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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의 비겁함? 핑계? …코로나 손실보상 논란

기업/산업

    장관의 비겁함? 핑계? …코로나 손실보상 논란

    권칠승 중기부장관 '개별 케이스 너무 많아 손실보상 어려워'
    정부, 예산 부담에 손실보상 소극적
    "개별 케이스는 심사에서 걸러져…다른 손실보상도 이렇게 진행" 반박도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소상공인 손실보상 관련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장관님 비겁합니다. 말이 안됩니다.(류호정 의원)"
    "왜 말이 안됩니까? 전혀 비겁하지 않습니다.(권칠승 장관)"

    지난 1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류호정 정의당 의원과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사이에 벌어진 짧은 설전이다.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영업에 제한을 받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정부의 손실보상과 관련해 권 장관은 "(방역 조치 때문이 아니라) 식당 주인이 몸이 아파 문을 열지 못한 경우 등 개별적인 사정이 너무 많아 손실보상이 쉽지 않다"며 "오히려 (손실보상을 법적으로 하면)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도 많다"고 답변하자 류 의원이 발끈한 것이다.

    류 의원은 "개개인이 아파서 문을 열지 못한 것과 정부가 문을 열지 못하게 한 것을 비교해서 손실보상에 대입하면 그게 할 말이냐. 비겁하다"고 비판했다.

    권 장관도 지지 않고 "그런 경우가 섞여 있지 않겠느냐"며 "왜 말이 안되냐, 전혀 비겁하지 않다"고 맞섰다.

    이날 상임위에서 권 장관은 시종일관 손실보상 보다 피해지원에 무게를 두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몸 아픈 식당 주인' 사례처럼 손실보상을 하려면 '개별 케이스'가 너무 많아 어렵다며 '손실보상은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도 했고 "(손실보상이냐 피해지원이냐) 법리 논쟁에 빠지면 소상공인만 피해를 볼 것"이라고도 말했다.

    '개별 케이스' 때문에 손실보상이 어렵다는 권 장관의 발언에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의 김남주 변호사는 '핑계'라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집합금지 명령이 있었으면 이로 인해 영업을 못했다고 추정하고 손실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며 "(손실보상의) 예외적인 사유에 대해서는 정부가 입증해서 환수를 받으면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같은 절차가 이미 감염병예방법이나 가축전염병예방법에도 다 돼있고 실무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아무 말없이 이렇게 해오다 코로나19 자영업자에 대해서만 이런 이유를 대는 것은 (손실보상을) 안하기 위한 핑계"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실제로 코로나19중앙사고수습본부가 지난해 연말에 펴낸 '코로나19 손실보상 업무안내'를 보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폐쇄조치된 의료기관 내 매점 등 일반영업장에 대해서도 손실보상을 해주도록 돼있다. 자발적인 행위는 보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점도 이미 명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사업자가 부가세과세표준증명원이나 종합소득세 확정신고서 등 손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빙서류와 함께 손실보상 신청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지방자치단체가 1차로 검증한 뒤 정부가 고용한 손해사정사가 2차로 검증해 손실보상심의위원회가 보상여부 및 보상규모를 확정하는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3단계에 걸친 검증 과정에서 '개별 케이스'는 걸러질 수 있는 셈이다.

    '법리 논쟁'과 관련해서도 김 변호사는 "지급의 규모와 신속성, 공정성이 중요하지 손실보상이냐 피해지원이냐는 두 번째 문제"라고 말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도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신속하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못받게 될 것을 두려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현장 의견은 '충분하게, 신속하게' 보상이든 지원이든 받기를 원하는 것이지 손실보상이냐 피해지원이냐를 따지는 '법리 논쟁'이 아닌 셈이다.

    그런데도 주무장관이 '개별 케이스'나 '법리 논쟁'을 거론하며 손실보상에 난색을 표시하는 것은 사실 '예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권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손실보상을 소급해서 한다면 향후 얼마를 지급해야할지 신도 모를 것"이라며 "앞으로도 얼마가 들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정부가 손실보상의 꼬투리를 잡는 것은 재정부담 때문"이라며 "앞으로 또다른 팬데믹이 온다면 재정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경우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한형 기자

     

    이에 따라 소상공인업계도 손실보상과 피해지원의 중간 개념인 '구간별 손실보상'안을 제안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개인별 손실규모에 따른 개별 보상 대신 집합금지 및 제한업종의 경우 매출액에 따라 구간을 나눠 손실보상을 차등지급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소공연 관계자는 "공통분모를 잡아서 손실보상을 해야지 케이스별로 가면 답이 없다"며 "업종별 평균 매출액과 실제 매출액을 산출하고 그 규모에 따라 구간별로 나눠 차등보상하는 방식을 국회에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매출뿐만 아니라 임대료도 지원하도록 제안했으나 구체적인 항목은 국회와 정부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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