이 현실적으로 지속 가능한 방법이라며 정중히 사양했다.
정 선생님과 인도네시아인 보조 교사 3명은 최근 재인도네시아 한인상공회의소(코참) 소속 기업인들로부터 노트북 3대와 찌아찌아어 한글교재 230권 제작비를 지원받았다.
정 선생님은 보조 교사들이 찌아찌아족 구전 설화와 동요를 수집해 문서작업을 하고, 수업 준비를 하는데 노트북이 필요하다며 코참에 중고 노트북을 구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이에 코참 소속 한인 기업가, 임원인 김호권·이강현·박길용 등 세 명이 "어려운 상황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성금을 모아 전달했다.
찌아찌아어 보조 교사 리스나는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며 감사를 표했다.
정 선생님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7월에 개학할 준비를 한다는데,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며 "빨리 학생들과 만나고 싶어 답답하긴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교사 양성과 수업 준비에 더 집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