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엘시티. 송호재 기자
4·7 부산시장 보궐선거판이 101층 높이 해운대 엘시티가 드리운 의혹의 그림자에 뒤덮였다.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는 가정사를 꺼내 들며 배수진을 쳤고,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민주당은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박형준 후보 "아들에게 엘시티 분양권 샀지만, 불법이나 특혜 없어"박형준 후보는 19일 오전 선거캠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아내의 엘시티 분양권 매도자가 아들임을 인정했다.
그는 "가족 사연을 드러내는 게 불필요하다고 생각해 지금까지 상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지만,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엘시티 매수 과정을 설명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자녀들은) 법적으로 친가가 있는 성인들인데, 그들이 비판의 대상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엘시티 분양권을 자신(아내)에게 판 아들이나 아래층에 살고 있는 딸이 아내와 아내의 전 남편 사이에서 태어나 법적으로 관련이 없다는 점을 상기한 것이다.
박 후보에 따르면 아들과 딸은 당첨자 분양권 계약 기간인 지난 2015년 10월 28일과 29일 각각 700만원과 500만원의 프리미엄을 주고 같은 라인의 위·아래층 분양권을 구매했다.
박 후보는 "아들에게 분양권을 판매한 당첨자는 50대 일반인이며, 이영복 일가 등 엘시티 측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19일 자신의 선거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엘시티·홍대 입시 청탁 등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반박했다. 송호재 기자
이어 "중도금 이자를 내며 분양권을 보유하고 있던 아들이 잔금일이 다가와 집을 팔려고 했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아내가 1억원의 프리미엄을 더 해 구매한 것"이라고 박 후보는 설명했다.
박 후보는 "문제의 본질은 가족 간 거래가 아니라 불법이나 특혜가 있었냐는 점"이라고 짚었다.
그는 "가족 간 매매라도 특혜를 주고받았다던가, 조금이라도 부당한 내용이 있다면 정상 거래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당시 어떠한 부정이나 특혜도 없었고 거래로 인해 편익을 본 사람이 없어 정상적인 거래였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영춘 후보 "거짓말 뒤에 숨지 말아야…23일까지 20년 치 부동산 내역 공개하자"박 후보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박 후보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연이틀 공세를 퍼부었다.
김 후보는 박 후보의 해명 기자회견이 있은 직후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장 후보로서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어 이 자리에 섰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박 후보는 '아들이 아파트 잔금을 못 치러서 어머니가 산 것'이라고 해명했다"며 "그러면 1억원의 프리미엄은 도대체 왜 붙은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거짓말쟁이 박형준'의 실체가 비로소 만천하에 드러나기 시작했다"며 "'국정원 불법 사찰과 자녀 입시비리 의혹, 엘시티 분양 의혹까지 비리 의혹 종합세트 박형준 후보가 시장이 된다면 임기 1년을 검찰만 들락거리다가 보내고 말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의 엘시티 분양권을 놓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중석 기자
그러면서 자신이 제안한 후보 본인과 직계 존비속의 20년간 부동산 거래내역 공개를 "박 후보는 거짓말 뒤에 숨지 말고 모두가 인정할만한 명백한 자료들을 공개하라"며 "부산시민은 3월 23일 11시를 기다리고 있다"고 압박했다.
◇각 정당 선대위 '지원사격' VS '엄호사격' 치열여·야 부산선대위의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박재호 의원과 전재수 의원 등 민주당 부산선대위 지도부는 이날 오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엘시티 분양권을 중심으로 한 박 후보의 의혹을 정조준해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선대위는 "자고 일어나면 터지는 (박형준 후보의) 비리 의혹에 할말을 잃을 따름"이라며 "하루에 한 가지씩 터지는 엘시티 관련 의혹은 너무 많아 열거하기조차 힘들다"공격했다.
이어 "부산시민은 거짓말이 아니라 진실을 원하고 있다"며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에 대해 해명할 것이 있다면 해명하고, 도덕적 잘못으로 시민들에게 배신감과 실망을 줬다면 사과하라"고 몰아붙였다.
민주당 선대위의 기자회견이 끝나기 무섭게 국민의힘 부산선대위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하태경 의원도 곧장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공세를 '치졸한 흑색선전'이라고 비난하며 박형준 후보를 엄호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후보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형준 후보에 대한 민주당의 의혹 공세를 비판하고 있다. 박중석 기자
하 의원은 "재혼한 집의 아버지가 전 남편의 아들과 딸이라고 해서 (말 못하는 부분을) 제삼자인 제가 설명드리는 것"이라며 "이런 재혼가정의 어려움에 김영춘 후보는 정말 심술궂고 치졸하게 공격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그는 "김 후보는 민주당 부산시장이 잘못해서 생겨난 선거임을 직시해야 한다"며 "벌 받고 있는 당사자가 지나가고 있는 사람들 욕하고 있는 꼴"이라고 되받아쳤다.
◇박형준 엘시티 분양권…남은 의혹은?수십억원의 시세상승이 있었다는 것 외에 박형준 후보의 엘시티 분양권 의혹과 관련해 현재까지 뚜렷하게 밝혀진 불법이나 특혜의 물증은 없는 상태다.
선제적이지는 않았지만, 제기된 의혹에 대해 박 후보는 그때그때 해명과 소명을 하며 논리적으로 방어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의혹은 남아 있다.
먼저, 박 후보의 딸과 아들이 지난 2015년 10월 각각 구입한 분양권의 프리미엄 가격이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당시 미분양이었던 엘시티는 이른바 '마이너스 P'가 나오기도 했지만, 오션뷰가 나오는 일부 '황금 라인' 로열층은 억대의 프리미엄이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박 후보의 아들과 딸이 구매한 분양권이 이 오션뷰 라인인데, 속칭 급매가 나와 싼 가격에 분양권을 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하루 차이로 같은 라인 위·아래층이 급매로 나올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냐는 점이 의문의 발목을 잡는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선대위가 19일 박형준 후보의 엘시티 의혹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박중석 기자
이에 대해 박 후보 측은 "당시 미분양이었고, 층수도 로열층이 아니었다"고 밝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시 부동산 시장에서 다운계약이 횡행했던 점을 들며 신고된 가격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말도 나온다.
이와 함께 민주당에서는 박형준 후보(아내)가 지난해 아들로부터 구매한 분양권의 프리미엄가격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민주당에서는 박 후보가 아들로부터 분양권을 사기 3개월 전 유사한 조건의 분양권이 3억 7천만원에 거래된 점을 정황으로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대해 박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시 부동산 4곳에 시세를 물어본 뒤 평균인 1억원가량의 웃돈을 더해 아내가 집을 인수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