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의 생리대 할인 판매를 협상하는 내용이 담긴 영상. 유튜브 채널 '네고왕' 캡처
동아제약이 면접 도중 여성 지원자에게 성차별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인 가운데 유튜브 댓글로 사과를 받은 피해자가 추가 글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8일 카카오 브런치에는 동아제약 신입사원 면접에서 성차별을 당했던 피해자라고 밝힌 A씨의 글이 올라왔다.
그는 면접에서 겪었던 불쾌한 사건을 폭로하게 된 경위부터 유튜브 댓글 사과의 문제점, 이후 요구 사항까지 상세하게 나열했다.
앞서 유튜브 예능 프로그램 '네고왕'에서는 동아제약과 생리대 할인 판매를 협상하는 내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이 올라오자 A씨는 해당 채널에 "지난해 11월 동아제약 신입사원 면접 당시 인사팀장에게 '여자라서 군대를 가지 않았으니 남자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것에 대해 동의하냐, 군대 갈 생각이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A씨가 당시 기업 정보 플랫폼 '잡플래닛'에 채용 차별을 받았다는 글까지 올린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면서, 동아제약을 향한 각종 비난은 물론 제품 불매 운동에 이르기까지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여성차별하면서 여성용품 파는 곳은 안 살게요", "동아제약은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여자들한테 소비를 바라지 말아라", "무슨 사과문을 유튜브 댓글에다 달고 있나", "왜 면접자의 아까운 시간을 빼앗으면서 모욕감을 준 건지" 등의 반응을 보였다.
파문이 커지자 동아제약 최호진 사장은 유튜브 댓글을 통해 "내용 확인 결과 2020년 11월 16일 신입사원 채용 1차 실무 면접 과정에서 면접관 한 명이 지원자에게 당사 면접 매뉴얼을 벗어나 지원자를 불쾌하게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피해자 A씨의 글. 카카오 브런치 캡처
이어 "해당 지원자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또 이번 건으로 고객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A씨는 "동아제약은 어떤 시대에 살고 있길래 고작 저 따위 글을 사과문이라며 '기업 공식 입장'을 내놓느냐"고 진정성을 의심했다.
동아제약이 언론을 통해 "군 미필자 대비 군필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신인사 제도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발언에는 "여성, 장애 등의 사유로 군 면제를 받은 남성보다 군필자를 우대하는 인사 제도를 구축하고 있었다고 인정하는 꼴"이라고 비꼬았다.
또 "여성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면서 여성들이 현실에서 겪는 성차별을 '불쾌한 경험'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논란 이후 A씨는 동아제약 측에서 개인적인 문자 메시지를 받았지만, 면접 당시 불쾌한 질문을 한 것에 대한 사과 속에 '성차별'이란 단어는 한번도 언급된 바 없었다고 주장했다. {RELNEWS:right}
그래픽=고경민 기자
마지막으로 "동아제약에 제대로 된, 진정성 있는 사과문을 요구한다"면서 "빠른 시일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다음 스텝을 밟겠다"고 전했다.
한편 동아제약 관계자는 9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일이 유튜브에서 먼저 시작이 됐고, 댓글로부터 불거진 문제였기 때문에 그것에 맞춰 대응을 한 것뿐"이라고 입을 열었다.
해당 채널만 막으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A씨의 말에는 "그런 의도는 없었다. 유튜브 채널은 폐쇄적인 공간이 아닌 누구나 볼 수 있는 소셜미디어"라고 해명했다.
이어 "해당 면접관 징계와 관련해서는 현재 사내 인사위원회를 열어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며, 회사 공식 입장 부분은 논의중에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