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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1순위' 우려에도 "누군가 해야 할 일"…'작은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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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염 1순위' 우려에도 "누군가 해야 할 일"…'작은 영웅'들

    • 2020-12-25 07:00

    [코로나19 1년을 돌아보다⑤]방역전선 지키는 숨은 영웅들
    임시선별진료소 근무 자원한 군의관, 간호사…한파에도 '꿋꿋'
    "300여명 검사한 첫날만 6~8명 확진"…"겁나지만 해야 할 일"
    확진자 격리이송 소방관 "보호복 입고 랩핑…여름엔 땀 흠뻑"
    경증환자 전담 생활치료센터도 '전쟁터'…"매일 50명 가량 입소"
    "가족 떼놓는 코로나, 무서운 질병" "한마음으로 헤쳐 나가야"

    ※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11개월 전인 올해 1월 20일 국내에 처음으로 상륙했다. 누적 확진자는 4만여명을 돌파하며 언제 끝날지 모를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공장이 멈추고 집 앞 상가의 문은 닫혔다. 가족과 친한 친구를 떠나보내게 될까 마음을 졸여야만 했다. '가장 큰 규모이자 장기적인 유행'이 될 것이라는 '3차 대유행' 위기 속 2020년을 돌아봤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확진자와 완치자의 증언
    ②출구 없는 자영업자의 고통
    ③"우린 미개봉 중고"…20학번 대학 새내기의 자조
    ④노인·아이 위협하는 '전염병 사태'
    ⑤방역전선 지키는 코로나 '작은 영웅'들
    (끝)
    지난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들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사진=이은지 기자)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은 판세를 쉽게 읽을 수 없다. 그래서 막막하고 위협적이다.

    올 한 해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모든 이의 삶을 잠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최저선'을 지키며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뒤편에서 지난한 전투를 묵묵히 감당해온 얼굴들 덕분일 것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3차 대유행 아래 진단검사부터 격리, 치료에 이르는 현장에선 매일 총성 없는 전쟁이 치러지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각자, 또 함께 구슬땀을 흘려온 '숨은 영웅'들을 만나봤다.

    ◇임시선별진료소 근무 '손 든' 의료진…바람 슝슝 '한파'에도 "해야 할 일"

    지난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 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인 시민들의 모습.(사진=이은지 기자)

     

    평일이었던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는 이른 시간부터 때 아닌 '장사진'이 연출됐다. 아침 기온이 영하권에 머물러 쌀쌀한 날씨에 두툼한 코트와 패딩으로 무장한 시민들은 탑골공원 깊숙한 내부까지 100m가 훌쩍 넘게 줄지어 있었다.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서였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검사에는 20분도 채 안 돼 60여명의 대기자가 몰렸다. 육군에서 파견된 지원인력 3명은 방호복에 페이스 쉴드(Face Shield)를 쓰고 있었다. 이들은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 외에 공원 출입을 통제하는 한편 순서가 된 이들의 연락처를 차례로 기입했다. 라인 속 대기자들의 간격이 슬며시 가까워질 참이면 "죄송하지만 거리두기를 유지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대부분의 검사는 기존 방식인 '비인두도말 PCR(유전자 증폭)' 검사로 이뤄졌다. 의심증상 여부를 점검하는 문진 이후 '레벨D' 방호복 차림의 의료진이 고개를 뒤로 젖히라 요청하면, 검사 대상자의 콧속으로 면봉이 쑥 들어갔다. 긴 기다림 끝에 1~2분 가량 후 선별진료소를 나서는 피검사자들은 "너무 아프다", "왜 이렇게 따끔거리냐"며 연신 코를 쥐고 감쌌다.

    낙원상가에서 색소폰 등 악기를 만들어 파는 김모(49·남)씨는 "날이 추운데 40~50분을 기다리려니 힘들었다"면서도 "그나마 (선별검사소가) 상가 바로 앞에 있어서…. 멀리 있으면 왔다갔다 시간이 걸릴 텐데 이동하기 편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날 정오까지 두 시간 동안 오전에만 꼬박 180명의 검체를 채취한 의료진은 군의관, 간호사, 병리사 등 3명이다. 이들은 컨테이너 박스 양옆으로 열려있는 문 사이 휭휭 불어오는 찬바람을 맞으며 쉴 새 없이 몰려드는 피검사자들을 받았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 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 차림의 의료진이 시민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사진=이은지 기자)

     

    경북 포항에서 해군 군의관으로 복무 중 선별진료를 자원한 최경환(33·남)씨는 "군대가 지금 휴가 통제기간인데 제가 집이 이쪽(경기도)이라 집에서 출퇴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며 "점심시간대 쉴 공간이 마땅치 않아 근무상 애로점이 있긴 하지만 나머지는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의연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주 수요일(16일)부터 근무를 시작했는데, 그날 검사한 300명 중 (확진자가) 6명인가 8명이나 나왔다. 다른 곳에 비해 비율이 많이 나온 편이라 보람을 느꼈다"며 "기다리시는 분 없이 검체 채취를 많이 했을 때 기분이 좋다. 많이 기다리시거나 (검사가) 지체돼 컴플레인이 시작되면 조금 힘든 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근무하다 휴직 중 대한간호협회의 모집공고를 보고 선뜻 응했다는 장재구 간호사는 이번 서울행이 세 번째인 '대구 토박이'다. 장 간호사는 "생각보다 (확진세가) 심하고, 확진자도 많이 나오니 겁나기는 하는데 그래도 해야 하는 일"이라며 "1차 유행지였던 대구 때도 사람들이 이 정도로 경각심을 갖진 않았던 것 같은데 여기가 체감상 더 심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자원에 후회는 전혀 없다"며 "특별히 힘든 건 없지만, 검사하는 분들이 아프다고 많이 도망가시는데 1~2초만 참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못 참으시면 그분도 힘들고 저희도 힘드니까, 그것 말고는 딱히 어려운 점이 없다"고 겸연쩍게 웃었다.

    ◇"랩핑까지 꼬박 1시간…한여름 레벨D 방호복에 에어컨도 못 틀었죠"

    코로나19 확진자 '격리이송'을 위한 감염병 전담구급대의 차량 내부. 방역을 위해 사면(四面)이 비닐로 '랩핑'된 모습이다.(사진=김경미 소방장 제공)

     

    검사를 통해 확진 판정을 받은 확진자는 기본적으로 '격리치료'가 원칙이다. 확진환자가 병원 및 생활치료센터로 옮겨지는 '이송' 역시 대면접촉을 통해 번지는 코로나의 특성상 고된 행군일 수밖에 없다.

    각 보건소는 확진자가 나오는 즉시 관할 소방서를 통해 환자 이송요청을 하고, 이밖에 고열·콧물·기침 등 의심증상을 보이는 환자들도 신고가 접수되면 전담구급대가 출동한다.

    마포소방서 상암119안전센터에서 감염병 전담구급대로 일해 온 김경미(39·여) 소방장은 올해 누구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해당 센터가 지난 8월부터 코로나19 관련환자 이송을 전담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나른 환자는 확진자만 35명, 자가격리 대상자들과 의심환자들까지 합치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김 소방장은 "일단 확진이 돼 (출동)나가는 분들은 최상위 보호조치를 하고 나간다 보면 된다. 구급차량 내부에 4면으로 비닐로 직접 랩핑(wrapping)을 하고 구급대원들은 레벨D 보호구 5종을 갖추고 나간다"고 밝혔다.

    지난 8·15 광화문집회와 사랑제일교회를 주축으로 한 '2차 유행' 당시엔 폭염에도 보호복을 벗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김 소방장은 "갑자기 2차 재유행이 시작되면서 사실상 보호복을 하루종일 입고 있어야 했다"며 "보호복을 입은 채 랩핑을 해야 하다 보니 온몸이 다 (땀으로) 젖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감염 우려로 공기가 순환이 되는 에어컨을 마음껏 틀 수도 없었다"며 "처음에는 손이 익숙지 않아서 랩핑을 하고 준비하는데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고 말했다.

    감염병 전담구급대는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뿐 아니라 자가격리 대상자, 코로나19 의심증상을 신고한 환자들을 모두 격리이송한다.(사진=김경미 소방장 제공)

     

    이송대상이 바뀔 때마다 랩핑을 매번 갈아줘야 하는 것도 일이다. 김 소방장은 "확진환자가 탄 다음에 단순 고열환자가 탈 수도 있고, 누가 탈지 모르기 때문에 환자 이송 이후 랩핑에 소독까지 완료를 해야 (환자를) 태울 수 있다"고 부연했다. 매뉴얼에 따르면 확진자와 자가격리자·유증상자는 1시간, 접촉력이 없는 의심환자들을 옮기고 나면 20분을 각각 필수 환기시간으로 정해두고 있다.

    김 소방장은 "제가 일반인이었다면 확진자를 가까이할 일이 있었을까 싶고 저도 초등학생 둘을 키우다 보니 부담감은 있다"며 "매일 출동을 다녀오고 나면 센터 내 다른 분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한다. 혹시 몰라 같은 사무실도 안 쓰고, 식사도 따로 한다"고 고충을 전했다.

    근래 수도권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급증하면서, 중증환자 이송을 주로 맡게 됐다는 김 소방장은 '무증상 감염'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기사를 보면 (확진자 중) 무증상자가 많고, 젊은 분들은 살짝만 앓고 지나간다고 하는데 저희 차량에 타는 대다수가 무증상자다. 본인이 느끼는 증상이 무증상일 뿐, 엑스레이상으로는 뭐(상태)가 더 안 좋아서 중증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도 있다."

    ◇"매일 50명 입소" 가용병실 '풀(full) 상태'…"가족조차 떼놓는 코로나"

    확진세 심화에 따라 경증환자를 수용하는 생활치료센터도 매일이 '비상'이다. 자택대기 환자가 늘어나는 '병상 대란' 사태가 현실화되면서, 정부는 고령환자라도 기저질환이 없고 건강이 양호하면 생활치료센터로 들어가도록 센터 입소기준을 완화하는 대책을 시행 중이다.

    서울시에서 운영 중인 용인 삼성생활치료센터(정원 212명)도 90%가 가동되고 있는 상황이다. 파견근무 중인 김모 팀장은 "단체카톡방으로 상황을 공유하고 있는데 오늘(22일) 보니 거의 풀(full)로 객실을 다 사용하고 있더라"며 "퇴소 이후 청소 등을 위해 못 쓰는 병실이 항상 있다. (입소자가) 180~190분만 돼도 가용병상은 다 쓰는 건데 못 쓰는 병상 20~30개를 빼면 거의 다 (환자가) 들어온다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제가 온 첫날(15일) 하루에 50명이 입소했다. 각 구(區)마다 생활치료센터가 생기고 있는데도, 확진자 (발생)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는 것 같다"며 "저희가 자꾸 '병상 없어요'란 이야기를 하게 될 만큼 (환자가) 많아지니 굉장히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을 비롯한 시청 직원들은 센터로 온 확진자들의 증상 여부와 연령 등에 따른 방 배정을 포함해 구호물품·생활용품을 대신 구매하고 방까지 손수 배달하는 등 환자들의 생활 전반을 돕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김 팀장은 "하루종일 뭔가 일을 계속 하고 있으니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고 전했다.

    스스로 생활에 큰 지장을 못 느끼는 경증환자들이다 보니 빚어지는 갈등도 있다. 김 팀장은 "저희가 가장 힘든 건 입소자 분들로부터의 민원이다. (입소자들이 주로) 증상이 아예 없거나 경미하신 분들이다 보니 '그냥 자가격리해도 될 것 같은데 왜 굳이 여기 와있어야 하나', '어차피 약을 주는 것도 아니지 않냐'며 집에 가겠다 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며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다 보면 지칠 때가 있다. 본인들보다 다른 분들을 위해 격리돼 있어야 한다는 점을 조금만 더 이해해주시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털어놨다.

    가족들조차 생이별하게 만드는 코로나의 '무정(無情)함'도 여실히 깨달았단다. "(센터에) 입소해계신 분들 중 가족 4분 가운데 3분(어머니·아들·딸)만 센터에 계셨는데, 코로나 중환자로 병원에 계신 아버지가 갑자기 위독하단 이야기를 듣게 됐다. 이분들이 '우리가 가서 얼굴이라도 보고 싶다' 하셨는데, 저희가 안된다 말씀드리고 4시간 후에 돌아가셨다. 한밤중에 여러 군데에 '도저히 안되겠냐'고 문의했지만, 다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 너무 안타까웠다."

    김 팀장은 "누구나 이렇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19는) 굉장히 무서운 전염병"이라며 "우리가 아무런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되게끔 만들어버리니 너무나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전염병이구나,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가장 보람을 느꼈던 일로는 '시간 차'를 두고 확진된 모자(母子)가 '같은 방'을 쓸 수 있도록 애쓴 사례를 꼽았다. "한 여성 입소자분이 '2인 1실'에 혼자 계셨는데 다른 입소자가 들어오시려 하는 걸 계속 거부하셨다. 아이가 뒤늦게 확진됐는데 이 방에 왔으면 좋겠다며 '(아들이) 12살인데 내가 돌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우시더라. 당시 우리 병상이 다 차있어서인지, 아예 다른 센터로 (아들이) 배정된 상태였는데 생각보다 (바꾸는) 절차가 복잡했다. 결국 그 아이가 돌아와 엄마와 같은 방을 쓰게 됐을 때 제 아이를 만난 것처럼, 제 일처럼 너무 기뻤다."

    인력난이 가중되면서 생활치료센터로 '급파'된 간호사관생도들도 일손을 보태고 있다. 충남 소재 한 생활치료센터에서 근무 중인 박지원(21·여) 생도는 "(파견 당시) 원래 실습이 6주 예정돼 있었는데 3주차에 현장 투입이 결정됐다"며 "재난현장에 생도가 투입되는 것이 처음이라 불안하기도 했지만 저희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당연히 국가의 부름에 나서야 한다 생각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장이 정말 치열하다. 행정과 방역, 의식주와 의료제공 등 다방면에서 정말 많은 분들이 수고하고 계신다"며 "다들 많이 힘드실 줄 알지만, 힘내셔서 모두가 한마음으로 방역지침 준수와 거리두기로 슬기롭게 어려움을 헤쳐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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