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아들의 군 휴가 특혜 의혹 관련 '거짓말 논란'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라는 야당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보좌관과 본인은 아들 휴가와 관계없다'는 추 장관의 기존 입장과 배치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검찰 수사 결과 나왔음에도 추 장관은 "기억하지 못한다",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야당이 이 사안에 대해 질의를 이어가자 여당 의원들이 정책에 대해 묻자고 항의했고, 결국 양측 간 고성이 오간 끝에 오전 국감은 파행됐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 나와 '특혜 휴가 개입' 의혹에 대해 철저히 선을 그었다. 그는 특히 아들 휴가 당시인 2017년 '보좌관이 군 부대에 전화를 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사실이 있지 않다"고 부인했고, 본인이 보좌관에게 지시한 적도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추 장관이 당시 보좌관에게 '지원장교님'이라며 A대위의 전화번호를 문자로 보냈고, 보좌관은 이후 '지원장교에게 예후를 좀 더 봐야 해서 한 번 더 연장해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황입니다. 예외적 상황이라 내부검토 후 연락주기로 했다'고 추 장관에게 보고했다. 추 장관의 국회 발언이 거짓말이라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추 장관에게 "국회에서 거짓 진술을 한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추 장관은 "거짓진술을 하지 않았다"며 "제가 법령을 위반하거나 부정한 청탁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12일 국회 법사위 법무부 국정감사에 참석하고있다.(사진=박종민 기자)
전 의원이 재차 "보좌관과 (휴가문제로) 연락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카카오톡 내용은 연락을 주고받은 것 아니냐. 그래서 사과를 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하자 추 장관은 "카카오톡에 그런 문자가 있었다는 건 휴대전화 포렌식으로 나와서 아는 것일 뿐, 그걸 기억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추 장관은 그러면서 "(제가 보낸) 문자 내용을 보면 '지원장교님'이라고 돼 있다. 만약 제가 직접 아는 사람의 전화번호를 지시차원에서 전달했다면 '님'자를 붙이진 않았을 것"이라며 "제가 지시를 했다면 (보좌관이) 답 문자에서 '지시 이행 했습니다'라고 문자가 와야 할텐데, 그런 게 아니고 스스로 연장을 요청했다고 답하잖나. (결국) 제가 지시한 게 아니라는 걸 도로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문자들"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전 의원은 "이게 지시인지 아닌지, 과거 장관의 국회 발언이 허위인지 아닌지는 장관이 아니라 국민들이 상식선에서 판단할 것"이라며 "아들 군무이탈 사건 관련 국민들은 검찰과 국방부가 혼연일체가 돼서 서일병(추 장관 아들) 구하기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미 수사 결과를 예측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추 장관은 "군무이탈 사건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서 일병은 군 복무를 다 이행한 사람이고, 굳이 구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추 장관과 보좌관 사이의 당시 소통 내용에 대한 야당의 질의가 이어지자 여당에선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하겠나. 4년 전에 전화한 것을"이라며 항의가 빗발쳤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야당은) 수사 결과가 다 나왔는데 그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정책질의를 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질의 도중 끼어들지 말라"며 윤호중 법사위원장에게 발언권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윤한홍 의원은 "추 장관이 수차례 국회에 와서 거짓말을 했는데, 그것을 묻지 않는다면 국회의원이 아닌 법무부 직원 아닌가"라며 "아무리 방탄국감이라지만 너무 한다"고 밝혔다. 여야 양측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한동안 설전을 벌였고, 결국 윤 위원장은 '감사 정지' 후 오후 재개를 선언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12일 국회 법사위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선서문을 위원장에게 체출하고있다.(사진=박종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