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한석 서울시 비서실장이 10일 실종 신고 7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신인 안치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유언장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박 시장을 고소한 전 비서가 누군지 찾아내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소인 여성을 의심하거나 비난하는 등 2차 가해도 뒤따른다. 박 시장의 성추행 혐의와 관련한 수사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전망이 나오면서 고소인을 향한 2차 가해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박 시장은 지난 8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했다. 박 시장의 전직 비서로 알려진 고소인 A씨는 지속적으로 신체 접촉을 당했고, 메신저로 부적절한 내용을 전송 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정황이 알려지자 일부 커뮤니티 등에서는 박 시장을 고소한 A씨의 신상을 밝혀내자는 글이 올라오는 등 2차 가해가 이뤄지고 있다.
해당 글을 게시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A씨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며 "어제 저녁부터 지금까지 밤새 일반 시민이 접근 가능한 자료로 회의록 문답내용까지 다 뒤졌다. 같은 여자로서 제가 그분 참교육 시켜줄 거다"라고 밝혔다.
이 게시글에는 "그 인간 세상 무서운 줄 알게 해줘야지. 그렇게 당당하면 이름 밝히고 미투하든가", "상대방 인생 파멸시켰으면 자기 인생에 스크래치 날 각오는 해야지", "후보자 명단만이라도 공개해달라" 등 고소인 A씨를 비난하거나 위협하는 댓글들이 달리고 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오른쪽). (사진=자료사진)
◇전문가 "정치인 미투 2차 가해, 다른 여성들에게 '입 다물라' 경고로 작용"이러한 2차 가해는 미투가 터질 때마다 반복되는 모양새다. 특히 가해자로 지목된 대상이 유력한 정치인인 경우 미투 피해자는 일부 극성 지지자들로부터 심한 공격을 받는 등 2차 가해를 감당해야 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상습 성폭행을 폭로한 김지은씨는 안 전 지사가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에도 순수성을 의심 받는 등 2차 가해에 시달린 바 있다. 앞서 안 전 지사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해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윤지영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시장 사망의 모든 원인을 고소인 여성 탓으로 돌리겠다는 것인데, 이는 2차 가해의 전형적인 패턴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미투 피해자를 찾아내서 책임을 묻겠다는 건 직접적인 가해다. 이러한 2차 가해는 다음에 미투를 할 여성들에게 '입 다물라'는 일종의 경고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인 미투가 터질 때마다 2차 가해가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서는 "일부 극성 지지자들은 미투를 자신이 속한 정치적 진영 자체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 사건의 본질은 보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정치적 프레임에 갇혀 어떤 비판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경직된 사고가 2차 가해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미투 혐의 밝혀라", "서울특별시葬 중단하라" 요구 잇따라일각에서는 박 시장의 미투 의혹이 남은 만큼 서울특별시장(葬)과 시민조문분향소를 중단하라는 요구도 나왔다. 고려대 경영학과 이한상 교수는 "서울시장(葬)과 시민조문분향소는 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면서 "그 세금과 그 인력을 피해자 보호와 보상에 사용하라"고 요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도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박 시장이 사망하는 바람에 성추행 의혹은 수사도 하지 못한 채 종결됐지만 그렇다고 떳떳한 죽음으로 확신할 수 있냐"며 "성추행 의혹으로 자살에 이른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언론에서 국민이 지켜봐야 하나. 대체 국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건가.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해당 청원은 10일 17시 기준 13만 3천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