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연합뉴스
2026년부터 경력법관 자격이 법조경력 10년 이상으로 높아지지는 상황에 대비해 선발 기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법원 내부의 첫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법정책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법원의 인사와 재판 등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가장 적은 자격기준은 5년"이라며 "설문조사 결과 신임 법관과 전국법관대표회의 법관 대표들도 5년이 가장 바람직한 법조 재직 연수라고 응답했다"고 16일 밝혔다.
기존에는 사법연수원 성적 우수자 순으로 판사를 선발했지만 2011년 법조일원화 제도 도입 후에는 일정한 법조경력을 갖춘 기성 법조인 중에서 판사를 선발하게 됐다.
제도 연착륙을 위해 2013년부터는 법조경력 3년, 2018년부터 5년 이상부터 판사로 임용할 수 있도록 했고, 내년부터는 7년 이상 경력자부터 가능하다. 2026년부터는 최소 10년의 법조경력을 보유해야 판사로 임용될 수 있다.
법조일원화 시행 전까지는 매년 149~175명의 판사가 임용됐지만 2013년부터는 2017년(161명)과 2020년(155명)을 제외하고는 매해 39~111명 수준으로 선발 인원이 줄었다. 법조일원화 제도 취지에 따라 우수한 실무능력과 훌륭한 성품, 판사로서의 소명의식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하는데 지원자 수 감소로 경쟁률이 낮아지면서 적임자를 찾기 어려워진 것이다.
연구원은 "법조일원화 제도 도입 시 장기 경력을 갖춘 법조인들이 과연 법관직에 충분히 지원을 할 것인지, 10년 이상 경력자로만 법관이 충원된다면 법원 인사와 재판 시스템에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지 면밀한 검토가 이뤄졌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이 해외 사례를 검토한 결과 미국의 주 법원 판사 임용자격으로 요구하는 최소 법조경력은 대부분 5년이었다. 10년 이상을 요구하는 주도 있지만 전체의 17%(8개 주) 수준이었다. 영국의 경우에도 1심 판사에겐 5년, 고위 법관에겐 7년의 법조경력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판사석. 연합뉴스
독일도 종신법관이 되기 위해 3~5년간의 예비법관 경력이 필요하며 대체로 30대 중반에 종신법관으로 임명돼 67세 정년까지 근무하는 구조다. 네덜란드는 최소 법조경력 기준이 6년이었지만 2년으로 단축하기도 했다.
연구원은 "국내 법무법인 등에 소속된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결과 입사 10년차 이후는 대체로 유학에서 복귀해 승진심사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승진을 해 전직을 고려하지 않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10년차 이상 법조경력자 중 정작 유능한 사람은 법관에 지원할 유인이 적다는 것이다.
지난해 임용된 신임 법관(155명 중 118명 응답)과 전국법관대표회의 법관대표(125명 중 76명 응답)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10년 자격기준이 부적절하다는 답변이 83%로 집계됐다.
연구원은 "10년 기준은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며, 연령 측면에서도 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저해해 법원 내에서 20·30대가 과소 대표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