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트아동복지회. 박종민 기자
생후 16개월에 양부모의 학대로 숨져 국민적 공분을 산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정인양의 입양을 주선한 홀트아동복지회(홀트)가 "소중한 어린 생명이 스러져갔지만 지키지 못했다"며 재차 머리를 숙였다. 홀트가 정인양의 죽음 이후 사과문을 낸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홀트는 22일 김호현 회장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닿을 수는 없겠지만, 정인이에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고 미안하다'고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잘못을 빌어본다"며 "어떠한 이유에서든 더 빠르게 행동하지 못한 것에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 여러분께서 저희에게 물으시는 책임과 비난 또한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앞서 홀트는 지난 6일 '고(故) 정인에게 진심으로 사과합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매뉴얼을 준수했다'고 강조하며 아동호보전문기관 등 다른 기관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내용으로 뭇매를 맞았다.
당시 홀트는 "입양실무매뉴얼의 사후관리는 1년 중 4회 실시하며 가정방문 2회, 유선, 이메일, 사무실 내방 등의 상담으로 2회 실시한다"며 "우리 회는 사례관리 기간인 8개월 동안 3회의 가정방문과 17회의 전화 상담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또 "많은 분들께 실망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도 "정인이의 사망 이후 보건복지부 지도점검에서 우리 회의 입양절차 상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미혼모단체 및 한부모단체·아동인권단체 등은 '무늬만 사과문'이라고 비난하며, 정인양의 비극에 책임이 있는 홀트 측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안치된 정인이의 묘지에 시민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한형 기자
이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홀트는 "'아이들은 사랑받을 권리가 있다'는 설립이념으로 65년을 노력해왔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이 발견되고, 그 결과 미래의 희망이 되어야 할 아동에게 회복불가한 피해가 발생했다"며 "다시금 초심으로 돌아가 아동을 중심으로 입양체계 전반을 혁신해야 할 필연성을 통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原) 가정의 우선적인 보호와 입양체계 개선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드린다"고 부연했다.
구체적으로 홀트는 △아동을 중심으로 가장 행복한 가정이 선정될 수 있도록 경험이 풍부한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결연위원회' 구성 및 운영 △아동의 적응과 성장발달을 잘 파악하고 아동의 어려움을 사전에 감지·예방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 마련 및 전문적 사후관리 시스템 구축 △철저히 아동 입장에 서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상담과 교육, 심리정서지원 등을 통한 입양가정 지원 등을 제시했다.
홀트는 "행복한 미래를 누려야 할 아동들에게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다시 한번 정인이에게 잘못을 빌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