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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참위 "가습기살균제, 최초 출시 당시 안전성 검증 가능했다"



사건/사고

    사참위 "가습기살균제, 최초 출시 당시 안전성 검증 가능했다"

    1994년 유공 '가습기메이트' 이후 옥시·애경 등 잇따라 출시
    지난 1992년 환경부 산하기관 이미 흡입독성시험 등 제시
    "기업들 '인체무해' 강조하면서 안전성 검증 제대로 안해"

    18일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1990년대 국내 가습기살균제 개발 및 출시상황과 시장형성 과정'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이은지 기자)

     

    숱한 인명 피해를 낸 '가습기살균제'가 최초 출시될 당시 기업들이 제품들의 유해성을 사전 검증할 수 있었던 '흡입독성시험' 기준이 이미 존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18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90년대 국내 가습기살균제 개발 및 출시상황과 시장형성 과정'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최초 가습기살균제 제품은 지난 1994년 11월 유공(現 SK케미칼)이 내놓은 '가습기메이트'다. 1997년까지 판매된 이 제품에는 '인체에는 전혀 해가 없습니다'라는 라벨이 부착돼 있었다.

    이후 국내 굴지 생활용품기업들인 옥시,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등이 이를 벤치마킹한 제품을 속속 내놨다. 옥시는 1996년 '가습기당번'을 선보였고, 이듬해 LG생활건강은 '119가습기세균제거', 애경산업은 '파란하늘 맑은가습기'를 각각 출시했다.

    문제는 이들 업체가 안전성을 담보할 검증 테스트를 전혀 거치지 않은 채 '인체에 안전하며,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옥시 가습기당번), '인체에 안전한 성분으로 구성되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LG생활건강 119가습기세균제거) 등 인체 무해성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사참위에 따르면,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를 제품 주성분으로 삼은 유공 측은 서울대 수의과대학 이영순 교수실에 '유공 가습기메이트의 6개월 흡입노출시험'을 의뢰했다.

    하지만 조사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제품은 시중에 팔리고 있었고, 판매 약 8개월 만인 1995년 7월 '안전성 확보를 위해 추가시험이 필요하다'는 결과를 받았음에도 별도의 시험 없이 제품 판매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옥시와 LG생활건강은 제품을 출시한 이후에서야 미국연구소, 한국소비과학연구센터(現 FITI시험연구원)에 급성흡입독성시험 및 유해물질 검사 등을 의뢰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마저도 애경산업은 안전성 관련 검증 의뢰를 일체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사참위가 기자회견에서 제시한 프리젠테이션(PPT) 화면.(사진=이은지 기자)

     

    가습기살균제진상규명국 김유정 조사1과장은 "기업들은 당시 과학기술 수준이나 표준이 흡입독성 실험 관련 명확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고들 많이 이야기한다"며 "물론 현재와 같은 (시험)장비는 없었지만, 흡입독성시험에 대한 기준은 이미 마련돼 있었다"고 밝혔다.

    환경부 산하기관인 국립환경연구원(現 국립환경과학원)이 가습기살균제 첫 제품이 나오기 2년 전인 199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시험지침 및 각국의 시험방법을 비교, 검토해 시험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규정한 '화학물질의 환경위해성 평가연구'를 발간했다는 것이다.

    이 책자에는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을 입증할 수 있는 급성흡입독성시험 방법을 놓고 △각 농도군에 적어도 쥐 10마리(암컷 5마리·수컷 5마리)를 사용할 것 △쳄버 내를 약간 음압으로 유지해 시험물질이 누출되지 않게 할 것 등 세부지침도 명시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당시 미국, 일본 등 해외 흡입독성시험 기관에서는 화학물질을 흡입할 때 흡수·분포·대사·배출에 관련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관련논문도 활발히 발표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공)

     

    사참위는 기업들이 가습기살균제 제품에 '가습기 물을 갈아줄 때 한 번만 부어주십시오' 등 잘못된 사용방법까지 기재하면서 가습기 물통에 화학물질이 함유된 제품을 직접 넣어 쓰는 방식이 일반화됐다고 지적했다.

    김 과장은 "90년대 초반에 첫단추가 잘못 끼워지면서 이런 대형 참사가 발생하게 됐다"며 "기업들은 당시 상황에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안전성을 테스트했다 하지만 그 시점의 흡입독성시험 관련 내용을 봤더니 전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졌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예용 가습기살균제사건 진상규명소위원장 역시 "지난 2016년 국정조사 당시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90년대 초중반의 제품을 개발할 때는 호흡독성을 시험할 수 있는 과학기술이 없었다는 '불가지론'을 폈다"며 "지금의 잣대로 가습기살균제 제품 개발 초기, 이를 관리해야 할 정부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단 취지였는데, 이것이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호흡독성을 일으킬 수 있는 제품들에 대한 안전테스트 지침이 있었고, 그 가이드라인을 만든 환경부가 정확한 지도와 관리감독을 했다면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며 "아니면 혹시라도 테스트를 통과한 한두 제품 정도만 시중에 나오는 상황이 됐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사참위에 따르면, 올해 기준 현재까지 판매된 가습기살균제 제품은 총 48종에 이른다.

    최 소위원장은 "초기 제품 개발과정 문제점에 대해 이제 와 형사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1990년대 안전성 검증을 하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손해도 입지 않는다는 잘못된 경험이 결국 2000년대까지 이어져 피해자가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관련기업들은 이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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