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플리카(모조품 판매) 사업을 했다는 사업가 A씨의 인스타그램.
책상 가득 쌓아놓은 현금 뭉치, 명품 시계, 수십억 원이 찍힌 통장 잔고까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서 부를 과시하는 사업가 A씨가 있었다. 그의 주력 사업은 '레플리카'(모조품) 사업으로, 고급 명품과 비슷한 복제품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홍보, 판매하고 있었다. '나는 더 크게 성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함께 하는 사업파트너들이 '2천여 명'에 달한다고도 했다.
A씨의 부를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연히 접한 이들은 사업 방식을 궁금해했다. 하지만 개인 메시지를 보내 자문을 구하거나 사업을 희망한다고 해도 A씨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오히려 '돈을 벌고자 하는 동기를 써서 보내달라'거나 '사업기질을 봐야 한다' 등 거절하기 일쑤였다. 그럴수록 사업 희망자들은 애가 탔다.
그러다 며칠이 지나면 '그럼 사업을 해보겠느냐'며 연락을 해왔다고 한다. 단, 자문료는 400만 원. 이때만 기다렸던 희망자들은 곧바로 돈을 이체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전직 회원은 "송금을 하고 나니 매니저라는 사람이 네이버 밴드를 먼저 가입을 하고 인스타계정, 네이버블로그, 카카오스토리에 매일 같이 명품 레플리카 옷과 가방, 신발, 시계 등을 하루에 10번 이상씩 업데이트 하라고 했다"며 "그렇지만 처음 밴드를 본 순간 이건 제가 소비자라면 절대 구매를 하지 않을 '쓰레기 같은 물건'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때 400만원을 돌려달라고 하니 A씨는 연락을 받지 않고 잠수를 탔고, 계정을 차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A씨를 최근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 같은 피해 사례들이 발생하는 가운데, A씨는 계정을 바꿔가며 레플리카 사업을 계속 해 나갔다고 한다. 또 다른 전직 회원은 "A씨가 '불법적인 일 아니냐고 문의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우리 아버지가 경찰인데 불법적인 일을 하겠느냐'고 장담을 했다"며 "그래서 사람들이 신뢰를 보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A씨의 아버지가 실제 경찰인지 여부는 한때 사업을 함께 했던 전직 회원을 통해 확인됐다. 해당 회원은 '불량 물품'을 보냈다는 이유로 지난 2018년 9월 구매자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A씨는 "걱정하지 말라"며 당시 경기 지역 파출소장인 아버지 B씨를 연결해줬다고 한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당시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B씨는 '담당이 어디 사이버 팀에서 왔느냐', '저한테 경제팀 이름, 문자를 넣어달라. 내일 출근해서 이야기하겠다', '조사를 받아 서울로 넘어갈지, 아니면 이쪽에서 마무리할지 그건 내가 내일 알아보겠다'고 밝혔다.
또 '지능범죄 수사팀장은 제가 옛날에 같이 데리고 근무했던 친구'라면서 '그 친구를 통해서 이야기를 해놓겠다', '잘 아는 선배의 아들이라고 내가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사 대응에 대해선 '인터넷 사이트에 떠도는 것을 다운을 받아서 올려놨던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하면 된다'며 '물어보면 다운받아서 잘 모르겠다. 이야기하라', '한 건에 17만 원이면 벌금 거의 안 나온다. 그 정도 갖고 벌금 매기면 대한민국 사람 벌금 안낼 사람이 어디 있느냐, 크게 걱정 안해도 된다'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A씨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자들은 B씨의 이러한 조언과 청탁 등이 A씨가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현금 뭉치 등 부를 과시하기도 했다.
◇최근 사기 고소건도 '불송치'…경찰 "철저히 수사했다"B씨의 직급은 경감으로 현재 경기 지역 한 경찰서로 자리를 옮겨 청문감사관으로 재직 중이다. CBS노컷뉴스는 B 경감에게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레플리카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자들은 지난해 말 A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지만 최근 줄줄이 '불송치' 결정이 났다며, B 경감이 여전히 뒤를 봐주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상태다. 올해 1월 1일부터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은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지 않고 불송치로 마무리한다.
공교롭게도 A씨의 고소 건 모두는 B 경감이 재직하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피고소인 주거지 관할 수사기관으로 고소 사건이 인계되는데, A씨의 등록 주소지가 B 경감 재직 경찰서 관할 지역이라는 얘기다.
A씨가 레플리카 사업 외에도 '캐쉬백 사업'이나 '금 사업' 등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캐쉬백 사업은 특정 카드로 전국 어느 마트에서나 결제를 할 때마다 4% 정도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사업이다. 금 사업은 자투리 금을 모아서 금 막대를 만들면 차액으로 20~30%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업이다.
금 사업에 수천만 원을 투자했다는 한 투자자는 "A씨가 투자금을 갖고 잠적했다"며 지난해 5월 검찰에 고소했다. 이 사건 역시 B씨가 재직하는 경찰서로 이첩됐다. 해당 경찰서는 지난해 9월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에선 보완수사를 하라며 사건을 경찰로 돌려보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사건을 또 다시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가 재차 떨어졌다.
해당 투자자는 "모든 증거를 다 제출했는데 이해가 안된다. B 경감이 뒤를 봐주는 것으로 보인다"며 "B 경감을 수사방해 및 부정청탁 등으로 검찰에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들은 "철저하게 수사했고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 경찰관은 "레플리카 사기의 경우 피고소인들도 조금씩 사업에 참여 했기에 사기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며 "불송치 결정을 해도 검찰에서 90일 동안 기록을 검토하고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경찰관은 "금 사업과 관련 투자금을 낸 직접 증거가 없다고 봤다"며 "법원에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도 기각 당했고, 경찰로선 할 수 있는 수사는 최대한 다 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B 경감이 사건에 개입한 것은 없다"며 "요즘 시대에 그러면 큰 일 난다"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A씨가 B 경감의 보호 아래 모든 처벌을 피해가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레플리카 사기와 금 사기 피해자들은 연합해 '수사권조정 부작용-다수의 사기 피의자 아버지가 경찰서 청원감사관이니 수사를 검찰에서 해 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나설 예정이다. CBS노컷뉴스는 A씨 해명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이 역시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