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75세 이상 고령층 접종에 쓰일 미국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25만명분이 지난 24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 도착해 초저온 냉동고에 넣어져 있다. 이한형 기자
코로나19 백신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수급 불안 사태가 가중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 정은경 단장은 29일 "전 세계적으로 백신 수급이 불안정하고 부족한 상황인 것이 맞다"며 "우리도 범정부적인 역량을 동원해서 백신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모든 부처가 함께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9일 추진단에 따르면, 다음 달 1일부터 시작되는 75세 이상 화이자 백신 접종을 위해 오는 31일 50만회 분이 도착한다. 지난 24일 50만회 분에 이어 두 번째로 들어오는 물량이다.
정부는 2분기에 화이자 백신 600만회 분을 도입할 예정인데, 4월 100만회 분, 5월 175만회 분이 매주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문제는 75세 이상 어르신 접종 대상자가 약 351만 명에 달하고, 노인시설의 입소·종사자 15만 5천여 명도 화이자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 중 접종을 거부하는 인원이나 거동이 불편해 예방접종 센터를 찾지 못하는 인원이 발생할 수 있는데, 현재까지 75세 이상 어르신 가운데 접종 의향 조사가 끝난 204만명 중 176만 명(86.1%)이 접종에 동의해 대부분이 예방접종을 받을 전망이다.
코로나19 환자 치료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한 화이자 2차 접종이 실시된 지난 20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 내 무균 작업대(클린벤치)에 화이자 백신이 비치돼 있다. 윤창원 기자
문제는 화이자 백신이 3주 간격을 두고 2회 접종하도록 돼 있어 정해진 간격에 맞춰 원활한 접종이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여기에 각국의 백신 수출 통제 움직임이 강해지며 예정된 물량도 제 때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은경 단장은 "유럽의 경우도 수출허가제를 이용해 유럽 내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해서는 허가를 받고 나가도록 관리를 하고 있고, 인도도 최근에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며 수급이 계속 어려워지고 있다"면서도 "다양한 부처의 협력 등을 통해 가능한 한 백신 공급일정을 당기고 많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오는 31일 운송이 시작될 예정이었던 코백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69만회 분은 도입 일정이 4월 셋째 주로 늦춰지고, 물량도 43만 2천회 분으로 축소됐다.
전 세계적 수급 불안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코백스가 모든 참여국에게 상반기 중 백신을 공급하기 위해 조정한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국내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대부분의 물량이 생산되기 때문에 큰 차질은 없을 전망이지만, 정부는 최대 접종 간격인 12주를 적용해 접종 계획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황진환 기자
정은경 단장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같은 경우 허가 자체가 4주에서 12주로 허가가 났지만 접종 간격이 더 길어질수록, 12주에 가까울수록 효과가 더 좋다는 발표들이 있어 접종기간을 더 길게 적용할 예정"이라며 "2차 접종 물량은 가능하면 그 주기를 지켜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 접종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나머지 얀센, 노바벡스, 모더나 등 2분기 도입 예정인 백신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도입 일정과 물량이 확정되지 않았다. 정 단장은 "얀센, 노바백스, 모더나에 대해서는 아직 회사에서 백신에 대한 공급일정 등을 확정 짓지 못했다"며 "긴 기간을 두고 미리미리 결정되는 사항이 아니라 굉장히 다급하게 공급일정들이 그때그때 변경되기 때문에 계속 협상해서 확보하는 노력을 계속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현재 정부는 미국 제약사인 모더나, 노바벡스와의 원활한 협상을 위해 우리나라의 '최소 잔여형 주사기(LDS, 접종 뒤 주사기에 남는 백신 잔량을 최소화해 백신 1병당 접종 인원을 늘릴 수 있는 주사기)'를 미국에 공급하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청장은 관련 질문에 대해 "해당 국가(미국)에 많은 지원 요청과 필요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국내 접종 주기에 대해서는 1차 접종만으로도 굉장히 큰 예방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1차 접종을 최대화할 수 있게끔 접종계획을 세심하게 짜는 등의 노력을 병행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