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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인적 드문 세종 연서면…조립식 주택 '다닥다닥'

대전

    [르포]인적 드문 세종 연서면…조립식 주택 '다닥다닥'

    3년 전 비슷한 형태의 조립식 주택 우후죽순 생겨
    나뒹구는 우편물·주소 안내판…보상 목적 '벌집촌' 조성 의혹 제기
    주민들 "투기 구역 되는 것 같아 괘씸하고 난감한 마음"
    한 조립식 건물 주인 "순수한 마음으로 들어온 사람까지 투기꾼으로 봐 억울"
    원주민들 사이에선 산단 후보지 선정에 대해 '반대' 목소리도

    인적 없는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 조립식 주택 모습. 김미성 기자

     

    "난감하고 괘씸해요. 여기가 투기 구역이 되나 생각도 들고. 이런 집이 하나씩 생기니까 동네 정서가 갑자기 무너져버려요."

    14일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에서 만난 주민 A씨는 이른바 '벌집'이라 불리는 조립식 건물을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이곳에서 수십 년을 살았다는 A씨는 "땅값을 목표로 건물을 지은 게 아니고 아파트 딱지(이주권) 하나 갖겠다고 이걸 지은 것 아니겠냐"며 "이거 한 채 값보다 딱지값이 비싸니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신대리·국촌리·부동리 일원(330만㎡)은 2018년 8월 스마트 국가산단 후보지로 선정됐는데, 산단 지정 전후로 이 일대에 조립식 건물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취재진이 투기 의혹이 제기된 와촌리 일대를 직접 가보니 비슷한 모양의 조립식 주택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집 앞마당에는 우편물과 주소 안내판이 나뒹굴고, 에어컨 실외기에는 잡초가 감겨있었다. 사람이 사는 흔적을 찾기는 어려웠다.

    주택 바로 앞쪽에는 광활한 농지가 펼쳐져 있었고, 비교적 오래돼 보이는 주변 주택 사이로 빨간 우체통이 달린 새 조립식 주택들은 눈에 띄었다.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 또다른 조립식 주택 모습. 주택 외곽에 나무가 심겨있다. 김미성 기자

     

    투기 의혹이 제기된 와촌리의 또 다른 장소에서도 앞서 본 조립식 주택과 유사한 형태의 주택 5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집 밖에는 자전거와 세탁기 등 생활용품이 쌓여있었지만, 거주자를 만날 순 없었다. 한 주택의 외곽에는 나무가 빽빽하게 심겨 있었다.

    주택들 맞은편에는 넓은 복숭아밭과 소를 키우는 대형 축사가 있었다. 마스크를 낀 상태에서도 분뇨 악취를 맡을 수 있었다. 이 일대에는 인적이 매우 드물었다.

    인근에 사는 70대 주민은 "(조립식 주택에) 사람들이 가끔 왔다 갔다는 한다"며 "산업단지 지정이 되며 이런 주택이 상당히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파트 딱지 하나 받으면 몇억이니 돈 벌라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산단 보상으로 아파트 분양권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보상 과정에서 원주민의 신도심 이주를 위한 '딱지'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을 것으로 주민들은 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세종시 모 공무원은 지난 2018년 국가산단 지정 이전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연서면 와촌리 국가산단 내 토지를 매입한 뒤 보상을 목적으로 실거주하지 않는 건축물인 이른바 벌집촌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세종시의회 모 의원 역시 2018년 산단 지정 전에 지인들과 함께 와촌리 일대 부동산을 매입한 뒤 국가산단 확정에 기여했다는 제보가 나온 상황.

    이에 따라 세종시가 투기 의혹이 제기된 연서면 스마트 국가산단에 대한 특별조사에 나섰고,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반면 와촌리에 조립식 주택을 가진 한 주민은 "순수한 마음으로 들어온 사람까지 똑같이 보니 억울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민 이모(50)씨는 취재진과 만나 "그런 의도를 갖고 한 사람이 있고 의도와 무관하게 들어온 사람이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씨는 "땅을 산 시점은 국가산단 얘기도 나오기 전인 2017년 11월부터 2018년 1월까지"라며 "집도 생각이 없었는데 동네 분들이 지나가면서 옛날 집을 치우고 깔끔하게 해주면 좋겠다는 말에 집을 짓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투기꾼이 되려면 농지를 사서 변경하고 집 짓는 게 훨씬 이득"이라며 "굳이 뭐하러 가격이 제일 비싼 동네에서 땅을 사겠냐"고 되물었다.

    김미성 기자

     

    땅값이 오른 주변지역과 투기세력들 사이에서는 산단에 대한 찬성 여론이 있지만, 막상 오랜 기간 이 지역에 살다 떠나야 하는 원주민들은 달갑지만은 않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주민 A씨는 "땅이 주변 시세의 1/10 가격으로 팔리면 어디 가서 땅을 또 살 수 있겠나"라며 "남의 동네 들어가 적응하는 것도 힘든데 내 농토도 줄여가야 하니 서러울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A씨는 "산단으로 묶이는 4개 리는 거래개발 제한이 된 반면 주변 지역은 30만 원, 50만 원 하던 게 지금은 200, 300만 원까지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주민 역시 "산단이 온다는데 우리처럼 땅 가진 사람들에게 공시지가로만 보상을 하겠다면 내놓을 사람이 누가 있겠냐"라며 "현시가로 주지 않는다면 정부에서 국민 개인 땅을 뺏어가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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