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단독]정부, 원전 주변 주민 '암 발병' 10년 만에 재검증 ②월성원전 앞 사는 황분희 할머니 "이제라도 진실 밝혀야" ③"월성1호기 재가동? 40년 전 컴퓨터 그대로 쓰자는 얘기" (계속) |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2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사진=황진환 기자)
올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는 '택배 국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살인적인 업무강도와 불공정한 착취 구조 속에서 스러져간 택배노동자들의 현실이 이번 국감을 통해 낱낱이 공개됐다. 그 중심에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있었다. 양 의원은 국감 기간 중 과로사한 CJ대한통운 고 김원종씨의 산업재해 적용제외 신청서가 대필된 것이란 의혹을 처음 제기해 대통령의 실태점검 지시를 이끌어냈다.
국감의 한복판인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누구보다 뜨겁게 생애 첫 국감을 치르고 있는 양 의원을 만났다. 문을 열자 책상 위에 쌓여있는 수십개의 서류 뭉치들 사이로 양 의원의 얼굴과 충혈된 눈이 흐릿하게 보였다. 방 중앙에 있는 원형 탁자도 국감 서류들로 빼곡했다.
양 의원은 1시간 넘게 진행한 인터뷰 내내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았지만, 되레 표정과 말투, 손짓은 점점 더 분명하고 뜨거워졌다. 택배나 정치에 관해서가 아니었다. 그의 '본업'인 원전에 대한 얘기였다. 양 의원은 정부가 10년 만에 원전 주민들의 건강 역학조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늦었지만 당연한 조처"라면서 "원전 운영으로 주민들이 피해를 봤다면 그 책임은 국가가 져야 하고, 그 근거를 마련하는 작업이 이번 조사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적은 방사성물질도 호흡을 통해 인체에 흡수되면 암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애당초 '안전한 방사능량'이라는 개념이 성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역학조사 이후 10년 만에 정부의 재조사를 이끌어냈다."2011년 조사 결과가 발표됐을 때부터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 당시 조사의 원 데이터를 어렵게 구해 분석했었다. 원전 운영과 주민들 갑상선암이 무관하다는 것이 정부 발표였는데, (우리 조사에서는) 연관성이 훨씬 높게 나왔다. 원전 주민 40명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했는데 삼중수소가 다 검출됐고, 재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왜 당시 조사가 잘못됐다는 확신이 들었나."우리나라는 1970년대, 80년대부터 국가가 원전을 운영하면서 배출한 방사능 양이 상당하다. 그 방사능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이 있으면 국가가 책임을 져야한다. 그런데 정부는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증명이 안 됐다는 이유로 계속 책임을 지지 않고 미뤄왔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환경부, 한국수력원자력이 서로 계속 핑퐁을 하며 떠넘겼다. 그러던 중 경주 월성 주민들이 이주농성을 시작했고 그게 벌써 6년 전이다. 최소한 건강영향조사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국회 입성 후 관계부처 협의를 계속 진행해 왔다."
-환경부의 조사 결과를 원안위나 산자부가 받아들인다던가."3개 부처가 몇 달 동안 실무자급, 국장급 협의를 진행해 조사에 관한 부처 합의안을 만들었다. 가동 초기부터 현재까지 원전의 방사능 방출량과 주민들의 피폭량, 암 발생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역학조사할 계획이다. 비용이나 기간이 오래 걸리는 코호트 조사가 아니라 기존 자료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조사 기간을 1~2년 정도로 기존 20년에서 확 줄였다. 조사를 위한 민관 협의체가 만들어지고, 그곳에서 논의되는 내용은 다 투명하게 공개해 신뢰성을 높일 계획이다. 환경부가 조사를 진행하지만 원안위나 산자부(한수원)는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로 했다. 조사 결과도 모두 받아들여 차후 보상까지 논의한다는 게 현재 각 부처가 합의한 내용이다."
-조사 기간이나 비용이 이전보다 줄었다면 결과를 믿을 수 있나.
"우리나라 만큼 국민들의 '암 통계'가 잘 돼 있는 나라가 없다. 조사 절차가 간소화되지만 더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구하면 된다. 얼마 전 유럽방사선리스크연구회(ECRR) 크리스토퍼 버즈비 의장이 월성 핵발전소 주변 주민들 갑상선암 발생에 대해 법정 증언을 하려고 한국에 온 일이 있다. 그가 말하길 한국은 정말 연구하기 좋은 환경의 나라라고 하더라. 원전 주변에 이렇게 사람이 많이 사는 나라가 전세계에 단 하나 한국밖에는 없다더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팀은 지난 2011년 정부 조사 결과를 다시 검토해 후속연구 결과를 2015년 발표했다. 백 교수는 앞선 조사에서 청소년이 조사 대상에서 배제되고, 기존 암 발병자를 제외시키는 등 초기부터 오류가 있었다고 짚었다.-조사 비용은 얼마나 드나."조사 기간과 범위가 예산이 얼마가 배정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환경부에서 제출한 내년 예산안에는 관련 항목이 없다. 향후 예결특위에서 논의하면서 추가할 계획이다. 최소 20억원에서 최대 40억원까지 예산을 확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