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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유성호 (법의학자, 서울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정인이 사건. 정인이 사건 마무리도 되기 전에 구미 3세 사건이 또 발생했죠.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들입니다. 이 사건의 공통점은 사건의 결정적인 키를 숨진 그 아이들이 쥐고 있다는 거예요. 하지만 죽은 아이들은 말을 못 하죠. 이렇게 억울하게 죽은 이들을 위해서 최후의 증인이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법의학자입니다. 우리나라에 단 50명밖에 없는 전문가입니다. 특히 요즘 미스터리한 범죄가 많아지면서 이분들의 역할이 더더욱 주목받고 있는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교수님.
◆ 유성호>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현정> 제가 몇 년 전에 내신 저서를 봤어요.
◆ 유성호> 네.
◇ 김현정> 그런데 제목이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제목이 너무 섬뜩했는데 읽다 보니까 와, 이 제목이 정말 이 직업을 쉽게 정확하게 설명했구나 싶더라고요. 법의학자, 어떤 일을 하는 사람입니까?
◆ 유성호> 쉽게 생각하시면 부검을 하는 의사라고 생각을 하시면 될 것 같고요. 그런데 이제 법의학이라는 게 법률과 관련된 의학이라는 뜻이 있어서요. 부검도 하지만 혹시 법률에서 필요한 여러 가지 의학적 사항을 자문하고 실행하고 또 연구하는 학문을 담당하는 사람을 법의학자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국과수에서 DNA 검사하고 이거와는 별개인 거죠?
◆ 유성호> 그렇죠.
◇ 김현정> 법의학자들은 부검을 하는 부검의입니다. 우리나라에 정말 50명밖에 없어요?
◆ 유성호> 어떻게 세느냐에 따라서 사람 숫자가 달라지는데요. 저희가 창피하니까 은퇴하신 선생님들까지 모두 세면 60명 가까이 되는데요.
◇ 김현정> 너무 적어서 좀 창피하시니까. (웃음)
◆ 유성호> 은퇴하신 분들도 지금 다시 모셔왔고 현역에서 일도 하시고 그러는데요. 실제 지금 하고 있는 분들은 한 50명 정도 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어디 단체로 학회를 가거나 세미나 가고 이럴 때도 버스를 같이 타지 않는다.
◆ 유성호> 그게 이제 농담 반, 진담 반이었는데 저희가 제주도에서 학회를 한 적이 있는데 저녁식사를 하러 버스 대절을 해서 가려고 그러는데.
◇ 김현정> 식당에.
◆ 유성호> 어떤 선생님이 우리 다 같이 타고 가다가 큰일 나면 어떡하냐, 이런 웃픈 이야기여서.
◇ 김현정> 웃프네요. 같이 가다가 워낙 적으니까.
◆ 유성호> 그렇죠.
◇ 김현정> 같이 큰 일 나면 안 된다 할 정도로. 그런데 시신을 부검해서 답을 찾아내는 것까지가 임무인데 부검을 해도 도저히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을 것 같아요?
◆ 유성호> 당연히 있죠. 무소견 부검이라고 해서 부검을 해서도 전혀 알 수 없는 게 한 10% 정도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 김현정> 10%나 돼요?
◆ 유성호> 그러니까 전혀 실마리가 없는 경우를 무소견 부검이라고 하는데요. 예를 들면 최근에도 남녀가 뭔가 문제가 있어서 한쪽 성이 사망을 했는데 그런데 병원에서 뇌사상태로 꽤 오랫동안 누워 있는 바람에. 그렇게 되면 부검을 하더라도 증거라든지 이런 게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러니까 부검을 해서도 실마리를 얻지 못하는 그런 경우가 꽤 10% 정도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10% 정도는 부검을 해도 그 죽은 이의 한을 풀어줄 수가 없는 거.
◆ 유성호> 그렇죠. 이게 질병인지 손상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있죠.
◇ 김현정> 그럴 때는 정말 답답하시겠어요. 앉으나 서나 그 생각나시겠어요.
◆ 유성호> 답답은 하더라도 저희는 근거에 의해서 움직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 김현정> 근거에 의해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 말씀이 참 중요한 게 뭐냐 하면 법의학자는 확실한 증거로만 진실을 말합니다. 그런데 가끔 얼토당토 않은 엉터리 전문가들이 사건을 자극적으로 만들려고 보면 황당하다, 이렇게 책에 쓰셨더라고요. 대표적인 예로 문경 십자가 시신 사건, 여러분 아시죠? 이 사건을 접하면서 그런 느낌이 드셨다고요.
◆ 유성호> 사실은 얼토당토라는 얘기도 좀 자극적이긴 한데요. 제가 썼어도. 그런데 이제 과학적 근거로 얘기하면 사실은 그렇게까지 주장할 수 없는데 머릿속으로 많은 상상을 해서 근거가 없는 상태를 이야기하는 게 만약 언론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진다면 그 자체가 문제가 된다는 건 아마 더 잘 알고 계실 것 같고요.
◇ 김현정> 그렇죠.
◆ 유성호> 저희는 얘기를 할 때도 딱 근거에 있는 거에 한정해서 얘기할 수밖에 없어서 사실은 그런 근거 없는 이야기, 증거 없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답답한 마음이 분명히 있죠.
◇ 김현정> 그 당시에 경찰은 타인의 DNA가 현장에서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실행계획서가 쭉 나왔고 자살이 가능하다 해서 자살로 결론을 냈는데 시중에서는 그럴 리가 없다, 이거는 타살이다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왔거든요.
◆ 유성호> 상황이 너무 극적이라서 그렇게 상상은 할 수 있었는데요. 현장에서 가리키는 상황은 모두 자살에 합당한 소견이기는 했습니다.
◇ 김현정> 게다가 법의학자가 볼 때는 자살이 가능하냐잖아요, 이게. 그런데 가능한 거예요?
◆ 유성호> 자살이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숨진 구미 3세 여아의 친모 석모씨. 연합뉴스
◇ 김현정> 이런 것들. 증거에 의해서 마지막을 갈라주는 역할. 이런 게 법의학자의 역할인데 그런데 부검을 통해서 진실이 명확히 보이는 경우는 그나마 낫습니다마는 방금 전에 말한 그 10% 같은 경우 혹은 아예 부검도 못 하는 경우가 바로 이번 구미 3세 여아 사건.
◆ 유성호> 구미 3세 여아는 사실은 부검을 했고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을 했습니다. 아직 최종 발표가 안 나서 아마 다들 답답해하고 계실 것 같은데.
◇ 김현정> 부검이 불가능했다, 이런 보도들이 있던데 했군요?
◆ 유성호> 했습니다. 그래서 분석을 하고 현재까지는 좀 더 정밀검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그런데 그렇게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은 워낙 부패가 심해서 미이라화 된 건조가 된 상태라서 그래서 아마 그렇게 알려져 있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시도는 했지만 아까 말씀하신 무소견일 가능성이 워낙 커서.
◆ 유성호> 그럴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 김현정>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온 거였군요. 그런 걸 보면 너무 안타깝지 않습니까?
◆ 유성호> 안타깝죠.
◇ 김현정> 그럴 때 참 황망한 느낌이.
◆ 유성호> 말씀하신 대로 실제로 부검을 안 한 사례도 꽤 있습니다. 그러니까 했어야 되는데 안 해서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 케이스도 있어서 말씀하신 대로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유효한 면이 있죠.
◇ 김현정> 구미사건 이야기가 나온 김에 법의학자니까 제가 여쭙습니다마는 국과수가 DNA 검사를 4번이나 했는데 이게 틀릴 수도 있어요?
◆ 유성호> 틀릴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당시에 부검을 저희 부검의도 잘 아시는 분인데 부검의 조직을 사망한 아동에게서 채취를 했고 또 분석기술이 STR이라고 조금 얘기가 어렵지만 이게 사실은 바뀌거나 변경되기 어려운 99.9가 뒤에 4개 이상이 붙는.
◇ 김현정> 9999.
◆ 유성호> 그렇죠. 4개 이상이 붙는 벌써 40년이 넘는 확고한 기술로 자리 잡은 것이기 때문에 이건 바뀔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시신에서 정확한 채취를 했고 또 여성에게서도 정확한 채취를 했기 때문에 이거는 이제 수사기관에서 좀 더 밝혀야 되겠죠.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니까 이게 시신이 아니라 그냥 집에 있는 머리카락 어디서 채취하고 이게 아닌 거네요?
◆ 유성호> 그랬다면 저희가 충분히 의심해 볼 수 있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 여러분 지금 만나고 계십니다. 아니, 그런데 서울의대 졸업하시고 일반적인 길로 갈 수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 흔치 않은 길로 들어서셨어요?
◆ 유성호> 많이들 물어보고 저희 동기들도 신기해하는 건데. 본과 4학년 졸업반 때 강의를 해 주시는 교수님이 이윤성 교수님이라고 있어요.
◇ 김현정> 네, 법의학자 이윤성 교수님.
◆ 유성호> 네, 그래서 너무나 즐겁게 들었고 중요한 일인 것 같아서. 그때 마음을 굳히고 하게 됐죠.
◇ 김현정> 그런데 이게 아무리 직업이라지만 그리고 사명감이라지만 매주 시신을 마주하시는 거잖아요. 이게 버겁지는 않으세요?
◆ 유성호> 버겁지 않습니다. 적절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은행원 돈 세듯이 자신의 루틴 일을 하다 보면 이 일이 중요하다는 일도 또 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면 무섭다거나 지겹다거나 이런 감정보다는 잘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죠.
◇ 김현정> 그야말로 사명감.
◆ 유성호> 그런데 요즘은 사명감이라고 그러면 다들 싫어하시더라고요. 그놈의 사명감 이래서. 그래서 조금 더 사명감이라는 말보다는 제 일을 사랑하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니까요.
◇ 김현정> 본인이 다루셨던 사건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부검 건은 어떤 건가요?
◆ 유성호> 조금 아침이라서 그렇긴 한데요. 굉장히 끔찍한 100번 이상의 손상. 칼에 의한 손상을 입은 여성분이 그때 부검을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왜 오래 해야 되냐면 손상 하나하나를 분석해야 되다 보니까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보통은 감정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어떤 공감이라든지 이런 거를 배제하려고 노력하는데 그때는 얼마나 인간이 어떻게 악해질 수 있나, 이런 마음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그 기억은 여전히 선명하고요.
◇ 김현정> 끝까지 안 풀려서. 이거는 정말로 내가 이 죽음을 풀어주고 싶은데 방법이 없다 했던 이런 사건은...
◆ 유성호> 제가 말씀드렸던 분명히 범죄적인 정황은 있는데. 남녀가 함께 있었는데 여성이 사망한 채 발견됐는데.
◇ 김현정> 아까 그 뇌사사건 말씀하시는 거예요.
◆ 유성호> 뇌사. 그러니까 꽤 오랫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해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살리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오랜 기간 병원에 있다 보니까 이미 부검을 했을 때는 혈액이라든지 어떤 증거가 확실한 게 없어서요. 경찰분들도 너무 안타까워하고. 왜냐하면 분명히 정황상 그래서 뭔가...
◇ 김현정> 그러면 결국 미제로 끝났어요?
◆ 유성호> 현재 그렇죠. 미제일 수밖에 없죠, 근거가 없다 보니까. 그럴 때 많이 안타깝죠.
◇ 김현정> 저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법의학자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는 사람들이다. 개인의 비극을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시대의 비극을 또 목격하는 분들이에요. 예를 들면 대구지하철참사. 이 사고 당한 분들이 오면, 시신들이 오면 부검의들이 신원 가려주는 역할도 다 하시는 거잖아요?
◆ 유성호> 그렇죠.
◇ 김현정> 그런 거라든지. 세월호 참사도 마찬가지였을 거고. 또 백남기 농민의 죽음, 이런 것도 다 부검을 통해서 어떤 이유인가 밝혀내는 분들이 다.
◆ 유성호> 그래서 저희 동료인 국과수에 계신 선생님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어요. 대구도 그렇고 세월호 사건 때도 굉장히 고생을 많이 해서요. 다만 누군가는 분명히 해야 될 일이고. 그래서 이렇게 알아주시는 분들이 있으니까 감사합니다.
◇ 김현정> 요즘은 자살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시는 분들의 경우도 다 판명을 해 주신다고 제가 들었어요.
◆ 유성호> 왜냐하면 이게 혹시 정확하지 않을까 봐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경찰에서도 많이 신경을 쓰고요. 그런데 우리나라가 OECD에서 자살이 1위예요. 이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개인적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부검을 하는데요. 월요일과 금요일. 그때마다 빠지지 않고 자살 예가 있어서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죽은 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분. 제가 아까 사명감 얘기하지 말라고 그러셨는데도 자꾸 사명감이라는 이야기를 하게 돼요. 지치지 마시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후학을 많이 키워주시기를. 그래서 버스 같이 타고 다니실 수 있기를.
◆ 유성호> 알겠습니다.
◇ 김현정> 기대하고 응원하겠습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님, 대단히 고맙습니다.
◆ 유성호> 감사합니다.김현정의>김현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