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형 기자
올해 들어 전국적으로 아파트 거래가 크게 줄면서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 20일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전국 17개 도시 아파트 매물은 한 달 전보다 일제히 증가했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 매물은 4만5991건으로 지난달 19일 4만135건 보다 14.6% 증가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 매물이 늘어나 서울 전체적으로 매물이 쌓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대문구가 25.2% 늘어 매물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도봉구(24.6%), 노원구(23.3%), 동대문구(23.0%), 은평구(21.8%), 종로구(19.9%), 중랑구(18.1%) 등 한강 이북 강북지역을 중심으로 매물이 많이 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광주(27.9%), 대구(21.7%), 전남(18.2%), 울산(18.0%), 경기(15.6%), 경남(14.1%) 등도 10% 이상 늘었다.
아파트 매물이 늘면서 아파트 가격 상승률도 주춤하는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3월 셋째 주(15일 기준) 서울 매매가격 변동률은 0.06%로 2월 초 0.10%를 고점으로 상승폭이 둔화하고 있다. 2·4대책 발표를 전후로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2·4 공급대책으로 인한 물량확대 기대감 등으로 매수심리가 안정세를 보였다"며 "주택담보대출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거래량이 줄며 가격 상승폭이 감소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보유세 납부 기준일과 양도세가 강화되는 6월 1일 이전에 서둘러 다주택을 처분하려는 움직임도 상승률 둔화에 한몫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82.4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90.3)보다 7.9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지난해 11월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수는 지난해 11월 말 100선을 넘은 뒤 올해 1월 중순 114.6까지 오르며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나 이달 1일 100선 아래로 떨어진 뒤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다.
박종민 기자
매수우위지수는 0~200 범위 내에서 지수가 100을 초과하면 '매수자가 많다'는 의미이고 100 미만이면 '매도자가 많다'는 뜻이다. 전국의 아파트 매수우위지수 역시 지난 15일 기준 88.6으로 6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아파트 거래가 줄고 가격 상승률도 둔화됐지만 수도권 주택 매매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주요 재건축과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외곽지역은 매주 0.10% 이상의 매매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패닉 바잉'으로 불타올랐던 수요가 사그라지면서 서울 내 아파트 거래량은 줄어드는 모습이지만 초고가 아파트를 찾는 '똘똘한 한 채' 수요는 거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일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59㎡(26평형)는 26억원에 손바뀜됐다. 인근 '아크로리버파크' 및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등 주요 아파트에 이어 3.3㎡당 1억 원 거래가를 달성한 것이다. 최근에는 압구정동 '현대1차' 전용 196.21㎡(63평형)가 63억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더힐' 전용 240.23㎡ 또한 75억원에 거래됐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에서도 대출 금지선인 15억원을 넘긴 신고가 거래가 여러 건 나왔다. 성동구 하왕십리동 '텐즈힐아파트 1단지' 전용 72.52㎡는 15억8000만원에 계약됐다. 용산구에선 용산동 '용산파크타워' 전용 140.31㎡가 25억8000만원에 보광동 '주미' 전용 97.82㎡는 19억3천만원에 손바뀜됐다.
업계에서는 아파트 시장이 안정세 보다는 혼조세에 접어들었다는 인식이 강하다. 시장에서 최근 나타나는 거래량 감소가 매수 수요 감소 영향으로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계절적 비수기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려면 매물이 확연히 늘어야 하는데 현재 매물량으로는 어려운데다, 공급대책 차질 우려 등 불안요인이 있어 아파트 시장의 추세적 안정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