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검찰이 막바지에 접어든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에서 직접 '동양대 표창장'이 위조된 과정을 문서 프로그램을 통해 재현했다. 이와 함께 '위조데이', '거짓말이 거짓말을 만드는 현장' 등 강도 높은 단어들을 사용하며 정 교수 범행을 정면으로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임정엽 부장판사)는 15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에 대한 속행 공판을 진행했다. 지난 3월부터 이어진 증인신문을 모두 마무리한 재판부는 이날 검찰 측 서증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오전 재판 대부분을 동양대 표창장은 위조된 것임을 입증하는 데 할애했다. 특히 이날 법정에서 직접 노트북의 마이크로소프트(MS) 워드 및 한글 프로그램으로 표창장 제작과정을 시연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구체적으로 MS 워드파일로 저장된 아들 상장에서 동양대 총장 직인 부분을 캡처한 뒤 이를 한글프로그램으로 작성한 딸 표창장 문서 하단에 붙여 보였다. 이어 직접 가져온 프린터기에 동양대 상장용 용지를 넣어 직접 표창장을 출력해보였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검찰은 "단 30초도 걸리지 않았고 보시는바 같이 표창장 원본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완벽하게 진행됐다"며 "MS를 20년 이상 사용한 피고인이 이같이 간단한 조작법을 모를 리 없다"고 말했다. 그간 법정에서 컴퓨터 조작에 익숙하지 않은 정 교수가 표창장을 위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변호인 측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이와 함께 컴퓨터 PC에 저장된 파일 이름과 시기를 제시하며 "컴퓨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표창장 제작 시연 전에는 이전에도 제시한 바 있던 정 교수와 동양대 직원 박모씨 간 통화 녹음파일을 법정에서 틀기도 했다. 해당 녹음파일에는 정 교수가 박씨에게 "집에 수료증이 하나 있는데 아들 아니 딸 보고 '찾아서 인주가 번지는지 봐라'고 물었더니 안 번진다고 하더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이 법정에 나온 증인들은 반드시 (상장은) 인주로 직인을 찍었다고 주장하는데 정 교수가 딸에게 인주가 번지는지 보라고 한 그 표창장은 (다르다)"며 "표창장에 인주로 직인을 찍은 것이 아니라 캡처한 직인을 붙여놨기 때문이다"며 위조의 명백한 근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수중에 있던 것들, 공교롭게 딸의 표창장과 아들의 상장, 아들의 수료증 원본만 분실됐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궁금할 따름이다"고 의문을 표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검찰은 이날 서증조사를 진행하며 강도 높은 단어들을 사용하며 정 교수 측 범행을 비판했다. 허위 보조연구비 사용 의혹 관련해서는 "재판부는 피고인의 거짓말이 또다른 거짓말을 만드는 현장을 목도하고 있다"고 강조하는가 하면 표창장이 위조됐다고 보는 2013년 6월 16일을 '위조데이'로 지칭하며 여러 차례 이 문구를 반복했다.
그러자 정 교수 측 김칠준 변호사가 "계속 들어야하나 하다가 도저히 불편해서 말한다. 위조데이라는 건 아마 범행 날짜일 것인데 마치 '강남빌딩'처럼 새로운 작명을 하고 있다. 의도가 명백한 것이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변호인 측 이의를 받아들이면서도 "이의를 하면 더 부각이 되더라"고 가볍게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 기일에서 피고인 방어권을 위해 그렇게 양보해드렸는데 검사 입증 활동을 위해 이 것도 (양보 못 하냐). 재판부 지시는 따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