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4ㆍ7 재보궐 선거 참패와 관련해 초선 의원들의 입장을 밝힌 뒤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4.7 재보궐 선거 참패 뒤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의 반성문이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강성 지지자들에 당이 휘둘려 오면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레드팀'이 원내에 없었고, 결국 민주당이 추진하던 개혁들이 국민들에게 외면받았다는 반성이다.
초선의원들 사이에선 당 지도부가 물러난 상황에서 "원내대표와 당 대표 선거에 나선 기존 후보들로 변화가 가능하겠느냐"는 강도 높은 비판도 나오고 있다.
◇與 초선, "'조국 수호' 그만해야 한다"
양향자, 신현영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4·7재보선 참패 관련 논의를 위해 열린 긴급간담회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민주열사를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초선의원들의 반성문은 요점정리 노트처럼 꼼꼼했다.
민주당 초선의원들은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가 우여곡절 끝에 총사퇴한 지 하루 만인 9일 △당헌·당규를 고쳐가면서 무리하게 후보를 낸 점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사실상 방관한 점 △검찰개혁과 부동산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한 점 등에 대해 사과했다.
초선의원들은 공동 입장문에서 "국민적 공감 없이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하여 후보를 낸 뒤 귀를 막았다"며 "진심 없는 사과, 주어 목적어 없는 사과, 행동 없는 사과로 일관한 점, 깊이 반성한다"고 했다.
강성 지지자들에겐 절대적인 존재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매서운 비판은 초선의원 반성문의 화룡점정이다. 선거 과정에서 나온 당 지도부와 후보들의 묻지마식 사과와도 눈에 띄게 다르다.
민주당 오영환 의원은 "조국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다"며 "그 과정상에서 수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되며 오히려 검찰개혁의 당위성과 동력을 잃은 것은 아닌가"라고 반성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한형 기자
조 전 장관에 비판적이었던 민주당 김해영·금태섭 전 의원이 21대 국회에 입성하지 못하면서 민주당은 더더욱 강성 지지자들만을 보는 정치를 해 왔고 선거 참패는 그 결과라는 비판을 상당 부분 수용한 모습이다.
재보궐 선거 직전까지 민주당 검찰개혁특위는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것까지 논의했던 상황. 김용민 의원은 이날도 "검찰개혁, 언론개혁을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친문 비대위원장에 친문 당권주자…"변화 의지가 있다고 생각하냐"새 원내대표를 선출하고 전당대회를 관리하기 위한 임시 비상대책위원회를 향한 비판도 거침없었다.
이날 오전 진행된 초선모임에서 "지금 당권주자들 중에 누군가 차기 당대표가 되면 국민들이 우리가 변화한다고 생각하겠느냐. 변화에 대한 의지조차 있다고 생각하겠느냐"며 "기존 당권주자는 나오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고 참석한 복수 의원은 전했다.
현재 당권주자로는 송영길·우원식·홍영표 의원이 꼽히고 있는데, 지나치게 친문 성향의 후보가 차기 당대표가 되면 이전의 지도부와 차별점이 없을 거라는 우려로 풀이된다.