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안보열전]北 '신형 잠수함'은 로미오급…탄도탄 잠수함도 양산?



국방/외교

    [안보열전]北 '신형 잠수함'은 로미오급…탄도탄 잠수함도 양산?

    2019년 7월 북한 매체서 처음 공개됐던 탄도미사일 잠수함
    3천톤급 신형 잠수함으로 여겨졌지만 국방부 "로미오급 개량형"
    배터리 절반 줄이면 2천톤, 선체 늘렸다면 3천톤 육박?
    어느 쪽이든 구식 잠수함 개량형이니 여러 척 존재 가능
    우리 군 핵잠수함 관련 요구 커져 가는데 쉽지는 않을 듯

    ※튼튼한 안보가 평화를 뒷받침합니다. 밤낮없이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치열한 현장(熱戰)의 이야기를 역사에 남기고(列傳) 보도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북한 관영매체가 2019년 7월 보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잠수함 시찰 모습. 연합뉴스

     

    지난 2일 발간된 2020 국방백서는 북한 해군 전력에 대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가 가능한 신형 잠수함을 추가 건조하는 등 전력을 지속 증강하고 있다"고 서술했다.

    통상적으로는 북한이 신포조선소에서 북극성 SLBM 3발을 탑재할 수 있는 3천톤급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조금 다른 해석도 나온다. 2천톤 안팎의 로미오급 개량형 잠수함인데, 그렇기 때문에 여러 척이 나와서 더 골치아파질 수 있다는 얘기다.

    ◇국방부 "2019년 7월 공개된 잠수함은 로미오급 개량형"

    국방부 관계자는 백서 내용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북한이 2019년 7월 공개한 로미오급 잠수함의 개량형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기존 로미오급을 개조해 SLBM 여러 발 탑재가 가능할 수 있으며 거의 완성 단계에 있지 않을까 파악하고 있다. 로미오급은 1900~2천톤"이라고 답했다.

    로미오급은 구 소련에서 1950년대 처음 만들어진 구식이다. 북한은 이를 중국제 라이센스와 자체 건조를 포함해 20척 정도 보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11월 국정감사에서 신형 잠수함 관련 내용을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하며 북한이 SLBM 탑재 잠수함 2척을 새로 건조하고 있는데, 하나는 로미오급 개량형이고 하나는 신형 중대형 잠수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보다 1년 전에는 전폭이 7m, 전장은 80m 안팎이라고 보고했다.

    앞서 지난 2019년 7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찰 사진에서 잠수함의 일부가 공개됐는데, SLBM 발사관 등으로 추정되는 부분에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었다. 국정원에 이어 이번엔 국방부가 이 잠수함을 로미오급 개량형 잠수함이라고 확인한 셈이다.

    국내 언론은 일반적으로 이 잠수함을 3천톤급 신형 잠수함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3천톤급'의 '신형 잠수함'은 모순"…배터리 절반 줄인 2천톤? 선체 늘린 3천톤?

    그래픽=김성기 기자

     

    그런데 이 잠수함이 3천톤급이라는 얘기가 약간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로미오급을 개조해 배수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손원일함 인수함장과 95잠수함전대장 등을 지낸 최일 예비역 대령은 지난해 11월 한국해양전략연구소의 'KIMS Periscope'에 실린 글에서 "로미오급 개조와 신형 잠수함은 서로 상충되는 말"이라며 "SLBM 발사형 개조 잠수함에 더 가깝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정보원이 2019년 11월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보고한 내용, 즉 해당 잠수함의 전폭이 7m, 전장이 80m 안팎이라는 제원이 로미오급의 실제 전폭 6.7m, 전장 76.6m와 거의 일치한다고 판단한다. 그런데도 배수량이 1천톤이나 늘어난 것은 과장됐다는 얘기다.

    최 대령은 이에 대한 답으로 2019년 7월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분석한 해외 공개정보(OSINT) 군사전문매체 'Covert Shores'를 인용해 이 잠수함은 기존 로미오급에서 압력선체의 길이를 늘리지 않고 함교탑만 크게 했다고 설명한다. 두 개 있는 배터리실 가운데 1개를 없애고 이 자리에 SLBM 발사관을 넣어, 수중배수량 2천톤으로 만들었다고도 언급했다.

    로미오급을 비롯한 재래식 잠수함의 동력원은 디젤 엔진과 배터리다. 그런데 엔진을 돌리는 데는 공기가 필요하지만, 상식적으로 물 속에서 공기를 공급받기는 어렵다.

    때문에 재래식 잠수함은 공기를 빨아들이기 위해서 수면 바로 밑에 바짝 떠서 스노클링을 하고, 배터리를 충전한 뒤 이것을 가지고 수중항해를 한다. 두 개 있는 배터리실 중 한 개를 없앴다면 수중항해 능력도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얘기가 된다.

    이같은 분석의 현실성에 대해선 반론도 존재한다. 예비역 대령으로 93잠수함전대장 등을 지냈으며 노무현 정부의 핵잠수함 건조 프로젝트인 '362 사업'에 참여했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문근식 교수는 여기에 대해 회의적이다.

    문 교수는 "디젤 잠수함에서 배터리 절반을 뺀다면 (수중항해) 성능이 줄어들기 때문에 다소 맞지 않는 얘기 같다"며 "개량 과정에선 격실(섹션)을 더 집어넣는 것이 일반적이고, 당연히 압력선체 길이도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고 말한다. 배터리는 상당히 무거운 축에 드는데 이를 빼면 무게중심이 맞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그는 "로미오급 개량형이 3천톤을 넘기가 쉽지는 않지만, 격실의 크기와 설계 변경에 따라 2800톤에서 3천톤 정도가 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불가능은 아니라는 얘기다.

    ◇구식 로미오급 잠수함 개량형에 SLBM?…"그렇다면 여러 척 존재 가능"

    더 큰 문제가 있다. 둘 중 어느 쪽이 맞더라도 어쨌든 로미오급 개량형이라면 한 척이 아니라 여러 척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최일 대령은 "북한엔 로미오급 잠수함이 약 20척 있는데 이 가운데 5~10척에는 SLBM을 실제로 탑재, 나머지는 함교탑의 외형만 크게 해서 모양을 같게 만든다면 외형과 소음이 같은 다수의 잠수함들에 대한 대응이 매우 힘들어진다"고 언급한다.

    사람의 손가락이 저마다 고유한 지문을 남기듯, 잠수함도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고유한 음문(音紋)을 남긴다. 잠수함을 탐지할 때는 소나로 이 음문을 포착·분석해 위치를 알아낸다. 최 대령의 얘기대로라면 SLBM 탑재 잠수함과 그렇지 않은 잠수함이 비슷한 음문을 내며 돌아다닌다는 뜻이 된다.

    그는 "북한은 잠수함 진수식을 할 필요가 없으며 하지도 않을 것이다. 개조가 끝난 잠수함은 이미 작전에 투입, 남은 일부는 개조 중일 것으로 봐야 한다"며 "기존의 잠수함 전력을 최대한 활용하되, 이를 여러 척 만들어 차후 SLBM 여러 발을 동시에 쏴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문근식 교수 또한 "재래식 디젤 잠수함은 매일 두세번씩 스노클링을 해야 하기 때문에 큰 위협은 아니다"면서도 "SLBM을 실을 때는 위협이 증가한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언급한 핵잠수함으로 가기 전의 과도기에 3~4척 정도를 만들어, 중간 정도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SLBM을 3발 탑재할 수 있는 잠수함 여러 척이 동시에 바다를 돌아다닌다면 대잠전을 치러야 할 한미 해군과 정보당국은 당연히 골치가 아파진다. 로미오급은 구식이지만, 그렇기에 여러 척 만들 수 있어 위협이 커진다는 아이러니가 되는 셈이다.

    ◇커지는 핵잠수함 요구에 서욱 장관 "쉽지는 않더라…재정과 기술력 등 살펴봐야"

    214급(손원일급) 잠수함의 1번함인 손원일함의 진수식. 해군 제공

     

    우리나라 최초의 3천톤급 잠수함인 장보고(KSS)-Ⅲ 도산 안창호급의 1번함인 도산 안창호함의 항해 시운전 모습. 해군 제공

     

    잠수함에 맞대응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는 같은 잠수함이나 해상초계기 등이 꼽힌다. 하지만 우리 해군에 실전배치된 잠수함 전력에는 다소간의 문제도 생긴 상황이다.

    지난달 23일 경북 포항 동쪽 바다에서 수리 뒤 시운전을 하던 손원일급 잠수함 한 척이 추진계통 오류 경보로 운항을 중단하고 예인되는 일이 일어났는데, 이는 추진전동기 안의 인버터 모듈(전원변환장치) 12개 가운데 1개가 고장났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해군은 지난 2019년 10월 같은 급의 또다른 잠수함에서 추진전동기가 고장나 현재까지 수리 중이라는 점에 주목해 손원일급 9척에 대한 전수검사에 들어갔다. 그 결과 나머지 7척은 정상 운용이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으며, 이번에 문제가 생긴 잠수함도 원래 올해 5월까지 정기 수리가 예정돼 있었으며 자력항해가 가능하다고 해군은 밝혔다.

    우리 군의 최신형 3천톤급 잠수함인 도산 안창호급은 2척이 진수됐을 뿐 아직 해군에 넘겨져 전력화되지는 않았다. 첫 전력화는 올해 상반기로 예정돼 있는데, 앞으로는 물과 공기 등을 무제한으로 만들 수 있어 장기간 수중항해가 가능한 핵추진 잠수함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받는 상황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에 "쉬운 것은 아니더라"며 "예하 부대에서 근무할 당시에는 우리나라가 그 정도의 국력은 될 줄 알았는데, 국가재정과 기술력 등을 통합적으로 봐서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니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