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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동학개미 깔보는 기재부차관...공매도와 전쟁은 군집행동?

기자수첩

    [뒤끝작렬]동학개미 깔보는 기재부차관...공매도와 전쟁은 군집행동?

    군집행동 : 다른 투자자의 의사결정을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것
    김용범 차관 "군집행동, 시장 변동성 높여" 개미탓
    근본 원인은 '공공의 적' 전락한 공매도 세력 행태
    평소처럼 공매도 세력 이익내야 시장 안정 유지?
    셀트리온 최대 순매도로 차익실현 '스마트' 개미
    '묻지마투자' 외국인·기관 군집행동 걱정 할 판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윤창원 기자

     

    '게임스탑'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이 불붙을 기미가 보이자 금융위원회 출신 고위 경제관료가 나섰다. 그런데 그 타깃이 '개미'다.

    기획재정부 김용범 제1차관은 2일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시장참가자들의 군집행동 파장을 예의주시해 나가겠다"면서 "게임스탑 등 일부 종목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태는 시장참가자들의 군집행동이 시장의 변동성을 높인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다시말해, 미국판 동학개미인 로빈후드가 똘똘뭉쳐 벌인 게임스탑 사태로 증시변동성이 커진만큼, 국내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동학개미의 집단행동을 예의주시 하겠다는 경고성 발언이다.

    김 차관이 지적한 것처럼 지난주 미국에서 로빈후드와 공매도세력간 전(錢)의 전쟁이 벌어지면서 미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커졌다. 국내증시도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3천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는 공매도 전쟁에서 패배한 헤지펀드들이 '숏 스퀴즈'(공매도를 한 기관이 주가가 오를 것을 우려해서 다시 그 주식을 사들이는 것)를 위해 보유한 다른 주식을 내다 팔기 시작했고, 이것이 시장 전체의 불안심리를 키웠기 때문이다.

    특히, 게임스탑 주가가 단기간에 수십배 오르면서 증시 '버블' 우려까지 더해지며 변동성은 더욱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금융위원회 출신으로 금융안정을 중요시 하는 김 차관의 이날 발언은 어느정도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 김 차관의 발언은 게임스탑 사태의 결과만 말할 뿐 왜 미국 개미가 왜 공매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지, 그리고 한국 개미도 왜 벌이려고 하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보려는 의지는 엿보이지 않는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이번 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났듯이 금융자본가 천국인 미국에서도 공매도 세력은 '공공의 적'으로 통한다. "소유하지 않은 집은 팔 수 없고, 소유하지 않은 차도 팔 수 없다. 그런데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팔 수 있는가"라는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의 발언이 큰 호응을 얻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미들 역시 과열된 증시의 거품을 제거하는 공매도의 순기능은 귀가 따갑게 들어 잘 알고 있지만, 반대로 미래 성장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주가대비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무참히 짓밟아 버리는 것 역시 공매도 세력의 전매특허다.

    그리고 그렇게 거품을 걷어낸다는 명목으로 그동안 수없이 반복된 공매도세력의 행태에 개미들이 반기를 든 것이 바로 게임스탑 사태다. 평소 같았으면 당연히 공매도세력의 완승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작은 전투가 개미연합군의 참전으로 전쟁으로 비화된 셈이다.

    반대로 늘 그래왔듯이 개미들이 뭉치지 않았다면 공매도세력이 손해를 볼 이유도 없었고,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다른 주식을 팔아 시장 전체 변동성을 키우는 결과는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개미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비이성적(?)인 투자를 하는 행태를 보여줌으로써 기관투자자들이 버블을 우려해 위험자산인 주식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김 차관의 이날 발언도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개미들에게 미리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동시에, 공매도를 주도하는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를 안심시키는 효과를 기대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뒤집어보면 김 차관의 인식 속에 기관과 외국인은 이성적인 투자로 주식시장의 평온을 유지하는 존재인 반면, 개미는 비이성적이고 감정에 치우친 투기로 주식시장의 평온을 깨는 존재 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지울 수 없다.

    연합뉴스

     

    '군집행동'이라는 표현만 봐도 그렇다. 금융감독원의 '금융감독용어사전'에 따르면 군집행동은 "다른 금융회사 또는 투자자의 의사결정을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고 정의된다. 또, '묻지마투자'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하고 있다.

    개미는 군집행동을 하는 대표적인 생물이다. 말그대로 김 차관이 개미를 개미로 본 셈이다. 그렇다면 김 차관에게 군집행동 1순위 대상인 셀트리온의 최근 투자자 매매현황을 살펴보라고 권하고 싶다.(각 증권사 매매시스템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게임스탑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달 26일~28일 사이 개미는 3거래일 연속 셀트리온 주식을 내다 팔았다. 특히,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셀트리온 주주연합과 연대해 공매도와의 전쟁을 벌이겠다고 발표한 1일에는 역대 최대규모인 4389억원을 순매도했다.

    개미들이 셀트리온 주식을 마구 사들이는 군집행동을 벌인게 아니라 공매도와의 전쟁 여파로 갑자기 주가가 오르자 이를 기회로 차익실현에 나서는 '스마트'한 선택을 한 것.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 각각 3524억과 1176억원을 순매수했다. 그 결과 이날 셀트리온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4.51% 급등했다. 공매도와의 전쟁에 겁먹은 외국인과 기관이 셀트리온에 '묻지마 투자'를 한 셈이다.

    이쯤되면 김 차관이 개미들에게 군집행동을 경고할 것이 아니라 외국인.기관투자자 간담회라도 열어 군집행동을 자제하라고 경고, 아니 정중하게 요청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그리고, 김 차관이 걱정하는 변동성과 관련해 공매도 사태가 불거진 지난주 변동성을 키운 주체는 공포에 질려 순매도 행진을 이어간 외국인과 기관이었다. 오히려 개미는 순매수로 시장 변동성을 줄이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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