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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제주항공이 M&A 체결 일주일 뒤 405명 인력감축, 셧다운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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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타항공 "제주항공이 M&A 체결 일주일 뒤 405명 인력감축, 셧다운 요구"

    이스타 조종사 노조 "경영에 간섭해놓고 체불 임금은 이스타 몫? 어불성설"
    "셧다운만 안했어도 이렇게까진"…"제주, 7일 이후 입장 밝힐 것"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가 지난 3월 9일과 10일, 제주-이스타 경영진 회의에서 제주항공이 인력감축과 셧다운을 요구한 회의 기록이 나온 모니터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제공)

     

    제주항공이 임금 체불 문제 등으로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을 사실상 포기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 3월 양사 본계약 체결 일주일 뒤 경영진 간담회를 열어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측에 직접적으로 구조조정과 셧다운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조조정 등은 매각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제주항공이 이처럼 경영에 노골적으로 간섭하면서 체불 임금은 이스타항공에 돌리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이다.

    더구나 3월 말부터 시작된 셧다운을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지시한 녹취록까지 공개됐다. 만약 셧다운을 하지 않고 국내선이라도 운항했다면, 임금 체불이 수십억원 상당에까진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스타항공 노조측은 지적한다. 이에 따라 제주항공이 인수합병을 포기할 경우, 이스타항공 파산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6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지난 3월 9일과 10일에 열린 제주-이스타항공 경영진 회의 기록을 찍은 모니터 사진을 공개했다.

    9일 12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열린 경영진 간담회에서는 3가지 안건이 논의됐는데 이중 '기재 축소에 따라 직원 구조조정 요구'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이어 "구조조정에 대한 자구 계획은 있으나 급여체납으로 인해 시점이 늦어지고 있음을 전달", "추가 대여금 50억 지급 시, 이는 구조조정 관련 인건비로만 진행할 계획"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

    그리고 이같은 내용을 "김태윤 상무에게 인력조정계획안 메일 송부"라고 기록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제주항공 측에선 이석주 전 제주항공 대표와 김재천 부사장 외 3명이, 이스타항공 측에선 최종구 대표 이사 외 3명이 참석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날 회의 결과에 맞춰 운항승무직, 객실승무직, 정비직, 일반직(운항관리직 포함) 등 직군별로 희망퇴직 목표 인원과 이에 따른 금액을 잡은 구체적인 계획안까지 마련했다.

    △ 운항승무직 90명/ 21억, 기장 (33명) 부기장 (36명) 수습부기장(21명) , △객실승무직 109명/9.7억, 수석 (1명), 책임(1명), 선임(7명), 주니어(20명), 승무원(76명), 인턴승무원(4명) △정비직 17명/1.8억, 부장(1명), 차장(1명), 과장(2명), 대리(4명), 사원(7명). 촉탁직(3명) △일반직(운항관리직 포함), 189명/ 20억, 부장(7명) 차장(10명), 과장(3.3명), 대리(47명), 사원(92명) 등이다.

    목표안대로라면 이스타항공 직원 405명을 감축한다.

    이스타항공 노조원들이 지난 6월 29일 서울 방화동 본사에서 열린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의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박이삼 이스타항공 노조위원장은 "제주항공이 구조조정 비용으로 건네기로 한 50억원과 목표 보상비용 52억 5천만원이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보아 구체적인 구조조정 목표를 제주항공이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두 안건은 타이이스타 지급보증 해소 언급, 통합 협력단(임원진) 채널 생성 요청이다.

    다음날인 3월 10일에는 실무 임직원 간담회가 열렸다. 오전 11시 4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약 2시간 걸쳐 진행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스타홀딩스에서 클로징 전 잔금 일부 지급 시, 채무 변제 등의 방안으로 유동성 확보안을 제안했지만 이사회 통과 의문 및 배임 이슈 등을 들어 제안 거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비용 통제를 이유로 전노선 운휴 요청, 영업 의견을 취합해 최종 의사 결정하자는 의견 제시, 인력구조조정 요구 및 제주항공 인사팀과 이스타항공 인사팀이 조속히 실무 진행하기로 의견 나눔"이라고 적시됐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가 지난 3월 9일과 10일 열린 제주-이스타 경영진 회의에서, 제주항공이 인력감축과 셧다운을 요구한 회의 기록이 나온 모니터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제공)

     

    특히, 책임 공방이 불거지고 있는 '셧다운'을 제주항공측에서 요구한 사실이 또 드러나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회사가 인수합병되다보면 구조조정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이렇게 본 계약 체결이후, 직원 감축과 셧다운 등 회사 경영에 직접적으로 간섭해놓고, 셧다운에 따른 임금 체납은 책임지지 않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항공은 체불 임금 250억원에 대해 시종일관 이스타항공의 현 경영진과 대주주가 책임지고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이스타항공 측은 이는 사실상 계약 변경에 해당한다며 제주항공이 인수 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제주항공이 지난 3월 2일 이스타홀딩스와 체결한 주식매매계약(SPA) 상에 코로나19로 인한 추가 피해 상황에 대해 문제 삼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계약 조건에 (밀린 임금을) 제주항공이 떠맡기로 했다는 내용은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

    셧다운과 구조조정 지시에 대해서는 "3월 2일 계약은 체결한 게 아니라 체결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라면서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있고 7일 이후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내일 오전 11시 국회의원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과 함께, 이석구 전 제주항공 대표와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의 통화내용도 모두 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후 정의당과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대책위를 구성하고 제주항공에 대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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