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의 표명한 문찬석 광주지검장.(사진=윤창원 기자/연합뉴스)
지난 7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좌천성 발령을 받은 뒤 사의를 표명한 문찬석(59·사법연수원 24기) 광주지검장이 10일 검찰 내부 통신망에 재차 글을 올리고 검사장들을 향해 "잘못된 것에는 단호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지검장은 이날 오전 내부망에 '전국 고·지검장님들께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을 글을 올려 "눈치보고 침묵하고 있다가 퇴임식에 한 두마디 죽은 언어로 말하는 것이 무슨 울림이 있겠는가"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국민들의 시선을, 여러 검사장들만을 묵묵히 보고 있는 후배들의 참담한 시선을 생각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 지검장은 특히 "정치의 영역이 검찰에 너무 깊숙히 들어오는 것 같아 염려된다"며 "우리의 정치적 중립성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우리 검사장들이 주어진 자리에서 소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사장들이 검사 답지 않은 다른 마음을 먹고 있거나 자리를 탐하고 인사 불이익을 두려워하여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총장은 무력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검사장들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문 지검장은 "검찰청법에 규정된 총장의 지휘감독권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그저 법률가 답게 검찰청법에 충실하게 총장을 중심으로 국민들이 여러분들에게 부여한 소임을 다하시고, 역사와 국민앞에 떳떳한 퇴임을 하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최근 단행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가 비정상적으로 이뤄졌다는 기존 인식을 다시 한 번 드러내면서 검사장들에게 비판적 목소리를 내 줄 것을 당부한 모양새다.
문 지검장은 인사 직후인 지난 8일에도 내부망에 글을 올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공개비판했다. 그는 당시 글에서 "그 많은 인재들을 밀쳐두고 '친정권 인사들'이니 '추미애의 검사들'이니 하는 편향된 평가를 받는 검사들을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행태에 대해 우려스럽고 부끄럽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은 무능한 군주가 무능한 장수를 등용하는 그릇된 용인술 때문"이라며 "급기야 '서초동 댕기열 사건'이라는 조롱까지 받는 천박한 지경에 이르렀으니,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검의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두고 빚어진 '육탁압색'과 '위법 압수수색' 등 일련의 논란을 저격한 것이다.
문 지검장은 검찰 안에서 금융범죄 수사 전문가로 꼽힌다. 전문성을 인정받아 2013년 증권범죄합동수사단 초대 단장을 맡았다. 2016년에는 시세조종 분야에서 국내 최초로 공인전문검사 1급인 '블랙벨트'(black belt·검은띠) 인증을 받았다.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 시절인 2017년에는 '다스'(DAS) 수사팀장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소유 의혹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지난 2월 전국 지검장 회의 때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를 거부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추 장관 취임 후 단행된 두 차례 인사로 사실상 고립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날 오후 인사 대상 고위간부들과 대검에서 접견할 예정이다. 여권을 중심으로 윤 총장에 대한 사퇴론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 자리에서 어떤 입장을 밝힐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