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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못 받아요…" 쉼터 찾아 떠도는 '학대 영유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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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는 못 받아요…" 쉼터 찾아 떠도는 '학대 영유아들'

    [연속기획]학대피해 아동쉼터 이대로 괜찮은가
    기저귀 갈고 밥 먹이고…눈 뗄 수 없는 영유아
    연령별 성향 고려 없어 '쉼터'에서도 쉬지 못해
    학대피해 쉼터 부족, 영유아 전용 쉼터도 없어
    "쉼터 제기능 하려면 연령 세분화해야"

    '학대피해 아동쉼터'는 학대당한 아이들을 부모 등으로부터 격리해야 할지를 법원이 판단하기까지 임시로 아이들을 보호하고 치유하는 공간이다. 법원의 판단이 길어지면 수개월을 머무를 수도 있다. 하지만 쉼터는 성별구분만 있을 뿐이다. 나이나 장애와 같은 전문적 '케어'가 필요한 요소들은 간과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CBS노컷뉴스는 영유아와 장애아 등이 뒤섞여 쉼터에서조차 쉬지 못하는 학대피해 아동쉼터의 현주소를 조명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더는 못 받아요…" 쉼터 찾아 떠도는 '학대 영유아들'
    (계속)

    아동학대 관련 그래픽. 고경민 기자

     


    한 학대피해 아동쉼터에서 근무하는 A생활복지사(이하 보육사)는 두 달 전 그날 밤을 잊지 못한다.

    "유민(가명)이 밥을 먹이고, 씻긴 뒤 재우고 있었어요. 갑자기 옆방에서 비명소리가 들렸어요. 손목에 피를 보고, 다들 겁먹어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어요."

    한 학생이 자해를 했다. 다행히 '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 쉼터에는 7명의 아이들이 생활했다. 두 살짜리 유민이와 백일도 안 된 아이가 초·중·고등학생들과 함께 지냈다.

    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보육사는 모두 세 명. 24시간 3교대로 근무가 돌아가기 때문에 실제로는 한 명이 아이들을 모두 보살펴야 한다. 사건이 일어난 날도 A씨가 자해 학생을 119 응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이송하는 동안 아이들은 다른 보육사가 올 때까지 불안에 떨어야 했다.

    A씨는 "일단 영유아가 들어오면, 그 아이에게 모든 신경을 집중해야 된다"며 "자꾸 다른 아이들을 놓치게 돼 안타깝고 죄책감마저 든다"고 말했다.

    ◇학대 영유아 전용 쉼터 '0개', 맞춤형 케어 골몰

    최근 정인이 사건을 비롯해 한파에 내복차림으로 내몰린 아이와 태어나자마자 창밖에 던져진 아기까지 영유아에 대한 학대가 끊이지 않고 있다.

    28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2019년 아동학대 통계' 기준 연간 아동학대 신고는 4만 1천여건으로 4건 중 1건은 6세 미만 아동 관련 신고로 나타났다. 학대로 사망한 영유아 비율은 88%에 달했다.

    하지만 전국 학대피해 아동쉼터 76곳 중 6세 미만 영유아를 위한 전용쉼터는 한 곳도 없다. 최근 서울 노원구가 학대피해 영유아 쉼터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은 구상 단계다.

    현재 우리나라 학대피해 아동쉼터는 성별로만 나눌 뿐 만 0세~18세를 모두 한 곳에서 몰아 넣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집중 관리가 필요한 영유아와 다른 아이들이 뒤섞여 제대로된 케어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모 쉼터의 B원장은 "영유아를 돌보기 위해서는 보육사들이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며 "상대적으로 유초등생 아이들의 숙제를 도와주거나, 중고교생들과는 대화조차 할 겨를이 없을 정도"라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더욱 큰 문제는 위로와 돌봄을 받아야할 아이들이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일주일에 2~3번 하는 상담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B원장은 "이미 상처 입은 아이들을 어떻게든 보듬으려 노력하면서도 지금 상태가 계속된다면 더 이상 영유아를 받지는 못할 것 같다"며 "규정엔 어긋나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보육사들이 아기를 데리고 퇴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한 숨을 내쉬었다.

    자료사진. 스마트이미지 제공

     

    ◇쉼터 찾아 헤매는 영유아들…연령별 세분화 절실

    그나마 돌봐줄 쉼터가 있는 유민이는 운이 좋은 경우다. 국내 학대피해 아동쉼터는 피해 아동에 비해 쉼터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뿐만 아니라, 영유아 전용 쉼터는 한 곳도 없어 영유아들은 보호시설을 찾지 못해 떠돌기 일쑤다.

    실제로 지난 2019년 기준 학대로 아동을 분리 조치한 사례는 3천600여건이지만, 쉼터에서 보호를 받은 건수는 1천여건에 그쳤다.

    또 다른 한 쉼터 관계자는 "인원 초과로 받아주는 곳이 없어 일반 영아보호소나 보육시설로 직행하는 아이들이 많다"며 "그렇게 되면 학대피해에 대한 맞춤형 보호와 치료를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쉼터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선 보다 연령대를 세분화해 아이 특성에 맞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이배근 회장은 "아이가 처한 상황에 맞춰 보호와 치료를 하지 못 하고 있는 게 국내 쉼터의 현주소"라며 "피해아동들이 또 다른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세밀한 시설 운영 기준을 만들고 인력 등에 대한 지원도 확대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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