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 민정수석. 연합뉴스
임명된지 두 달도 안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 표시로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박범계 법무장관이 검찰 고위직 인사를 하면서 신 수석을 패싱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청와대도 17일 이례적으로 이런 사정을 시인했다.
문재인 정부와 검찰의 중재자를 자처했던 신현수 수석마저 낙마하면 양쪽 간 해원(解冤)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봐야 한다.
현 정부는 검찰을 계속 옥죌 수 밖에 없고 검찰은 조직수호를 위해서라도 직진수사로 갈 것이다.
여권이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완전히 빼앗는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을 의미하는 이른바 '검수완박'이다.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지난 9일 국회 소통관에서 중대범죄수사청법 발의 기자회견 후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여권으로서는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 모양이다.
현 정부의 검찰개혁 마지막 카드로 보이지만 검찰에게는 또 다른 전쟁선포나 다름없다.
그런데, 수사청 설치는 바늘을 허리에 꿰어 쓰려는 성급하기 짝이 없는 정책이기 때문에 어느때보다 추진에 신중해야 한다.
수사청은 검찰에 남아 있는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기능을 넘겨 받는다.
이렇게 되면 3급 이상 공직자는 공수처가 수사하고 수사청은 4급 이상, 경찰은 이하 직급 수사를 맡게 된다.
그런데 부패범죄의 경우 수사가 확대될 경우 경계가 모호해진다.
지난달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식. 박종민 기자
이렇게 되면 피의자가 여러 수사기관에 불려다니며 조사를 받는 중복수사와 과잉수사가 벌어지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수사'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도 현실성이 없는 방안이다.
지금도 일반 사건의 경우 공판검사가 공소 유지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권력과 부패범죄의 경우 수사한 검사가 직접 재판에 임하고 있다.
중대범죄의 경우 공판검사가 수사기록만 보고 재판에 임할 경우 무죄율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일은 신중하게 검토한 뒤 시행되야 한다.
검찰권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수사청을 만들었다가 비효율성을 초래하면 옥상옥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이한형 기자
검찰이 지금까지 견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 칼을 단숨에 빼앗는 것은 현재의 사법체계를 고려하지 않는 성급한 처사다.
'남쪽에 심으면 귤이 되지만 북쪽에 심으면 탱자가 된다'(귤화위지)는 말이 있다.
모든 사물이나 사람은 주위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이다.
지금은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른 제도 안착이 우선이다.
이후 부작용과 문제점을 살핀 뒤 보완책을 마련하는게 순서다.
지금은 검찰의 수사권을 무조건 박탈할 환경이 안된다.
경찰의 수사력이 완전한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수처 외에 또 다른 수사기관을 만드는 것은 현재의 사법환경을 무시한 탱자심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