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새벽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달라며 신청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26일 열린다.
대검찰청은 15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주임검사와 삼성 측에 수사심의위 기일을 이달 26일로 정해 통보했다. 이 부회장 측은 지난 2일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고, 11일 부의심의위원회가 수사심의위 개최를 최종 의결했다.
현재 대검은 각계 전문가 150명 가운데 수사심의위에 참석할 위원 15명을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위원들은 심의 기일에 수사팀과 이 부회장 측이 제출한 A4 용지 30쪽 이내의 의견서를 검토해 기소 또는 불기소 여부를 판단한다.
수사심의위의 판단은 권고 사항일 뿐이라 수사팀이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결론은 심의위가 열리는 당일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기소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이 부회장 측은 불기소 판단을 이끄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한 가운데 수사심의위 수장인 양창수 위원장(전 대법관)을 둘러싼 자격 논란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양 위원장은 대법관 시절인 2009년 5월 경영권 승계 차원에서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이 부회장 등에게 헐값 매각한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다수의견을 냈다.
또 지난달 22일에는 해당 판결을 언급하며 한 신문 칼럼에 "아버지가 기업지배권을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범죄가 아닌 방도를 취한 것에 대하여 승계자가 공개적으로 사죄를 해야 하느냐"고 썼다.
경영권 승계 논란 등에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한 직후 낸 기고문으로, 칼럼이 알려지자 양 위원장이 사실상 삼성을 옹호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뿐만 아니라 양 위원장은 이 부회장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서울고 22회 동창으로 확인됐다. 그의 처남은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서울병원장으로 파악됐다. 삼성과의 친분관계를 의심해 볼만한 대목이다.
여기에 양 위원장이 과거 '삼성 X파일'을 폭로한 고(故) 노회찬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을 뒤집고, 통신보호법 위반 혐의에 유죄 취지를 달아 사건을 돌려보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공정성 논란은 점점 거세지는 모양새다.
수사심의위 예규는 '수사, 재판에 관여한 공무원, 감정인 등'은 심의에 참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심의대상 사건의 관계인과 친분관계나 이해관계가 있어 심의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회피 신청을 하도록 돼있다.
양 위원장이 삼성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에서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심의위에 참여하는 것을 스스로 회피해야 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