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K팝 걸그룹 블랙핑크. 연합뉴스
최근 미국 소셜미디어에서는 '바이든대통령탄핵'(#ImpeachBidenNow)이라는 해시태그가 넘쳐나고 있다.
겉만 보면 조 바이든 대통령 반대 세력의 소행으로 보이지만 속을 보면 그 반대다. 문제의 해시태그를 조롱하는 내용이 많다. 대부분 K팝 팬들의 소행이다.
문제의 해시태그가 등장한 것은 이렇다.
지난달 21일 공화당 마조리 테일러 그린 연방 하원의원(조지아)이 자신이 바이든 탄핵안을 발의했다며 관련 기사를 트위터 계정에 링크하면서 이 해시태그를 달았다.
그린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광팬으로 인종차별적 언행을 일삼거나 대통령 선거 사기론, 큐어넌(미국 극우 집단)의 음모론을 반복적으로 발설해 오다 최근 상임위에서 제명될 위기에 몰려 있는 상태다.
그런데 문제의 해시태그가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 돌기 시작한 뒤 K팝 팬들이 나섰다.
트위터에 해시태그 '#ImpeachBidenNow'를 검색하면 K팝 관련 영상, 사진, 글들이 넘쳐난다. 트위터 캡처
K팝 홍보 영상, 사진, 글을 올리면서 끝에 해당 해시태그를 달기 시작한 것이다. 정치와는 아무 관련 없는 내용에 해당 해시태그 달기놀이를 유행시키면서 단숨에 이를 희화화시켜 버린 셈이다.
나아가 이 해시태그 달기 놀이가 '버라이어티', 'NME' 같은 유명 대중음악 잡지와 뉴스위크 등 유명 언론사이트에 소개되면서 이 해시태그 놀이는 더욱 번지고 있다.
외신들도 K팝 팬들이 문제의 해시태그를 추방시키면서 바이든 대통령 지키기에 나섰다고 소개하고 있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이 K팝 팬들의 이런 집단행동을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이미 K팝 팬들은 지난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군중행사를 조롱하거나 흑인인권운동(BLM)을 지지하는 집단행동을 벌여 미국에서도 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K팝 팬들이 기후변화 관련 운동으로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은 바이든 대통령의 1호 국정과제다.
로이터는 3일 'K팝 팬들이 기후행동을 통해 지구 지키기에 나섰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지난달 27일 기후변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 연합뉴스
기사는 파리기후변화협정 5주년을 앞두고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해 블랙핑크가 올린 유튜브 동영상이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킨 계기가 됐다고 했다.
블랙핑크가 유튜브 구독자만 6천만명에 이르는 그의 팬들(BLINKS)에게 기후변화를 멈추기 위한 행동에 나서달라고 촉구하면서부터라는 것.
여기에 BTS의 팬들(ARMY), EXO의 팬들까지 가세했다.
환경보존 등의 활동을 위해 지난달 조직된 '지구를 위한 K팝'(Kpop4Planet)의 경우도 EXO의 팬인 누룰 사리파(인도네시아, 21)가 이끌고 있다.
사리파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세계 각국에서 기후 변화에 대해 토론하고 그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 나가려고 한다"며 "K팝 아이돌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선행을 통해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이같은 K팝 팬들의 기후변화 관련 움직임에, 그리고 앞서 언급한 해시태그 운동에 바이든 대통령이 반응을 보인 적은 아직 없다.
다만 미국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 변화에 전면전을 펴기 위해 광범위한 연합군을 창설했다"며 "이 연합군은 환경 운동론자, 노동조합, 인종차별 반대론자부터 월스트리트 경영자, 자동차, 미 상공회의소를 아우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탄핵의 위기(?)에서 자신을 구출해 준 K팝 팬들을 이 '기후변화 연합군'에 어떤 식으로 규합시킬 지가 관전 포인트다.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상상력이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