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2,700선을 넘었다. 4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전 거래일보다 9.12포인트(0.34%) 오른 2705.34에 개장했다. 앞서 코스피는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1일부터 3일 연속 신고점을 다시 쓰고 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모습. 황진환기자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 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4일 코스피 지수는 기어코 사상 첫 2700선을 돌파한 채 장을 마감했습니다. 추운 날씨와는 정반대로 데일만큼 뜨거운 랠리인데요. 반면 1400선까지 떨어진 올해 3월은 잔인하기 짝이 없게 추웠습니다. 1000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까지 나왔기 때문이죠. 그래도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건 브이(V)자 반등 이었는데요. 결국 코스피 지수는 9개월 만에 거의 두 배 가량 껑충 뛰었습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 다른 나라들보다도 유독 국내 증시가 뛰어오른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보고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증시 전망을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들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1. 올해 코스피 기록의 연속…사상 최악·최고 언제?코스피가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12월 들어 나흘 연속 역대 최고치 기록을 갈아쓰면서 사상 처음으로 2700선을 넘어서면서죠. 바로 직전 거래일인 4일 코스피 종가는 전날보다 35.23포인트(1.31%) 오른 2731.45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전날 세운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 기록 2696.22를 하루 만에 다시 경신한 건데요. 이렇게 12월 들어서자마자 매일 사상 최고점 역사를 새로 쓰고 있습니다.
반면 사상 최악의 코스피 지수는 3월에 기록됐습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pandemic) 충격에 3월 19일 1457.64까지 떨어졌습니다. 2009년 7월 24일 이후 처음으로 1500선이 붕괴된 건데요. 코스피 흐름을 보면 2007년 10월 들어 잠깐 2000선을 넘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2008년 1월 다시 1600선으로 하락세를 탔고요. 2008년 11월 20일에는 1000선까지 깨졌습니다. 코스피는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박스권을 형성하기도 했지만 꾸준히 올랐고요. 그러니까 3월에 1500선이 깨진 건 그만큼 충격이었죠.
이러한 최악의 장에 동학개미는 '스마트'했습니다. 개인 투자자는 3월에만 코스피 시장에서 11조 1893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1월 4조4830억원과 2월 4조8973억원의 두배를 넘어선 수준입니다. 특히 3월에만 증권사 신규 계좌 개설 건수는 80만건에 육박했습니다. 이때 개미들의 원픽은 단연 삼성전자였고요. 3월 19일 최저점 4만 2300원을 찍은 삼성전자는 12월 기어코 '7만전자'가 됐습니다.
2. 12월 사상 최고 행진, 왜?전조는 11월에 보였습니다. 11월 한달간 상승폭은 역대급으로, 코스피 지수가 이달에만 324.19포인트 뛰어올랐습니다. 월 단위로 코스피지수가 200포인트 이상 상승한 건 11월이 처음이었죠. 지난 2020년 4월 193포인트, 1998년 1월 191포인트, 2007년 7월 190포인트 등 코스피 지수가 가장 큰 폭으로 오른 시기들보다도 월등한 수준입니다. 올해 글로벌 주요 증시 중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린 시장으로 등극했는데요. 글로벌 주요 증시 중 연초 대비 15% 이상 상승률을 기록한 건 한국 뿐이죠.
이렇게 국내 증시가 잘 나가는 이유는 수급적으로 봤을 때 외국인이 연일 주식을 사들인 탓이 큽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바탕이 된 데다 외국인까지 돌아오면서 지수 상승을 이끈 것이죠. 왜 외국인이 들어왔냐고요? 외국인이 돌아온 시점을 보면 좀 이유를 알 수 있는데요. 백신 뉴스가 보도된 '11월 이후' 외국인들이 돌아오기 시작합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돌아온 배경에는 ①백신 뉴스가 가장 크고 ②미국 대선 결정으로 인한 불확실성 해소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백신 개발 뉴스가 위험 자산을 선호하는 '스위치'로 작용했습니다. 11월 외국인 투자자들이 많이 매수를 한 건 미국과 유럽 등 세계 3대 제약사가 3상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12월 들어와서는 긴급 사용 승인이 들어왔고요. 그런 기대감들이 외국인들의 매수를 유지하게 합니다."그러니까 백신이 개발되면 시장의 위험 요소인 코로나를 제거할 가능성은 커지고, 시장의 위험이 완화될 것이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위험 자산인 한국의 투자 비중을 늘리는 의사 결정을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픽=김성기 기자
3. 하지만 코로나 재확산 우려 큰 데요…?다시 겨울이 되면서 코로나 확진자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재확산 우려는 커지는데 주가는 이렇게 파죽지세로 지붕을 뚫고 가는게 이상하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경기도 아직 회복되지 않았는데 주가가 실물 경제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인데요. 아무래도 주식이 실물 경제를 '선반영'하는 까닭이 큽니다. 코로나로 인해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바탕에서 걸림돌로 작용했던 미국 대선 불확실성이 제거됐고, 거기에 더불어 경기 부양책까지 확실해지면서 주가의 선반영은 더욱 빠르고 강력하게 이뤄졌다는 설명입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 센터장의 설명입니다."미국 대선 전까지는 국내 증시가 회복하는데 개인 투자자들의 유동성 도움이 컸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상당 부분 유입이 많이 됐고요. 시장 에너지가 강화돼왔는데, 11월 이후 외국인 수급으로 바뀌면서 개인과 외국인 사이의 선순환이 시장의 잠재력을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좀 더 깊게 들어가면, 저금리 환경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시장에 자산 인플레이션 현상은 경제 심리, 투자 심리 회복의 선행성이 당연히 있을 수 밖에 없고요. 실물 경제에 대한 괴리가 심화된다는 건 현재 시간 선상에서 하는 이야기인데요. 반대로 주식이 오르는 입장에서 보면 '지금은 최악의 국면이 아니냐' 투자자들에겐 이렇게 학습적 반응이 있는 겁니다."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 센터장도 비슷하게 보고 있습니다. "주식 시장은 '선행성'을 가지므로 코로나 확산에 대한 경제 봉쇄 우려보다는 백신 보급 기대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일부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경제 내수 위축이 일부 있을 수 있겠지만 결국 백신 보급 계기로 경제 회복이 될 것이라는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죠. 특히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선반영 하는 기간이 더 빨라졌습니다." 다르게 얘기하면 유동성이 추가적으로 공급되는데 제약이 있고 금리 인상 사이클이 진행되거나 하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둔화될 여지가 있는 건데, 그런 기미가 없으니 더 강하게 치고 올라간다는 것이지요.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자료사진. 황진환기자
4. 그렇다면 내년에는 코스피 더 간다? 전문가들은 최소 내년 1분기까지는 가지 않겠냐는데 입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코스피 지수가 몇까지 갈 것이냐는 이제 사실 의미가 크게 없다고 봤고요. 이미 경험해보지 못한 길에 들어선 이유도 있지만, 주식 시장의 인덱스 목표치를 산정하려면 PER, 밸류에이션 등 여러가지 요소로 계산해야 하는데, 그런 계산으로 보면 지금 코스피 수준은 그 계산은 넘어서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숫자를 제대로 제시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내년 전망을 '상고하저' 패턴으로 예측했습니다."고점이 어디까지냐는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겪어보지 못한 구간이기 때문인데요. 과거 경험적 요소들을 적용하기에는 한계에 도달했죠. 지금까지 위드 코로나였다면 이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입니다. 백신 이후 상황을 이미 시장은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고 봐야하는데요. 유동성과 백신 이후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진다고 봤을 때 언제까지 주식시장 강세가 이어질지 보는 게 관건입니다. 경기 회복의 기대감 정점은 상반기, 빠르면 1분기로 보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조용준 하나금융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장입니다."내년 1분기까지는 조정도 있겠지만 계속 간다고 보고 있습니다. 저희는 상단을 2900으로 제시했습니다. 그 이상 또는 못 갈 수도 있겠지만, 제로금리이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서 주가가 비싸질 수 있는 여건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거기다 유동성까지 이어진다고 하면 자산 가격들은 그에 맞춰서 가격 자체가 올라갈 것으로 예측됩니다. 정부는 또 그걸 유도하는 것이고요. 하지만 내년 하반기나 빠르면 2분기부터는 조심해야 한다고 봅니다. 생각보다 빨리 올라가는 것처럼 빨리 내려갈 수 있으니까요. 언제 돈의 투입을 멈추냐를 논의하기 시작하면 시장은 조정을 제대로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백신 뉴스에 대한 기대감이 아직 하나 더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주사를 놓기 시작하는 '백신 접종' 입니다. 빠르면 다음주, 세번째 주부터 접종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럼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는 사진들이 신문 1면에 실릴 거에요. 시장은 추가적으로 영향을 받겠죠. 기본적으로 이런 이벤트들이 대기하고 있으니까 저희가 보기엔 연말까지는 외국인 매수세가 빠져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고요. 그로 인해 주식 시장 강세 유지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연말이 넘기고 연초로 들어가면 조심해야 합니다. 백신 접종까지는 백신에 대한 기대 요인이 다 반영된 겁니다. 접종이 끝나면 백신 뉴스는 이제 부작용, 효과 의문 여부 등일테니까요. 특히 12월 들어와서 간과하고 있는게 미국 사망자가 굉장히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겁니다. 백신이 나왔는데 코로나19 사망자가 더 늘고 있다는 등의 현실 뉴스들이 반영될 시간인 거죠."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지금의 확장세는 실물 경제와 동행해야 끝이 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과거에도 2600선이 고점이었던 시기, 2300이 고점이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과거에도 지금처럼 주식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인 때가 있었던 건데, 그때 진짜 위기로 평가됐던 건 주가가 과열되면서 경기도 과열이 됐을 때입니다. 주식 과열을 걱정하는데 현재는 경기가 과열이 아닙니다. 지금 들어가도 되냐고 묻는 분들도 기대 수익을 낮춰서 접근하면 문제 없죠. 다만 1500에 샀던 분들과 비교하면 안됩니다. 그들은 리스크 감내를 보상 받은 것이니까요. 지금 접근하는 분들도 그에 상응하는 리스크를 감내하면서 제한적 수익에 대한 목표를 갖는게 중요합니다." 리서치 센터장들의 말을 곱씹어보면서도 투자를 할 때는 한 번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한다는 것! 잊으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