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화 수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오픈 경선'을 요구하자, 국민의힘 김종인 위원장이 거절했다. 신경전에 가까운 발언도 나왔다.
안 대표는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 경선플랫폼을 야권 전체에 개방해달라"며 "가장 경쟁력 있는 야권 단일 후보를 뽑기 위한 실무논의를 조건 없이 시작하고, 결정된 어떤 제안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고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는 방식을 제안한 것이다. 경선 관리를 국민의힘이 맡아도 된다는 입장이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야권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 경선이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양강 구도가 두드러지자, 당원 표심이 분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나온 안 대표의 제안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꾀를 부린다"고 평가했다. 안 대표 기자회견 한 시간 뒤쯤, 예정됐던 공식 일정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김종인 위원장은 "그건 안 대표 입장"이라며 "수용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나름대로 후보를 확정하고 그 다음에 단일화 문제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당 정책워크숍을 마친 뒤 "(안 대표)본인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당헌 당규상 안 대표의 요구는 쉽지 않다"며 "우리 당 후보가 뽑히고 난 다음에 단일화 논의를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안 대표의 '선 단일화' 요구에 즉각적인 선긋기에 나선 배경도 주목된다. 당 지도부로서는 조기 단일화를 통해 당 밖의 안 대표가 단일후보가 된다고 가정할 경우, 당내 주도권은 물론 야권 지형도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나 전 의원과 오 전 시장이 경선에 뛰어들면서 여론의 주목도가 높아진 붐업 효과도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가 아니더라도 여야 양자 구도에서 당선 가능성이 있다는 일부 여론조사 등에 당 분위기도 고조됐다고 한다.
나 전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단일화 방법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정해도 좋다"며 "단일화는 꼭 해야 한다. 어떤 방법이든 수용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만약 국민의힘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를 질문받자 "저는 이것이 야권 전체의 승리를 위한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며 "야권 지지자들이 단일 후보를 뽑는 과정에서 실망해서 이탈하지 않는 방법"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향후 전개될 야권 단일화 논의에서 상당한 진통을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