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경찰 두 명이 난동을 부리는 한 여성을 제압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여성 경찰관 둘이서 난동을 부리는 한 여성을 제압하는 영상이 대중에 공개되면서 또 다시 '여경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의자 제압에 대한 어려움은 성별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28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홍대에서 여경 2명이 여성 1명 제압 못하는 영상"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해당 영상에는 여성 경찰 두 명이 난동을 부리는 한 여성을 제압해 체포하기까지의 과정이 담겨 있다.
영상 초반 여성은 체포에 거부하며 거칠게 반항하는 모습이다. 이에 여성 경찰들은 해당 여성을 벽으로 몬 뒤 강경하게 대응한다. 하지만 끝까지 수갑을 차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여성. 두 여성 경찰관이 피의자의 양팔을 제압하자 남성 경찰이 수갑 채우는 것을 돕는다.
이 게시물에는 여성 경찰에 대한 온갖 조롱과 비하의 댓글들이 달리고 있다. 여성 경찰 두 명이 여성 한 명을 '힘겹게' 제압하고, 남성 경찰의 도움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댓글을 살펴보면 "체급 좋은 남경들만 뽑아라. 남경이 제압했다면 저 정도는 10초컷일 듯", "앞으로 112 신고시 필수 요청사항: 남경 보내주세요", "피의자 하나 제압 못 하는 여성 경찰관이 왜 필요하냐"와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여성 경찰은 미숙하고 신체적으로 약해 쓸모가 없다는 주장이다.
여성 경찰들이 피의자를 제압하자 남성 경찰이 수갑을 채우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비례성 원칙에 따라 피의자 제압할 수 있어…"적절한 대응한 것"하지만 전문가들은 두 여성 경찰의 대응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대경대 장철영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은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 피의자를 제압하도록 돼 있다"며 "만약 피의자 여성이 무기를 들고 있었다거나, 무력으로 덤볐다면 여성 경찰관들의 대응은 달라졌을 것이다. 이 영상에선 피의자 여성이 체포되지 않으려 버티고 있는 수준이다. 여성 경찰들은 거기에 맞는 대응을 한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실관계가 파악되지 않은 한 두 건의 사례를 보고 여성 경찰 전체를 일반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5월 온라인 커뮤니티를 한창 달군 '대림동 여경 주취자 제압 영상'이 단적인 예다. 여성 경찰이 취객에 밀쳐지고, 시민에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이 담긴 15초짜리 영상이었다. 일부 네티즌들과 유튜버들은 해당 경찰을 비판하며 여경 무용론을 펼쳐 나갔다.
하지만 전체영상을 보면 사실관계가 다르다. 여성 경찰은 주취자를 무릎으로 누르면서 제압했고, 지원을 나온 교통경찰이 그를 도와 피의자에 수갑을 채웠다. 구로경찰서는 "교통 경찰관 2명이 왔고 최종적으로 여성 경찰관과 교통 경찰관 1명이 함께 피의자를 검거했다"며 "여성 경찰관의 대응이 소극적이었다고 볼 수 없다"고 사실관계를 바로잡은 바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물리적 힘 약해 여성 경찰관 필요 없다?…"경찰의 역할 다양해", "성별 문제 아냐"
여경 무용론을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논리는 물리적인 힘이다. 그러나 경찰의 역할이 더 이상 물리적인 힘을 중심으로 한 통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영주 부연구위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치안 서비스라고 하면 통제라는 부분에 관심을 둔 측면이 크다. 그러다 보니 물리적으로 힘이 더 약하다고 여겨지는 여성 경찰에 대한 무용론이 나온다. 하지만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치안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있어, 여성 경찰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모든 경찰의 업무에 꼭 물리적인 행동이 동원되는 건 아니다. 여성청소년과의 경우 주로 성폭력, 가정폭력 등을 다뤄 여성 경찰의 비율을 보다 높이려 하고 있다. 남성 경찰의 영역으로 치부되던 형사과나 수사과 등에서도 여성 경찰을 필요로 하는 영역이 확대되는 추세다.
여성 경찰의 역할이 늘어나는데도 계속해서 여경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선 "여성 경찰 확대라는 앞으로의 변화와 맞물리면서 이에 대한 남성들의 반감이 강하게 노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 교수도 "성별의 문제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피의자라고 하더라도 제압에 있어 지나치게 무력을 사용할 수 없는 현실적 문제도 있다"며 "남성 경찰들도 주취자나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피의자를 제압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 성별의 문제가 아니다. 한 두 사례를 보고 여경 무용론으로 몰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