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경찰의 사명감을 고취하고 새로운 결의를 다지는 '제75주년 경찰의 날'이 찾아왔다. 하지만 경사스러운 분위기 속에도 사고 위험과 과로에 시달리는 일선 경찰관들의 한숨은 감출 수가 없다. 특히 현장 최일선인 112 업무는 격무 중에 격무로 꼽힌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일선 경찰관들의 호소를 담아 최근 112출동수당 확대 추진에 나섰다. 야간에 한정된 수당 지급을 주‧야간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강력사건은 주‧야간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월, '음주의심 차량이 있다'는 112 신고를 받은 부산 동래경찰서 사직지구대 A 경위는 차량 발견 후 운전자에게 음주측정을 시도했다. 그런데 여기에 불응한 운전자가 갑자기 차량을 몰았고, A 경위는 차량 문짝에 매달린 채 1㎞ 가량을 끌려간 뒤 바닥에 떨어졌다. A 경위는 두통과 어지럼증에 시달리다 급기야 지난달 9일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아내와 두 아들이 있는 A 경위를 위해 동료 경찰들은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다.
치안을 위해 112 출동 등 최일선에서 뛰는 경찰관들은 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사고 뿐만 아니라 주야간 교대 근무로 건강상태도 '빨간불'이 켜져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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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과로사의 주범으로 꼽히는 뇌·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는 경찰공무원은 2016년 1만 3537명에서 지난해 1만 4560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밖에 지난해 기준 △불면증 진료 533명 △소화기계통질환자 8만 1521명 △당뇨병 진료 5222명 등으로 나타났다.
사고와 질병 위험에 시달리지만, 지구대·파출소 정원은 '미달' 수준이다. 이은주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서울 지역관서 인력배치현황'에 따르면 서울 지역 지구대·파출소 248곳 중 155곳이 정원 미달로 나타났다. 전체 인력은 569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서울의 경우 송파경찰서가 신고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인데, 지구대·파출소는 정원보다 25명 부족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지구대·파출소 인력 부족은 의경 폐지를 앞두고 기동대 차출, 코로나19 영향으로 생활치료센터 근무 등을 하며 심화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빗발치는 민원이나 격무만큼 보상이 따라주지 않아 지구대·파출소 근무를 기피하는 현상도 한몫한다.
현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하는 경찰 지휘부도 고민이 깊다. 경찰은 우선 112 근무에 대한 보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최근 '112출동수당'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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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도입된 112출동수당은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하는 야간 근무 중 112신고에 따라 주요 범죄사건 처리 등을 위해 긴급 출동하는 경우, 출동 건수마다 3천 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수당은 1일 3만원을 초과할 수 없다.
개선안은 112출동수당을 야간 근무 뿐만 아니라 24시간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일선 경찰관들의 호소로 검토되던 해당 안은 지난 6월 경찰직장협의회 출범 이후 논의에 한층 탄력이 붙었다. 경찰청은 관계 부처와 협의 후 이르면 내년 혹은 내후년에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강력사건은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낮에 근무하는 경찰관들은 수당으로 사기가 떨어질 수도 있다"며 "시간을 무작정 한정하기보다 사건의 난이도와 책임성에 따라 수당을 개선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수당 확대는 소방공무원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언급되고 있다. 소방공무원의 경우 주‧야간 상관 없이 화재 진압을 위한 출동 건수마다 3천 원을 지급한다. 응급환자 상담, 응급처치, 이송 등은 누적 출동 횟수가 1일 3회를 초과하는 출동에 한해 3천원을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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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지역마다 112신고가 집중되는 시간대가 다른 터라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 농촌 지역의 경우 주간 출동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8월말까지 부산, 인천, 광주, 대전, 울산, 경기, 경남 등은 오후 10시에 신고가 가장 많은 반면 대구, 경북, 충북, 충남, 전북, 전남은 오후 4~6시 신고 접수가 많았다.
무엇보다 이러한 수당 확대 등이 논의되는 근본적인 원인에는 경찰의 기본급 자체가 국정원, 경호처 등 다른 공안직 공무원보다 평균 4.4% 낮은 상황이 작용한다. 기본급 인상과 수당 정상화는 경찰의 숙원 과제로 늘상 꼽힌다.
경찰 내부에선 수당 확대와 함께 경찰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또다른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의 그만큼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논의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112출동수당이 확대되면 치안 서비스 향상에 더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19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제75주년 경찰의 날을 맞는 소감에 대해 "내 가족의 일처럼, 내 이웃의 일처럼 정말 국민들의 절박하고 어려운 마음을 헤아리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진정성 있는 경찰활동이 이어진다면 국민들께서도 인정하고 공감해주실 것"이라며 "존경과 사랑 받는 경찰을 만드는데 좀 더 의지와 각오를 새롭게 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