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과 정의당이 연일 설전을 벌이면서 여당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 의원이 낙태법 공청회서 취지에 맞지않는 질문을 던진 것이 정의당에 대한 갑질 논란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여성계의 반발은 물론 자칫 양당이 공유하는 진보 이슈 개혁 전선에 균열이 생기지 않을까하는 걱정이다.
가뜩이나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백지화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를 둘러싸고 양당이 불편해진 상황에서 김남국 돌발 변수까지 터지면서 민주당 지도부는 곤혹스러워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정의당은 최근 민주당 원내지도부에 김남국 의원의 부적절한 태도에 대한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낙태법으로 시작된 설전…갑질 공방으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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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은 지난 8일 열린 낙태법 개정 관련 공청회 발언이었다. 김 의원은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에게 "낙태법에 대한 남성들의 의견이 있느냐", "주류의 시각이나 평가냐"라고 물었다.
낙태법 폐지의 핵심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인데 그와 관련해 이뤄진 논의가 제대로 된 논의인지 따져 묻거나, 별다른 관계가 없는 남성의 의견을 물은 다소 뜬금 없는 질문인 셈이다.
이에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은 "김 의원 발언이 공청회 취지에 어긋난 망언"이라는 취지의 논평을 냈다.
(관련 기사 : 20. 12. 8 CBS노컷뉴스 '남성의 낙태법 시각' 물은 김남국…정의당 "여성 삶 짓밟았던 공청회")그러자 김 의원은 조 대변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조치를 하지 않으면 낙태죄 폐지는 물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 정의당이 하는 건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정의당은 폭로했다.
김 의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페이스북을 통해 "중대재해법에 협력할 것"이라면서도 "갑질이 아니라 사과를 요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정의당의 논평이야 말로 타인에게 공포감을 주는 협박이고 갑질"이라며 "정의당이 '남성 혐오'를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자신이 정 대변인에게 했던 발언은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에 젠더문제는 긁어 부스럼인데…속앓이만 계속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정의당이 당 차원에서 항의를 이어가는 동안, 민주당에선 별다른 공식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자당 의원을 자중시키는 것이든 정의당과 신경전을 펼치는 것이든 모두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하필 입법 전쟁 속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 시키기 위해 정의당을 비롯한 다른 야당들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에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점도 민주당으로서는 고민이다.
필리버스터는 개시 후 24시간이 지나면 재적의원 5분의 3(180석)이 동의할 경우 종료된다. 정의당 없이도 민주당 의원(173석)과 자당 출신 무소속 의원 3명, 열린민주당 3명과 민주당과 총선 때 공조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과 기복소득당 용혜인 의원까지 180석을 확보할 수는 있다.
문제는 임시국회 회기 내내 180명에 달하는 의원들을 총동원하기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김 의원 논란 이전에는 공수처 설치 등 개혁 의제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해 온 정의당의 협조를 기대했었다.
'젠더 갈등'이 표면화됐다는 점도 민주당으로서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민주당 출신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성 비위로 서울과 부산에서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김 의원이 '남성혐오' 논란을 초래한 것이다.
그러자 당 내부에서도 김 의원에 대해 "통제가 안 된다"는 쓴소리가 적잖이 흘러나온다.
한 재선 의원의 경우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의 지적에 동의한다"며 "김 의원이 계속 과잉반응하는 것을 보면 이번 문제의 본질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도 "정의당과의 협력을 넘어서 의원으로서 기본 자질 문제 아니냐"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김 의원과 정의당과의 갈등이 원만하게 일단락되지 않을 경우 남은 21대 국회 내내 민감한 이슈와 관련해 얼굴을 붉힐 수 있다는 점도 우려의 지점 중 하나다.
정의당이 전속고발권 폐지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이슈를 선점하고 있는 만큼 갈등이 지속될 경우 민주당으로서는 좋을 것이 없다.
하지만 김 의원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김 의원과 함께 국회에 입성한 복수의 초선 의원들도 "말려봤지만 사과하지 않겠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