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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노포' 을지OB베어 2번째 강제철거 시도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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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년 노포' 을지OB베어 2번째 강제철거 시도 무산

    10일 오전 10시쯤 용역 100명 몰려…주변 상인·단골 등 40여 명도
    지난해 10월 대법 판결서 명도소송 패소…네 달 만에 집행 재시도

    청계천을지로 보존연대 제공

     

    서울 중구 을지로3가에서 40년간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지켜온 을지OB베어가 네 달 만에 또다시 강제철거 위기에 놓였으나 주변 상인, 시민들의 반발로 집행이 무산됐다.

    '을지OB베어와 노가리 골목의 상생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와 청계천을지로 보존연대, 청계천 생존권사수 비상대책위원회 등 을지OB베어를 지원해온 시민단체들과 인근 공구상가 상인 등 40여 명은 강제집행 소식을 접하고 10일 오전 7시 반쯤부터 가게 앞에 모였다.

    이들은 '청계천 재개발 결사 반대', '중요한 건 지금 이 자리 이 터전이다!', '대책 없는 청계천 개발 서민상권 다 죽는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가게 입구를 지켰다.

    이날 오전 10시 10분쯤 강제집행을 위해 용역 인력 100여 명이 몰리면서 가게를 둘러싸고 양측의 대치가 이어졌다. 일부 철거 인력이 가게 내 진입을 시도하려 하자 고성과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창업주 강효근씨의 딸인 강호신 사장 등 을지OB베어 측 2~3명은 가벼운 찰과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강씨의 남편인 최수영 사장은 현장을 찾은 건물주 대리인에게 "건물주에게 우리 뜻을 전달하고 이야기할 수 있게 해달라. 그동안 얘기할 기회가 없었다"며 협상을 요청하기도 했다.

    10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3가 노가리 골목의 '터줏대감'격인 호프집 을지OB베어에 대한 법원의 강제집행이 시작돼 경비 용역과 시민들이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팽팽한 대치로 철거 인력이 낮 12시 반쯤 철수하면서 일단 현장 상황은 종료된 상태다. 공대위 관계자는 "언제 다시 (강제)집행을 하러 오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오늘 더 이상 철거를 시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을지OB베어는 지난 2018년 9월 건물주가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명도소송을 제기한 이후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하면서, 가게를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 판결 이후 같은 해 11월 강제집행이 이미 한 차례 시도됐지만, 단골을 비롯한 시민들의 저항에 부딪혀 좌초됐다.

    지난 1980년 강효근씨가 을지로3가역 근처에 문을 연 을지OB베어는 생맥주집에 노가리 안주를 처음 도입해 수많은 단골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가게는 을지로 노가리 골목을 만드는 데 기여한 역할을 인정받아 지난 2015년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됐고, 호프집으로는 최초로 중소벤처기업부가 뽑은 '백년가게'로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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