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공유하는 등 디지털성범죄의 온상인 텔레그램 '박사방'에 초등 교사 등 공립학교 교사 4명이 가담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n번방 사태'가 불거진 뒤 교사들이 연루된 사실이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15일 공개한 '텔레그램 박사방 등 중대범죄 가담 교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인천 기간제 초등학교 교사, 충남 천안 특수학교 교사, 충남 아산 고등학교 교사, 강원 강릉 초등학교 교사 등 교사 4명이 디지털 성범죄 가담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인천 교사 1명은 지난 6월 29일 경찰이 수사 개시 통보를 하기 닷새 전 퇴직했으며, 나머지 3명은 수사 개시 통보 이후 직위 해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 교사 A씨는 텔레그램 박사방에 접속하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상영, 열람, 복사, 전송 등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입장료를 지불하고 박사방에 입장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소지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인천 지역 3개 초등학교에서 근무했으며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 동안은 담임교사로도 재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래픽=안나경 기자)
천안 특수학교 교사 B씨는 불법영상물 사이트에 접속해 3만원을 내고 n번방 성착취 자료 1125건을 내려받아 소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담임교사로 일했다. 그는 지난 7월 1일 직위 해제됐다.
아산 고등학교 교사 C씨는 텔레그램 '회뿌방'에 접속해 n번방 사태 주범인 '갓갓' 문형욱씨가 만든 클라우드에 접속해 각종 성착취 자료 210개를 내려받아 소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C씨는 5년 동안(2013, 2016, 2017, 2019, 2020년 등) 담임교사로 재직했다. 학교 측은 경찰의 수사 개시 통보 나흘 뒤인 9월 7일 C씨를 직위해제했다.
강릉 초등학교 교사 D씨는 지난 1월 텔레그램 성착취물 판매자에게 20만원을 입금한 뒤 아동 성착취물이 저장된 구글드라이브 공유 링크를 전송받아 성착취물을 소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 측은 지난 6월 14일 유선으로 보고받고 다음날인 15일 D씨를 근무에서 배제시켰다. 6월 18일 경찰이 수사 개시 통보를 하자, 나흘 뒤 D씨를 직위 해제했다.
직위 해제된 B·C·D씨는 수사 이후 형이 확정되면 소속 시도교육청의 처분에 따라 징계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다만 기간제 교사로 일한 A씨는 교육공무원법을 적용받지 않아 어떠한 신분상 처분 없이 퇴직했다.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원칙적으로 다른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는 것을 막을 법적 근거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른 교원에 대한 '경징계 관행'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는 2014년 교사 성범죄를 근절한다며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했다.
이 의원이 입수한 '카메라 등을 이용한 불법촬영, 기타 음란물 유포 관련 교원 징계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교원 12명이 관련 비위로 징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견책 1명 △정직(1~3개월) 6명 △해임 5명 등이다.
(그래픽=고경민 기자)
지난해 음란물을 유포한 인천 공립 초등학교 교사는 '견책'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각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음란물 유포 혐의를 받는 경남 공립 고등학교 교사와 경기 공립 초등학교 교사는 지난해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았다. 올해 세종의 한 공립 초등학교 교감은 음란물 유포 혐의로 해임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 의원이 제출받은 인천시교육청의 관련 징계현황 자료를 보면, 인천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2016년 버스 안에서 여성의 치마 속을 촬영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지만, '감봉 3개월' 징계처분을 받았다. 같은 해 또 다른 고등학교 교사는 성착취물을 내려받아 인터넷에 배포했지만, 구두 경고 수준인 '견책' 처분에 그쳤다.
이탄희 의원은 "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 사건을 비롯한 모든 디지털 성범죄를 교단에서 뿌리 뽑아야한다"며 "교육부는 이번에 밝혀진 4명의 교사 이외에 더 연루된 교사가 있는지 필수적으로 확인하고, 성범죄자들이 다시 교단에 서는 것을 막기 위해 법적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의원이 이날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아동성착취물 피해자는 70명으로 4년 전인 2015년(32명)과 비교해 2.2배 증가했다.
아동성착취물 관련 범죄는 △2015년 721건 △2016년 1262건 △2017년 603건 △2018년 1172건 △2019년 756건 등 5년 동안 4514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