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보수단체의 광복절 집회에서 관계자들이 '헌금' 모금을 하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코로나19 확진의 진앙지가 된 서울 광화문 집회 과정에서 일당 5만 원과 식사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지역 노인들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8.15 광화문 집회에 지역사람들을 동원해 코로나를 확산시킨 단체 또는 개인을 처벌 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다음 달 24일까지 진행되는 청원에는 28일 오전 현재 700여 명이 동참했다.
청원인은 "전북 군산시 등 지방의 노인 등을 식사와 일당 5만 원을 제공하고 관광버스 등 교통편을 제공, 유인해 광화문 8·15집회에 참가시켰다"며 "그 이유로 코로나19 확산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 단체나 개인을 처벌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어 "군산에 사는 장모님의 전언에 따르면 장모님 지인이 '8월 15일 광화문 집회에 가면 일당 5만 원과 식사를 제공한다'면서 '서울 구경이나 다녀오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관광버스 4대가 동원 되었다는데 개인이 하기에는 너무도 조직적이고 그 많은 돈은 어디서 나왔을지 궁금하다"고 강조했다.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8·15 광복절 맞아 집회를 하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사진= 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전라북도는 도내 서울 광화문 집회 참석자를 300~400여 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45인승 버스 10여 대가 광복절 당일 아침 전주와 군산 등 전북지역에서 서울로 향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5일 오전 8시 군산공설운동장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광화문 집회에 다녀온 60대 여성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군산시 방역당국에 따르면 서울 광화문 집회에 다녀온 군산시민은 현재까지 84명이고 이 중 63명이 주최 측이 대절한 관광버스를 이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군산시 관계자는 "우리 지역에서도 관련 의혹이 소문으로만 돌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세한 내용은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광훈 목사(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반면 군산지역 인솔을 담당한 A목사는 '일당 제공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A목사는 "돈을 주거나 식사를 제공하지 않았다"면서 "유튜브 방송을 보고 모집이 이뤄졌고 버스 대절을 위해 회비 2만 원씩을 걷었다"고 말했다.
광화문 집회를 주도한 측은 전북을 비롯해 전국 단위로 버스 시간표를 만들며 인솔 담당자를 배정했다.
주최 측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라는 명의의 계좌번호를 공유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광주지역에서는 버스비 3만 원을 내면 3식 제공을 해주겠다며 광화문 집회를 모집한 정황이 드러났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최근 '8·15 국민 총동원 집회 광주 버스 광고'라는 제목의 문자메시지에는 집회 시간과 장소, 버스 회비 등이 적혀 있다.
제381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광복절 집회에 대한 질의 응답 중이다.(사진=국회 제공)
하지만 대규모 집회가 개인 회비로만 충당되기는 사실상 힘든 데다 일당과 식사 제공 의혹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광화문 집회를 주도한 배후 세력과 자금 출처에 대한 경찰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국회의원(인천서구을)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버스가 전체 몇 대 동원됐는지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며 "버스 동원 주체가 기독자유당뿐인지, 미래통합당이 관련된 사실은 없는지, 불법 자금이 있었는지 샅샅이 밝혀야 한다. 책임자를 발본색원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도 지난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광복절 열린 광화문)집회 자체의 불법성에 대한 여부를 경찰에서 수사 중"이라며 "전국적인 차원에서 버스로 동원이 됐다면 누가 지시했고 누가 사전 모의를 했는지도 수사 대상이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