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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역설…서구사회 '더불어삶' 늘었다

미국/중남미

    코로나의 역설…서구사회 '더불어삶' 늘었다

    "코로나가 사람들이 무리지어 살도록 북돋고 있다"

    (그래픽=고경민 기자)

     

    미국과 유럽 서구 국가들에서 '공동생활'의 의미가 재발견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사람간 교류가 막히고 관계도 단절되면서 역설적으로 이웃과 가족을 다시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뉴스위크 최신호는 '코로나가 사람들이 무리지어 살도록 북돋고 있다'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는 우선 코로나로 봉쇄령이 떨어진 영국에서, 떨어져 살아온 가족과 다시 같이 지내면서 기쁨을 얻은 60대 남성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남성처럼 코로나 이후 고립감을 줄이기 위해 또는 가사를 분담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압박으로 공유거주로 주거 형태를 바꾸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1990년대 주거비가 봉급의 4배였지만 지금은 8배로 주거비의 압박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고 님비현상 때문에 주택 공급을 위한 건설 작업도 쉽지 않다.

    그래서 핵가족을 넘어 선 '1인 가구' 살이는 더욱 힘들어지고 특히 젊은층은 더 그렇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팬데믹으로 직장을 잃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공유주거는 거주비를 아끼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이 같은 사회 변화를 눈치 챈 기업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더 콜렉티브'라는 영국 그룹은 원룸 세입자들을 위한 공유빌딩을 런던과 뉴욕에만 벌써 3개를 운영중이다.

    이 회사는 세입자들에게 라운지, 체력단련장을 제공하고 클럽활동도 주선해주고 있다.

    수요가 많다는 걸 확인한 이 회사는 현재 추가로 9천개의 원룸을 마련중이다.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을 겨냥한 것이지만, 이런 유형의 주거 환경을 원하는 층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한다.

    영국 레지던스 개발회사 '빌딩 애셋 매니지먼트'의 경우 올해 6월까지 공유임대주택에 대한 문의가 136%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국 회사 '킨'은 지난해 뉴욕에서 대가족을 위한 공유주거 시설 2곳을 문 열었다.

    세입자들은 침실 4개까지 선택할 수 있고, 놀이시설 및 유모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가장 실험적인 형태는 누구랑 같이 살게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타인들끼리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형태다.

    스웨덴의 셀보(Sällbo, 우정살이)가 그 것이다.

    독거와 나이듦에서 오는 외로움을 치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해 11월 시작한 스웨덴식 주거실험이다.

    4층으로 된 양로원을 개조해 만든 51개 아파트 거주자 가운데 60%는 70대 이상, 40%는 청년층이다. 그리고 그 청년층의 절반은 난민이다.

    이 곳에 살려면 인터뷰 통과해야한다.

    일주일에 2시간은 이웃과 교류한다는 계약에 서명해야한다.

    가령 라운지에서 같이 독서를 하거나 노인 거주자들의 쇼핑을 대신해주겠다는 내용이다.

    문을 연 지 2년째가 된 지금 셀보는 국내외에서 관심을 끌면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곳에 거주하는 두 계층 모두 셀보의 삶에 만족하기 때문이다.

    청년들, 특히 난민들은 노인들의 조언을, 노인들은 청년들의 도움을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고립감은 특히나 건강에 해롭다고 한다.

    실제로 강한 사회적 연결이 없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먼저 사망할 확률이 50% 높다는 연구도 있다.

    하루에 담배 15개피를 피는 것과 같은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75세 이상의 노년층들의 경우 친구와 가족들간 행복한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더 낮다는 스웨덴 연구 결과도 있다.

    공동거주는 또 다른 장점도 있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의 경우 육아에서 이웃간에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

    품앗이 방식으로 시간이 되는 때 돌아가며 아이를 보기 때문에 코로나로 인해 유아원이나 유치원이 문을 닫아도 그럭저럭 대처가 가능하다.

    비슷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이웃들과 함께 정원을 공유하면서 식사도 같이하고 이벤트도 같이 참석하는 삶.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이 뜻밖에도 이런 '더불어삶'에서 구현되고 있는 셈이다.

    뉴스위크는 이런 공동생활이 분열된 사회를 조금이나마 하나로 만드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람들을 떼어놓고 사람들의 삶을 봉쇄시키고 있는 코로나 시대에 힘든 삶을 지탱해주고, 그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서로 연결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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