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서울대병원장.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정원 정책에 반발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의 과거 주장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김 원장은 지난달 27일 교직원들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의료계와 정부가 힘을 합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파국으로 달려가선 안 된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위기에 처한 국민들은 병원과 의료인을 의지하고 있다"며 "의료계와 정부는 힘을 합쳐 이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병원을 대표해 현재 추진 중인 정부의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해달라고 정부에 여러 차례 건의했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역할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또 "정부가 공표하고 있는 전공의와 학생 등에 대한 처벌과 불이익은 끝까지 반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정원 상향과 공공의대 설립을 막기 위해서다. 의사들은 의사 수가 부족해 환자들이 진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현재 인원으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얘기한 김 원장이 과거에는 정원 확대를 주장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원장은 지난해 12월 21일 한 경제지에 '의대정원 확대'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당시 그는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인구당 의사 수가 1천명당 2.4명으로 꼴찌"라며 "그러나 환자가 의사를 만나는 횟수는 OECD 평균의 두 배 이상 압도적으로 많다"면서 의사정원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2030년에는 전문 의료인력 부족으로 의료체계 혼란이 극에 달할 것"이라며 "진료량이 급증하지만 인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지방뿐만 아니라 수도권 대형병원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당장 의사를 늘리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무턱대고 의사 수를 늘리자는 것이 아니다. 적정 진료를 위한 의사 수를 추계하고 부족한 분야에 먼저 배정해 의사를 더 양성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김 원장이 적은 이 글의 내용은 현재 정부가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대 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 목적과 상당히 부합한다. 의료계 원로도 이를 걱정하고 있다고 풀이된다. 그럼에도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의 글은 원칙론적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자는 것일 뿐 언제 어떻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없다"며 "지금 병원장님과 다른 의사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정부가 방법에 대한 논의 없이 무조건적인 의대정원 확대를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전혀 예측이 없던 상황이었다"며 "원장님이 이번에 낸 서면은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상황이니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라는 주장"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