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연합뉴스
23년 전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망사건의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사건 당시 경찰의 초동수사가 부실했다고 보고 국가가 유족들에게 총 1억3000여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이관용 부장판사)는 2일 이 사건 피해자 A씨의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부모에게 각각 2000만원, 형제 3명에게 각각 500만원씩 총 5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손해가 발생한 1998년부터 계산되는 지연손해금을 더하면 유족들에게 지급되는 배상금은 1억3000만원 가량이다.
재판부는 경찰이 사건 현장 조사와 증거 수집·분석을 신속하게 했다면 범인을 빨리 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경찰이 사건 발생 직후 교통사고로 성급히 판단해 현장 증거를 수집하지 않고 증거물 감정을 지연하는 등 부실하게 초동 수사를 했다. 이는 경찰 직무상 의무를 위반해 위법"이라며 "국가가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대학생 A씨는 1998년 10월 대구 달서구 구마고속도로에서 차에 치여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 인근에서 A씨의 속옷이 발견돼 성폭행 범죄가 의심되는 상황이었지만 경찰은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했다.
그런데 2011년 성매매 혐의로 체포된 스리랑카인 B씨의 DNA가 A씨 속옷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한다는 감정결과가 뒤늦게 나왔다. B씨는 공소시효가 지난 성폭행 혐의 대신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기소됐지만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를 확정받았고, A씨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