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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택배 대책…'백마진' 없애야 소비자·택배기사 '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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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무실 택배 대책…'백마진' 없애야 소비자·택배기사 '윈윈'

    • 2020-10-28 05:00

    택배회사, 9명 과로사하자 대책 내놔
    기사들 "근본 해결 안돼, 수수료 올려야"
    "소비자 부담 없이 '백마진' 근절로 가능"

    롯데택배 노동자들이 무기한 전국 총파업을 돌입한 27일 서울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올해만 벌써 9명의 택배기사가 과로사로 스러지면서 비난의 여론이 높아지자 택배회사들은 분류인원 추가 투입, 물량조절 등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올해 1월 13일 첫 번째 희생자가 나온 지 10개월 만이다.

    하지만 택배기사들은 이 같은 방안으로는 과로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핵심은 '물량'을 줄여야 하는데, 수수료 인상이 전제되지 않은 물량 축소는 결국 택배기사 생계에 위협을 주기 때문이다.

    택배기사들은 택배회사가 쇼핑몰 업체에 지급하는 '백마진'(리베이트)을 줄이고, 이를 수수료 인상과 인프라 확충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택배회사, 과로사 대책안 내놨지만…

    2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국내 주요 택배회사들은 잇따라 발생하는 과로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책을 쏟아냈다.

    업계 1위이자 올해에만 택배기사 5명이 과로사한 CJ대한통운은 분류지원인력 4천여명을 단계적으로 투입하고 '초과물량 공유제' 도입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 2~3위인 한진·롯데 택배 또한 분류지원인력 1천여명 투입과 물량조절제를 도입한다.

    업체마다 구체적인 해결방안은 조금씩 다르지만 '분류작업'에 추가 인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은 공통으로 내놨다. '분류작업'은 매일 배송 전 택배기사들에게 7~8시간씩 노동이 강제되지만 임금은 별도로 지급되지 않아 과로사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택배기사들은 단순히 분류인력 추가만으로는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분류작업은 택배기사의 노동 강도와도 연결되지만, 배송 지연 등 '시간'과의 문제가 더욱 크기 때문이다. 7~8시간의 배송지연이 곧 과로사로 연결되는 구조인데, 인력이 충원된다고 이 시간이 단축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한진택배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택배기사 A씨는 "근래 발생하는 택배의 문제는 물량 폭증으로 분류시간이 지연됨에 따라 배송 출발 또한 지연되면서 늦은 시간까지 근무하기 때문"이라며 "단순히 분류 인력이 있다고 해서 (배송 출발이) 빨라지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본적인 방안은 물량 증가에 따라 허브(hub) 시설 확충과 전국 배송센터의 분산을 통해 (작업량의) 밀도를 낮춰야 한다"며 "택배회사가 발주 업체에 백마진을 주는 저가 경쟁을 하지 말고, 시설에 적극 투자를 하고 수수료를 올려서 수량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택배회사가 추진하는 '물량조절'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창원지역 CJ대한통운에서 5년째 근무 중인 김모씨는 "물량을 줄인다는 것은 택배기사들의 수입을 줄이겠다는 것"이라며 "물량 축소를 하려면 백마진이나 택배수수료를 정상화한 다음에 물량을 줄이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과로사 문제는 '장시간 노동' 때문인데 이를 해결하겠다고 수수료 인상 없이 배송 물량을 줄인다면 이제는 과로사가 아닌 생존권 투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택배 노동자 사망 사건에 대해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욕심내다가 과로?…물량 쉽게 줄일 수 없는 구조적 문제

    일각에서는 택배기사 과로사가 건당 수수료 받는 구조에서 나오는 '욕심'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택배기사 과로사 문제를 다룬 기사에는 '택배기사들이 물량을 줄이면 되는데, 돈을 많이 벌려고 욕심을 내다가 과로를 자초한 것 아니냐'는 댓글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택배기사들은 물량 조절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반박한다. 택배기사들은 1차적으로 대리점과 건당 계약이 아닌 '구역당' 계약을 맺는다. 한 구역에 할당된 택배는 담당기사가 당일 모두 처리해야 하는 것이 계약 조건이다.

    이때 해당 구역에 하루 물량 400개를 배당 받은 택배기사가 이 중에서 50개만 빼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모든 택배기사가 과도한 물량을 소화하는 구조에서, 빠진 50개의 몫은 또 다른 누군가의 희생으로 전가되기 때문이다. 대리점 입장에서는 50개 물량에 해당하는 구역만 담당할 기사를 따로 구하기는 불가능하다.

    택배기사가 알바를 쓰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보통 택배업계에서 일하는 알바나 용차의 경우 택배기사 수수료의 2배를 받기 때문이다. 본인이 받아야 할 돈의 두배를 지불하면서 사람을 써야 하는 셈이다. 결국 택배기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매일 400개씩 배송해야 한다.

    그렇다고 100~200개씩 뚝 떼어서 주기에는 생계에 위협이 된다. 기본적으로 매달 배송용 화물차 할부 요금과 유류비, 보험료, 송장 인쇄비, 파손 배상비, 부가세 등에 200만원 가까운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를 웃돌 이익은 봐야 하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에서 15년간 택배기사를 한 원모(50)씨는 "법적으로 계약서상 택배기사의 갑은 대리점이다. 구역 일부만 떼어줘도 일하기 편할 것 같은데, 대리점 소장들은 그렇게 해주지 않는다"며 "그들은 '그냥 힘들면 그만둬라. 너 말고도 일할 사람 많다'고 말하는 게 현장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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