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북한 보위부로부터 북한 내 남아있는 가족의 신변을 협박당해 다시 월북을 시도한 탈북민이 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위반(회합·통신·잠입·탈출) 혐의로 기소된 탈북민 A(48)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972년 북한에서 태어난 A씨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2011년 2월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북해 같은 해 6월 국내로 입국해 생활해왔다.
그러던 중 2013년부터 A씨는 북한 보위부로부터 "가족이 무사하려면 북한으로 돌아오라"는 연락을 지속해서 받게 됐다. 보위부는 A씨에게 다른 탈북민에 관한 정보수집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A씨는 보위부에 협조하는 한편, 북한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고 보위부원과 월북 계획을 논의했다.
A씨는 국내 대기업 관련 검색자료, 다른 탈북민들의 인적사항·전화번호 등 정보를 보위부에 건네주기로 마음먹고 보위부원과 연락을 주고받기도 했다는 것.
대부업체에서 대출받은 8천100만원과 자신이 한국에서 모은 600만원을 챙겨 북한으로 돌아가려 한 A씨의 계획은 중국에서 예상지 못한 변수를 만났다.
당초 A씨는 3천만원으로 북한에서 생업에 활용할 트럭을 구입하고, 남은 금액 5천만원을 보위부에 상납하려 했으나, 보위부는 '충성금액'으로 8천만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계획이 틀어진 A씨는 북한행을 취소하고,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들어왔다.
재판부는 이 같은 행위를 유죄로 인정하며 "피고인 행위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의 나이, 경력, 사회적 지위·지식 정도, 북한으로 탈출 예비 경위 등에 비춰 북한으로 돌아가면 북한 체제유지나 대남공작에 이용되고 그 구성원과 회합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용인하고 반국가단체 구성원과 통신하고 북한으로의 탈출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협박성 회유를 받고 어쩔 수 없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과 안전에 끼친 실질적 해악이 아주 큰 것으로 보이지 않고 탈출 시도에 그친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