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형 기자
"한 명, 두 명 줄은 점점 길어졌다."
정인 양을 직접 땅에 안치한 송길원 목사가 한파 속 추모하는 시민 행렬을 언급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경기도 양평 안데르센 공원묘원을 관리하는 송길원 목사는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데르센 국립묘원 통신'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송 목사는 "한 번 줄을 섰다하면 50분이 걸려야 차례가 돌아왔다 그러나 아무도 불평하는 시민들이 없었다"며 "시민들은 하염없이 기다리고 기다렸다. 다음 사람을 위해 얼른 비켜줘야 하는 것이 아쉬운지 돌아서는 발걸음이 내내 더 무거워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신기한 것은 정인이 또래의 아이들이었다. 엄마 손을 잡은 한 손에 들린 것은 게임기 대신 인형, 동화책, 간식이었다"며 "아이들도 알고 있었다. 놀이터에 온 것도 동화마을 관람 온 것도 아니라는 것을. 어떤 아이도 투정부리지 않았다. 가장 품격 있는 조문행렬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영렬 작가가 찍은 정인 양 추모행렬. 송길원 목사 페이스북 캡처
시민들의 행렬은 주말에도 계속됐다고 한다. 관리인 하나 없이 모두 주차 질서를 지켰고 떠나간 자리에도 정리한 뒤 일어났다.
앞서 송 목사는 지난해 10월 16일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정인 양을 안치했다. 그는 2018년부터 소아암과 백혈병으로 사망한 아이들을 위해 무료로 장지하는 묘원을 운영하고 있다.
송 목사의 글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SNS)에 캡처돼 공유되고 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은 "코 끝이 찡해진다", "눈물이 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정인 양을 수개월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첫 재판은 오는 13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